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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내가 살고 있는곳 (주간조선 2009.05.25)

[인터뷰] ‘CEO형 살림꾼’ 박성중 서초구청장
“세금 아깝지 않은 최선의 서비스 구민이 행복해야 진짜 1등!”
지난 5월 11일 서초구청에서 만난 박성중(51) 구청장은 표정부터 자신감이 묻어났다. 1시간 남짓 인터뷰하는 동안 ‘서초구가 1등’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박 구청장은 ‘명품 서초 톱 브랜드(Top brand)’라고 쓰인 문서를 내밀었다. 전국 시·군·구 중 종합경쟁력 1위(2008 MK 지역경쟁력평가), 서울시 자치구 중 구민행복지수 1위(2008 지속가능사회를 위한경제연구소 조사), 가구당 월평균 소득 전국 1위(2007 서울서베이 가구조사), 서울시 자치구 중 서울대 합격률 1위(2008 하늘교육 조사)….

“서초구가 1등인 항목은 한둘이 아닙니다. 그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구민행복지수가 1위라는 겁니다. 저는 무엇보다 구민이 행복한 도시가 진짜 1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치는 이유도 구민을 감동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지금도 서초구는 업그레이드(upgrade)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초구가 서울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기업 프렌들리… 빅3 기업 ‘둥지’

최근 서초구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LG R&D센터, 현대·기아자동차 등 이른바 빅3 기업이 서초구에 둥지를 틀었다. 서초구가 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는 세간의 이야기에 대해 박 구청장은 “기업에서 우리 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취임 후 적극적으로 기업 프렌들리(friendly) 정책을 펼친 결과라는 뜻이다.

2006년 취임 이후 박성중 구청장은 불합리한 규제나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OK 기업도우미’를 운영 중이다. 기업에 유리한 조세감면제도와 절세방안도 마련했다. 인터넷으로 지방세 신고를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무조사 주기도 2년에서 3년으로 완화했다.

앞으로 우면동 R&D지구와 내곡동 바이오·화훼산업단지 등이 조성되면 서초구는 기업 프렌들리 지역으로 자리를 굳힐 전망이다. 박성중 구청장은 “우면 R&D지구는 산업 발전을 위한 인큐베이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다각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서초구의 인프라도 기업 유치에 한몫을 한다고 자랑했다. 서초에는 무려 6개의 지하철 노선(2·3·4·7·9호선, 신분당선)이 지나고, 경부고속도로까지 인접해 있어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에서는 ‘서초구가 땅값 비싸고 인건비 비싸다’고 불평하기도 한다”면서 “나는 ‘일류 기업이 되려면 서초로 오시고 2, 3류 기업 되려면 다른 곳으로 가시라’고 과감히 말한다”고 했다.


기업은 고객 감동, 공무원은 주민 감동

박성중 구청장은 ‘CEO형 리더’로 통한다. 모토는 “기업이 고객을 감동시키듯 공무원은 구민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것. 구민들이 낸 세금이 아깝지 않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의 CEO 마인드는 ‘25시 센터’와 ‘OK 민원센터’에서 확인 할 수 있다.

2007년 10월 문을 연 ‘25시 센터’는 서초구 전역에 흩어져 있는 324대의 CCTV를 통합운영하게 한 전국 최초의 ‘통합관제 시스템’이다. 각종 재난·재해, 사건·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CCTV 종합상황센터인 것이다.

‘OK 민원센터’는 민원서류 발급에서부터 각종 인·허가와 신고 업무까지 모든 민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곳이다. 최근 서초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e-OK 민원센터’를 선보였다. “주민의 불편을 수동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직접 다가간다”는 목표로 문을 연 이곳은 ‘OK 민원센터’를 인터넷으로 옮긴 형태다.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구청을 방문하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303가지 민원을 처리할 수 있다.

“구청은 언제든지 주민과 소통해야 합니다. 이제 불편사항이 있는 구민을 응대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됩니다. 구청까지 찾아오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바로 제공해야죠. 복지라고 다 같은 복지가 아닙니다. 복지에도 수준이 있죠. 너도나도 복지를 강조하지만 서초구처럼 체계적으로 하는 곳은 없을 겁니다.”

직원 전체가 아이디어 뱅크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박성중 구청장에게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느냐”고 물었다. 그는 주변에 앉아있던 직원들을 둘러보며 “어떻게 내가 이 많은 걸 다 생각해 내겠느냐”고 했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인터넷에 올리면 매달 평가하고 포상도 한다는 것. 그는 “직원 전체가 아이디어 뱅크인 셈”이라면서 “특히 해외 순방에서 다녀오면 서초구에 맞는 바이블(bible)을 따로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야말로 1등 서초구의 힘’이라고 강조하던 박 구청장은 직원들을 괴롭힐 때도 있다고 했다. “공무원이 영어 생활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영어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박 구청장은 “20~30년차 공무원들이 다시 영어책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다”면서 “영어로 간부회의를 하던 첫날, 서로 엉망인 발음 때문에 배꼽을 잡았다”고 했다.

“대한민국 안의 도시로 머문다고 한다면 영어를 할 필요도 없죠.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도시가 필요합니다. 세계와 같이 호흡하는, 세계인이 모여드는 도시. 이중언어 사용이 정착된 곳이어야 가능하지요. 그러려면 우리 직원들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박성중 구청장은 영어 생활화를 위해 안에서는 직원들을 교육하고 밖으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센터를 운영한다. 지자체마다 영어캠프를 열고 있지만 적자만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영어는 한 달 공부해서 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서초구 안의 미국’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박 구청장은 “잉글리시 프리미어 센터에는 영어책 2만권을 배치하고 프리토킹을 할 수 있도록 영어 능통자를 상주시킨다”면서 “구민들이 영어의 바다에 빠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남구는 선의의 경쟁자일 뿐

서초구는 강남구에서 1988년에 분리됐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21살. 갓 성인이 된 행정구역인 셈이다. 현재 강남구 인구는 56만여명, 서초구는 41만여명이다. 2009년 예산은 서초구가 3630억원, 강남구가 약 5750억원으로 강남구가 1.6배 많다. 강남권 2강(强)인 강남구와 서초구는 형과 아우의 양상을 띠는 셈이다. 서울 최고의 부자동네로 알려진 두 지역의 관계에 대해 박 구청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서초구가 강남구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태생이 다릅니다. 강남구는 오피스 타운으로 출발했고 서초구는 베드 타운으로 시작했죠. 하지만 이제 서초구는 기업뿐 아니라 문화, 예술, 주거환경까지 어우러진 곳입니다. 두 지역이 서로 경쟁하고 배우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은 서초구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요즘엔 아우가 형을 치고 올라가지 않습니까. 하하.”

▶ 박성중

- 경남 남해 출생
- 제23회 행정고시
-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 서울대 행정학과 석사
- 성균관대 도시행정학과 박사
- (2006년~현) 서초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