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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아세안을 뚫어라> ⑤ 캄보디아 (연합뉴스 2009.10.18)

<아세안을 뚫어라> ⑤ 캄보디아(끝)
캄보디아 공장 근로자들 모습(AFP=연합뉴스,자료사진)

韓 IT강점 이식해야.."메콩강 개발 참여.농촌개발 모델 보급도 고려해야"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이자 2000년대들어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국가," "만성적 재정적자 상황에서 적자 대부분을 해외원조로 보전하는 나라," "메콩강 유역국의 하나로 앙코르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면서도 간혹 태국과 국경분쟁을 벌이는 나라."


국제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를 금방 알아챌 것이다. '킬링 필드'와 앙코르왓트로 유명한 캄보디아다.

우리에게 동남아 관광지로만 인식되어온 캄보디아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다. 이는 훈센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집권세력의 권력 공고화로 정치적 안정을 이룬데다 목재, 고무, 쌀 등 자원이 풍부하고 1천449만명의 인구를 가진 유망투자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더구나 인근 베트남과 함께 연평균 9%대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캄보디아는 지정학적인 관계로 정치.군사적으로는 베트남의, 경제적으로는 태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지난해 캄보디아의 수출실적은 43억1천200만달러로 섬유.봉제, 목재, 고무, 쌀, 수산물, 신발, 담배 등이 주류를 이뤘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미국(53.9%), 독일(7.7%), 캐나다(5.9%), 영국(5.4%), 베트남(4.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수입은 63억7천만달러로 석유화학제품, 금, 담배, 건설자재, 기계류,자동차, 의류 등이 주로 수입됐으며, 주요 수입국으로는 태국(27.5%), 중국(16.2%), 베트남(15.4%), 홍콩(8.3%), 싱가포르(7.1%) 등의 순이었다.

수출통계만 놓고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의존도가 70%를 넘어선다. 그러나 이는 이들 국가에서 값싼 캄보디아산 섬유.봉제류와 신발류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을 뿐 실제 경제협력면에서는 눈에 띌만한 것이 그다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들어 일본과 중국의 캄보디아 협력 강화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캄보디아에 대한 일본의 지원 규모는 ODA(공적개발원조)를 포함해 모두 17억400만달러로 공여국 가운데 가장 크다.

캄보디아에 대한 일본의 협력 강화 움직임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만한 것이 다름아닌 일-메콩유역국 외무장관회의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캄보디아 서북부 시엠레압에서 개최된 이 회의는 지난 2007년 시작된 '일-메콩유역 동반자 프로그램'의 연장사업으로 지난해 도쿄회의 이후 두번째로 개최됐다.

이 회의는 중국의 남진정책과 이에 따른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이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 메콩강 유역국들에 대한 인프라 구축 지원, 투자 확대, 인력자원 개발 및 청소년 교류 확대 등 경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무기로 중국의 융단폭격식 진출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일본은 자칫 '제2의 대동아공영권'구축 시도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근원적인 접근(silent, soft but fundamental approach)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생산기지를 둔 태국을 통해 전기.전자 등 캄보디아의 고급 소비재시장을 석권한 일본은 바이오 에너지 등 부가가치가 높고 장기투자가 가능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와 무역투자협정을 체결하는 등 안정적인 틀(frame)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진출 역시 가속화되는 추세다. KOICA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캄보디아에 대한 중국의 유.무상원조는 4억3천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이 정확한 대외원조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는 특성을 고려할 때 실제 지원 규모는 최소한 2∼3배를 상회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07년 6억달러, 지난해 2억6천만달러를 캄보디아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 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부문에서도 10억달러를 공약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광역 소비지 확대와 안정적인 자원 확보와 운송 등을 위한 도로,항만, 철도, 수력발전소, 유전.가스전 개발 등 SOC와 자원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훈센은 중국의 지원으로 지난달 개통된 교량 준공식 연설을 통해 "중국은 말이 없는 가운데서도 다리와 도로를 건설해주며, 복잡한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며 중국을 추어올렸다. 그는 이어 "양국 간에는 상호이해와 상호존중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캄보디아의 정치적 결정을 존중한다"고 강조한 뒤, 수력발전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우위를 지닌 가격경쟁력과 파격적인 조건 및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터를 닦아온 화교경제권과 연합을 통해 캄보디아 내에서 세력을 빠르게 확대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과 중국의 이런 빠른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캄보디아에 대한 한국의 지원과 투자는 여전히 미미하다. KOICA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ODA와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등 유.무상지원은 1억5천600만달러(무상 4천600만달러, 유상 1억1천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수출입은행 통계를 보더라도 캄보디아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는 지난해 6월 누계기준으로 14억4천만달러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호텔, 카지노, 리조트 등 서비스업종에 집중돼 SOC나 자원개발 같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캄보디아경제 전문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정재완 박사는 일.중의 이런 공세에 대한 한국의 대응책은 상생(win-win) 및 동반성장, 캄보디아의 사회.경제적 특징 활용, 한국의 장점 활용 등 3가지로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캄보디아가 초기개도국이자 기술.자본.인력 부족국인 특성을 고려해 민간 베이스보다는 ODA나 EDCF등 정부 차원의 협력을 우선 실시한 뒤, 민간 협력을 확대하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민간기업 진출의 종자돈(seed money)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과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 이행 및 활용률 제고 ▲상징적인 의미가 크면서도 잠재력이 높은 메콩강유역개발 프로그램 참여와 공여국으로서 역할 확대 ▲증권시장 및 금융산업 전산화, 전자정부 구축 등 한국의 IT 강점 활용 ▲농촌마을의 종합적 개발을 위한 캄보디아형 농촌개발 모델로 새마을운동 보급 등도 고려할만하다고 강조했다.

또 풍부한 녹색성장잠재력을 활용하는 사업과 석유 및 석유화학,수력발전, 목재 등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진출도 유망협력 분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