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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기의 사건사고

`바다 밑 643km가 찢어졌다` 칠레를 덮친 `메가트러스트` (조선닷컴 2010.02.28)

"바다 밑 643km가 찢어졌다" 칠레를 덮친 '메가트러스트'

입력 : 2010.02.28 16:55 / 수정 : 2010.02.28 20:05

27일(현지시각) 칠레를 덮친 규모 8.8의 지진은 아이티 지진보다 1000배 가까이 강력했다. 이른바 ‘메가트러스트’(megathrust)라고 불리는 지진이다.

이날 칠레 서쪽 태평양 해저에서는 거대한 판(plate)과 판이 충돌했다. 태평양 쪽의 나스카 판이 대륙의 남미 판과 부딪히면서 그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다. 이 충돌은 400마일(643km)에 달하는 해저 지형을 찢어놓았고, 50기가t의 에너지 발생을 유발했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의 위력(약 57메가t)의 1000배에 가까운 파괴력이다.

이 같은 메가트러스트 지진은 지표 밑에 있는 지각 판들이 마찰하며 가라앉는 ‘섭입대’(subduction zone)에서 주로 발생한다. 칠레 연안의 나스카 판은 남미 판과 부딪히며 매년 80㎜씩 가라앉아 메가트러스트 지진이 잦다. 칠레가 ‘지진 부화장’(hatchery)이라고 불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난 2004년 사망자 23만여명을 발생시킨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강진도 메가트러스트 지진이었다.

이처럼 지진의 규모가 막강했음에도 인명피해는 아이티 참사 때보다 적은 까닭은, 지진발생 위치와 지질의 특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이티 지진의 경우 지표면에서 불과 13km 아래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에 있는 카루프 지역이었다. 그 자체가 인구 밀집지대 바로 밑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반면 칠레의 경우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가 34km로 아이티보다 깊었다. 지표면에 지진이 관측된 진앙지도 칠레의 2대 도시 콘셉시온에서 115km 떨어져 있었다. 수도 산티아고는 진앙으로부터 300km 넘는 거리다.

칠레의 지질이 아이티에 비해 훨씬 단단하다는 점도 피해를 줄였다. 마이애미 대학의 지질학자인 팀 딕슨은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지질은 칠레보다 덜 안정적이어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메가트러스트를 일으키는 판과 판의 충돌. 밀도가 높은 해양판(왼쪽)이 밀도가 낮은 대륙판(오른쪽) 아래로 밀려내려가면서 거대한 지진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