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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대륙 곳곳에 명품 백화점… 인터넷 쇼핑 확산 (주간조선 2010.01.30 02:55)

대륙 곳곳에 명품 백화점… 인터넷 쇼핑 확산

23세 여대생… 피자헛에서 저녁 먹고 스타벅스 커피 한잔 아이맥스로 '아바타' 감상
29세 무역회사 직원… 루이비통 핸드백에 삼성 46인치 LCD TV 아기는 네덜란드산 분유

#1 중국 중부 우한(武漢)시의 중남재경정법대학(中南財經政法大學)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는 쑤엔하이란(玄海蘭·23)은 영화 '아바타(Avatar)'를 벌써 두 번이나 봤다. 친구들과 3D(3차원·90위안)로 영화를 봤지만 성에 차지 않아 지난주 아이맥스(IMAX·120위안) 상영관을 다시 찾았다. 예전에 이 대학 학생들은 학교에서 2편에 5~10위안에 상영하는 영화를 주로 봤지만, 작년부터는 교내 극장엔 거의 안 간다는 게 그녀의 설명.

지난 주말에는 친구들과 학교에서 택시로 20분쯤 떨어진 '쓰제청(世界城)' 쇼핑몰에 갔다. 친구가 장만하려는 옷을 함께 골라준 쑤엔하이란은 피자헛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스타벅스 커피를 한 잔 마신 뒤 기숙사에 돌아왔다.


#2 우한시 중심상업지구에서 택시를 타고 외곽으로 30분쯤 달리자 10층쯤 되어 보이는 아파트 촌(村)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사는 외국계 무역회사 직원 장웬(張雯·29)의 집에 들어가 보니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는 180도 달랐다.

삼성전자 46인치 LCD TV, 지멘스 세탁기, 보쉬 냉장고…. 거실을 흰색으로 깔끔하게 꾸민 집은 최신 가전제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여기에 영화 관람을 위해 거실에 설치한 샤프 프로젝터와 서재 책상에 놓인 최신형 IBM 노트북까지. 냉장고는 수입품 전문 매장에서 사온 한국산 사탕·과자와 일본산 요구르트로 채워져 있었다. 4개월 전에 태어난 아들을 위해 주방에는 네덜란드산 수입 분유와 미국산 칼슘 보충제가 놓여 있고, 기저귀는 한국산 수입품만 사용한다.

루이비통 핸드백을 든 그녀는 2년 전에 구입한 1800cc급 중형 승용차를 타고 남편과 함께 출근한다.
프랑스계 IT 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까르띠에 지갑과 오메가 시계를 하고 다닌다. 부부는 100㎡ 짜리 아파트를 85만 위안(약 1억4000만원)에 장만할 계획도 갖고 있다. 부부 합계 한 달 소득은 1만8000위안(약 300만원).

"소득에 비해 지출이 너무 큰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녀는 "생활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주택 구입비는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된다. 자기 돈으로 집사면 바보 소리 듣는다"고 말했다.


'원바오' 시대에서 '샤오캉' 시대로

맥킨지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GDP 대비 소비 비중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실효성 있는 전략의 하나로 '소비자가 양질의 제품들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소비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을 꼽았다.

그동안 2급, 3급 도시의 경우 사고 싶어도 살 만한 물건도, 매장도 없어 소비가 저조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내륙의 2·3급 도시에도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 선진형 소비 인프라가 갖춰지고 홍콩이나 베이징·상하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제품을 쉽게 접하게 되면서 잠재됐던 소비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장웬은 "2~3년 전부터 우한에 해외 유명 브랜드 매장이 생기면서 친구들도 명품 핸드백이나 지갑은 2~3개 정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 이랜드 중국법인의 마케팅 담당자인 웡옌(翁燕·여·32)은 "예전에는 옷 한 벌로 해결했다면 요즘은 출근·여행·운동용으로 구분해서 사는 게 중국 소비자들"이라고 말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소득이 늘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소비 트렌드도 급변하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원바오(溫飽)' 시대에서 더 나은 생활환경과 세련된 취향을 추구하는 '샤오캉(小康)'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20일 오후 우한시 항쿵루(航空路)에 있는 수입품 전문매장 '썽훠지창(Theater)'. 빨간 벽돌로 아늑하게 꾸며진 이곳에서 현지 소비자에게 최고 인기 상품은 한국에서 수입한 '신선 우유'이다. 1L 기준으로 중국 현지 제품(15위안)보다 두 배 이상 비싼데도 진열되자마자 동날 정도이다. 매장 직원 왕샹하이(王湘海)는 "유통 기간이 긴 중국산 우유는 첨가제가 들어간 반면, 한국산 우유는 신선도가 좋기 때문에 먼 곳에서도 일부러 찾아온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생활의 향유', '삶의 질', '녹색 생활' 등의 단어가 유행어처럼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신문에서는 음식·운동·여행 정보를 담은 '녹색 생활'이라는 주말 섹션까지 생겼다. 외국계 IT 업체에 다니는 한 중국인은 "이제는 중국 주변의 웬만한 나라는 모두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는 게 고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중국 소비자는 '보물찾기' 중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은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라'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소비자의 특징을 '트레이딩 업(Trading up)'과 '보물찾기(Treasure hunt)'라는 두 조어로 요약했다.

'트레이딩 업'이란 자신이 애착을 느끼고 자기에게 만족감을 주는 특정 상품에 대해서는 자기 소득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돈을 쓰는 것을 말한다. 또 '보물찾기'는 가격 대비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을 말한다. 그런데 두 특징은 서로 상반되지 않는다. 즉 중국 소비자들은 고가 제품을 구매할 때조차도 가격 대비 높은 가치를 지닌 제품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똑똑한 소비자'라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의 급격한 확산도 이런 성향에서 비롯된다. 회사원 천쓰(陳思·28)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30위안에 소설책 두 권을 샀다. 일반 서점에서의 가격은 60위안. 그는 "친구들 대부분이 실제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살펴본 뒤 인터넷에서 가장 싼 가격에 골라 구입한다"며 "값이 싸고 집으로 배송까지 해주는 인터넷 쇼핑몰이 20~30대 직장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소비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3억8400만명으로 1년 만에 28.9% 급증하면서 미국을 추월했고, 중국 인터넷 쇼핑 이용자는 1억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높아지는 중국인들의 소비 욕구를 제한하는 요인도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육아·교육비가 그것이다. 우한 시내 아파트 가격은 3.3㎡(1평)당 2만6400~3만3000위안(약 450만~560만원). 대학 졸업자의 평균 월급이 3000~4000위안(약 51만~6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외국계 한 제조업체에 다니는 리천(李琛·26)은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더 높이 올라 2~3년보다 생활이 더 나아졌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집을 장만하려면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모두 참고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식은 하나씩뿐이지만 보통 가정에서 육아비로 한 달에 쓰는 비용이 약 2000위안(36만원). 작년에 결혼한 천쓰는 "부모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는 사람이나 고소득 맞벌이 부부인 경우와 그렇지 못한 가정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다"며 "이런 부담 때문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거나 아이를 조금 늦게 낳으려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