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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中·日실세 시진핑·오자와, 韓·中·日 상호 방문 (조선일보 2009.12.14)

中·日실세 시진핑·오자와, 韓·中·日 상호 방문… 긴밀해지는 동북아 3國

시진핑 "경제가 韓·中관계 원동력… FTA 추진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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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의 정계 실세들이 한·중·일 3국을 상호 방문하면서 동북아 외교 지형도가 움직이고 있다. 일단 3국 관계가 급속도로 긴밀해지는 형국이다. 전세기 5대로 방문단 643명을 싣고 중국으로 날아갔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일본 집권당 간사장은 12일 한국에서 일본의 과거 한국 지배를 사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은 14일부터 일본과 한국 방문길에 오른다. 일본에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들고 나온 '아시아중시' 정책에 호응하고 일왕도 면담할 예정이다. 시 부주석은 16일 한국에 도착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으로 한·중 FTA를 조속 실현하자고 강조할 예정이다. 오자와 간사장은 현재 일본 정계의 최고 실력자이고 시진핑 부주석은 3년 뒤 중국 최고 지도자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아시아중시'와 '구동존이'가 한·중·일 '삼국지'의 새 키워드로 떠올랐다.

"한국은 좋은 이웃이자 친구, 동반자이다. 4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민들이 부지런하고 지혜로우며 열정적이고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중일 관계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집권 이후 양호한 발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양국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중국의 차세대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56) 국가 부주석은 14일부터 시작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베이징 주재 한국과 일본 특파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시 부주석은 집단지도체제인 중국에서 최고 의사결정집단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9명)의 일원이면서 오는 2012년 중국 공산당 제18기 당대회에서 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뒤를 이을 것이 확실시되는 인물이다. 집권하면 오는 2022년까지 10년간 중국을 이끌게 된다.

시 부주석의 이날 인터뷰는 그로 대표되는 중국 5세대 최고지도부의 외교 노선 및 행태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잖았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해외 방문 전에 해당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는 것은 전례가 별로 없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시 부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차세대 지도부가 국제무대에서 좀 더 개방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 부주석은 집권시 자신의 대(對)아시아정책 구상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그는 '
하토야마 총리의 동북아공동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본 정부가 동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적극적 자세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구상은 이 지역 각국이 추구하고 있는 아시아 일체화라는 큰 흐름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동북아공동체보다 더 큰 범위의 '아시아 일체화'를 제시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는 지구 상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고 전도가 밝은 곳 중의 하나이다. 한·중·일 3국의 협력이 이 지역 발전과 세계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아시아 주도론'을 내세웠다.

양국에 대한 각별한 친근감도 과시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번 방문시 제주도에서 진시황의 사자(使者)로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왔다는 서복(徐福) 전시관을 찾은 적이 있다. 양국 교류의 역사는 그만큼 깊다. 수교 이래 양국 간 인적 교류는 백화제방(百花齊放·모든 꽃이 일시에 핀다는 뜻)의 추세"라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푸젠(福建)성, 저장(浙江)성 등 (내가) 근무한 곳이 모두 일본과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라며 "오키나와(沖繩)와 나가사키(長崎)를 방문해 많은 일본 친구를 사귀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이 주창하는 동북아공동체론과 관련, "동북아공동체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으로 현실에 기반을 둬야 할 뿐만 아니라 멀리 봐야 한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서로 소통을 통해 공통된 인식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먼저 실천으로 공감대를 만들라는 촉구성 발언이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조속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착수를 요청했다. 시 부주석은 "경제무역 분야는 한중 관계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라며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점을 우선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 둠)'의 정신을 바탕으로 각자의 산업 수요와 수용 능력을 결합해 FTA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중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이 한·중 FTA에 대해 소극적인 것을 염두에 둔 말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부주석의 이번 아시아 순방을 차기 지도자로서 본격적인 외교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가까운 이웃이자 미국의 동맹국이기도 한 한국과 일본부터 관계를 다져두겠다는 중국공산당의 '근린(近隣)' 외교 전략을 바닥에 깔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시 부주석이 올해 남미와 동유럽 등을 순방했지만 비중 있는 외교 일정은 아니었다"며 "이번 한·일 순방을 통해 차기 최고지도자로서 실질적인 외교 행보를 시작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