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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오자와 "사죄해야할 역사적 사실 (조선일보 2009.12.14)

오자와 "사죄해야할 역사적 사실 있다"

방한중 잇따라 '親韓발언'… 시진핑의 日王 면담도 파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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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일본 신문들이 들고 일어났다. 마이니치(每日)·요미우리(讀賣)·아사히(朝日)신문 등 3대 종합지가 사설에서 "덴노(天皇·일왕)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는 "정권의 폭주가 위험 수역에 들어갔다"고 경고했다. 14일 예정된 일왕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회견을 둘러싼 일이지만, 화살은 일본 정계 최고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의 친중(親中) 노선을 향하고 있다.

일왕 회견은 중국측 요청이었다. 문제는 요청 시점이 방일 일주일 전으로, '한 달 전에 요청해야 한다'는 왕실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것이다. 7일 궁내청(왕실 사무를 관장하는 부처)은 이 요청을 거절했었다. 하지만 9일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대사가 급히 오자와 간사장을 방문한 직후 승낙이 떨어졌다. 오자와 간사장은 다음날 국회의원 143명 등 643명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베이징(北京)에선 대형버스 17대가 이들을 맞았다. 일본 언론은 "다이묘(大名·봉건영주) 행차"라고 비유했다.

할 수 없이 일왕 면담을 승낙한 궁내청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감'을 표했다. 오자와의 노골적인 친중 압력에 맞서 일본 사회에 뿌리깊은 반중(反中) 여론에 불을 지른 것이다. 이런 반발과 비판은 예상된 일이었다. 일본은 전후(戰後) 일왕 외교의 정치적 이용을 금기로 여기고 있다. 오자와 간사장은 이런 비판을 감수하고 불문율을 깬 것이다.

오자와가 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파격'을 밀어붙이는 데는 큰 외교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은 '동아시아공동체'를 주창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노선과 비슷하다. '아시아 중시'에 관해선 총리와 간사장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부주석과 일왕 회견도 당초 하토야마 총리가 강력히 밀어붙인 사안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민주·사민·국민신당 등 연립 3당이 오키나와 기지 이전 문제를 미국과 재협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가에선 민주당 정권의 친중 움직임을, 강공(强攻)으로 일관하는 미·일 외교의 함수 속에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친중 카드를 대미(對美) 관계 재구축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오자와 간사장은 12일 한국에서 "한국 국민이 환영한다면 (일왕 방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왕 외교는 총리·외무장관 사안으로 간사장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참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역시 일본 내에 반대 여론이 만만찮은 사안들이다. 중국에 그랬듯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 한국이 원하는 '립서비스'를 아낌없이 해준 것이다.

[그래픽] 오자와의 동북아 순방

기고자:선우정 본문자수:1577 표/그림/사진 유무: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