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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발차기 얍!” 왕자님은 태권도 열혈팬 (동아일보 2009.06.06)

“발차기 얍!” 왕자님은 태권도 열혈팬



‘아랍의 태권 왕자를 아시나요?’ 쭉 뻗은 긴 다리가 하늘을 찌를 것 같다. 모하메드 알타니 카타르 왕자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멋진 앞차기를 선보였다. 박영대 기자
《부리부리한 눈매에 깎아 놓은 듯한 턱선, 떡 벌어진 어깨.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냐 싶었지만 그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우선 강렬한 눈빛에 압도당했다. 중동 국가 왕족의 도도함과 깐깐함은 익히 들어온 터. 인터뷰가 잘 진행될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는 싱긋 웃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편한 친구처럼 대해 주세요.” 그의 이름은 모하메드 알타니(26·사진). 카타르의 젊은 왕자다. 카타르는 인구 62만여 명의 작은 나라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7만 달러(약 8700만 원·2007년)가 넘는다. 》

종합격투기대회 ‘무신’ 참가 알타니 카타르 왕자

킥복싱-가라테 섭렵했지만 태권도 통해 겸손함 배웠죠

페라리 포르셰 운전이 취미 그래도 링 위에 있을때 행복


○ 태권도와 사랑에 빠진 아랍 왕자

카타르에선 모든 분야에 왕실의 입김이 강하다. 왕족은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절대권력’이다. 그러나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만난 알타니 왕자는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물론 왕족으로서 자부심은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특별대우는 내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죠.”

2001년 태권도를 배운 알타니 왕자(3단)는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격투기 대회 ‘무신()’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겸손함을 배웠고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고 말했다. 태권도를 하면서 100kg이 넘던 몸무게는 80kg으로 줄였다.

그는 태권도 외에 킥복싱, 가라테 등을 섭렵한 격투기 마니아. 그는 “상대방은 물론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는 게 격투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웃었다. “귀한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더니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가족도 골프, 요트 등을 즐기라며 말렸죠. 하지만 링에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이제는 그들도 저를 이해하고 든든한 지원자가 됐죠.”

○ “지더라도 행복하다”는 털털한 왕자


알타니 왕자는 이번 방한에 앞서 카타르 대사관의 특별 경호를 거절했다. 보통 왕족들은 10명이 넘는 수행원과 함께한다. 하지만 그는 지인 몇 명과 함께 왔다. 한 명의 믿을 수 있는 친구가 100명의 보디가드보다 낫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카타르에서 일반인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왕자로도 유명하다. 그와 함께 온 윤창영 사범은 “모로코 왕자 등 많은 왕족을 가르쳤지만 저렇게 순수하고 털털한 왕자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아랍 왕족은 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알타니 왕자의 특별한 취미가 궁금했다. 그는 ‘자동차 운전’이라며 들뜬 표정으로 휴대전화 사진을 보여 줬다. 각양각색의 페라리, 포르셰 등 고가의 차량이 그의 개인 차고에 늘어서 있었다. 전용기를 타고 와 특급호텔 한 층을 모두 빌릴 계획이었으나 주최 측의 이목을 고려해 반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알타니 왕자는 전 한국 웰터급 챔피언 한충 씨(39)와 맞붙는다. 한 씨는 최근 “왕자라고 봐주지 않겠다. 2라운드 안에 KO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알타니 왕자에게 그 말을 전하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더라도 악수하고 축하해 줄 겁니다. 이기면 잠시 행복하겠지만 지면 다음에 또 도전할 기회가 있으니 더 행복한 것 아닌가요.”
카타르 왕자, 부상으로 국내 격투기대회 불참
신생 격투기 대회인 '무신()'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카타르 왕자가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했다.

무신 주최사인 엠엑스엠은 모하메드 파이살 살만 J.알타니(26) 카타르 왕자가 6일 훈련도중 오른쪽 손목을 다쳐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무신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태권도를 배우려고 모로코에서 유학 중인 알타니는 입식 타격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복서 출신 한충(39)과 맞붙을 예정이었다.

알타니의 불참으로 이 경기는 무효처리됐다.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1회 대회에는 알타니를 제외하고 총 17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중 태권도 선수는 5명에 불과했으며 우리나라 태권도 선수는 웰터급의 김일권(26)이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