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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기의 사건사고

칠레 지진, 왜 아이티보다 피해 적었나 (조선닷컴 2010.02.28)

칠레 지진, 왜 아이티보다 피해 적었나

입력 : 2010.02.28 17:27 / 수정 : 2010.02.28 17:39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판의 분포를 나타낸 지도.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불의 고리'다. 칠레는 나즈카 판과 남아메리카 판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다.

27일(현지시간)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은 지난달 12일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 지진보다 800∼100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파악된 칠레의 인명피해는 사망자만 최대 30만명에 달했던 아이티 지진과 달리 수백명 정도로 추산된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연간 200만 건의 지진 발생…철저한 준비

전문가들은 우선 칠레가 잦은 지진 피해를 겪으면서 그동안 철저히 준비해 온 점을 꼽았다. 칠레에는 몸으로 느낄 수 없는 무감(無感) 지진을 포함해 연간 200만번의 지진이 발생한다. 규모 8.0 이상의 강진도 연 1회 이상 발생한다. 이 탓에, 국가 전체가 지진에 언제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지진에서 사망자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이유로 국가의 ‘준비된 상태(preparedness)’를 들며 칠레 정부와 국민들은 긴급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진(耐震) 설계 적용한 건물들

지진에 강한 기반 시설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신 발굴작업이 진행되면 사망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많은 건물들이 내진(耐震) 설계로 지어진 덕분에 지진 충격에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아이티에서는 대부분 건물들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진원·진앙이 인구 밀집지역에서 멀어

지진 피해가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집중됐던 아이티와 달리 피해가 수도 산티아고에서 325㎞ 떨어진 곳에 집중돼 인구 밀집지를 피했다. 또 지진 에너지가 주변부로 전달될 때 상당히 소멸된 점도 지진 피해를 줄인 이유로 꼽힌다.

칠레의 경우 진원(震源)이 지하 34㎞ 지점이지만, 아이티는 지표면에서 불과 13㎞ 깊이에서 지진이 발생해 위력이 막대하게 전달됐다. 칠레 지진은 또 진앙(진원이 지표면과 수직으로 만나는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콘셉시온이 115km 떨어져 있는 반면, 아이티 지진의 진앙은 포르토프랭스에서 불과 15km 떨어져 있었던 점도 피해 규모가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진 직후 르네 프레발 대통령의 도피설이 나돌 정도로 아이티 정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진 발생 수시간만에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며 발빠른 대처에 나선 것도 양국의 차이로 꼽힌다.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의 칠레 국토는 태평양을 둘러싼 지진대(地振帶)인 ‘불의 고리(the Ring of Fire)’ 위에 위치한다.

길이가 약 4만km에 달하는 이 지진대에서 칠레 국토는 나즈카 판과 남아메리카 판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표면은 ‘판’이라고 불리는 여러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판이 이동하며 다른 판과 충돌하면 지각변동이 발생한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의 90% 정도가 이들 판이 만나는 경계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