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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자원전쟁

북한 희토류 매장량, 알고보니 세계 2위 (시사인 2012.11.26 08:08:22)

북한 희토류 매장량, 알고보니 세계 2위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세계 2위 매장량의 희토류가 있다. 광석 1t당 희토류 함유량 역시 매우 높다. 그러나 많은 양이 개발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국제적인 호텔 체인 켐핀스키 그룹의 레토 위트워 회장(64·스위스)이 생뚱맞은 방한 인터뷰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 지난 6월 공사가 중단되다시피 한 평양 류경호텔 재단장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내년 7∼8월 150석 규모로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류경호텔이 완공되면 공사를 맡았던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소유권을, 켐핀스키가 운영권을 가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 말에 류경호텔 관련 투자 유치를 담당하고 있는 북한 측 인사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시사IN>이 베이징에 있는 대북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미 지난 6월 초 오라스콤과 북한의 계약 관계는 끝났고, 북한은 현재 류경호텔 공사 마무리를 위해 두 군데 다른 국제적 호텔 체인과 투자 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Reuter=Newsis
사진은 중국 장시성 난청현 광산에서 희토류 광석을 운반하는 한 노동자.


켐핀스키 그룹같이 널리 알려진 호텔 체인의 책임자가 어떤 이유로 이런 얘기를 하게 됐는지 즉각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의 얘기 중에도 눈여겨볼 만한 구석은 있다. 바로 북한 희토류와 관련한 부분이다. 위트워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데 오라스콤이 희토류 개발권도 가졌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오라스콤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그 앞부분, 즉 북한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다고 한 점이 바로 주목할 부분이다. 그동안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이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는 얘기는 많았지만 서방의 주요 경제계 인사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라고 콕 집어 말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렇다면 그의 이 말 역시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걸까.

비교적 최근 북한 측이 정리한 희토류 관련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 규모는 그의 주장대로 세계 2위에 육박한다. 북한 광물자원에 대한 가장 새로운 탐사정보를 취합하고 있는 곳은 바로 합영투자위원회이다. 합영투자위원회는 북한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만든 기관인데, 광물자원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다. 즉 2010년 7월 합영투자위원회가 만들어진 이후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했으나 실적이 저조했다. 뭔가 해외 투자자를 유인할 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내 광물자원 개발권을 합영투자위원회에 몰아줬고, 합영투자위원회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대가나 담보로 광산 개발권을 주는 형태로 협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탐사 정보를 종합하고 새로운 탐사자료를 추가하는 식으로 최신 광물자원 정보를 합영투자위원회가 갖게 된 것이다.

 

   
 


매장량 대부분 4개 광산에 집중


희토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북한 희토류와 관련한 가장 새로운 자료는 지난 3월 합영투자위원회가 작성한 두 건이다. 하나는 희토류 현황을 전반적으로 설명한 것이고 또 하나는 대표적인 희토류 광산인 황해남도 청단군 덕달리와 평안북도 정주시 광산에 대한 탐사 자료다. 

먼저 희토류 현황부터 살펴보자. 북한은 희토류가 매우 풍부한 나라다. 광물 매장량으로는 10억t 이상이며, 이 중 희토류 산화물만으로 따지면 약 4800만t이라고 한다.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타넘(란탄)계 원소 15개와, 21번인 스칸듐(Sc), 그리고 39번인 이트륨(Y) 등 총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그런데  이들 원소는 자연계에 존재할 때 경제성이 있을 정도로 농축된 형태로 산출되지 않고 다른 광물 속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여기서 광물 매장량이라고 하면, 희토류 원소를 포함한 광물질의 총량을 뜻한다. 합영투자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희토류 광물은 모두 250여 종이 알려졌는데, 그중 산업적 의의를 가진 것은 50여 종이다. 이 중 북한이 가진 주요 희토류 광물은 불소탄산세륨광, 모나즈석, 인규세륨광, 갈렴석, 인이트륨광, 이온형광 등 10여 종이다. 북한 측의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주로 활용되는 희토류 광석은 불소탄산세륨광과 모나즈석이라 할 수 있다. 북한에는 불소탄산세륨광을 포함한 알칼리 섬장암류들이 여러 곳에 분포하며(북한은 불소탄산세륨광의 세계 5대 산지 중 하나로, 그 매장량이 약 1500만t(함유량 0.39%)에 이른다), 주로 바닷가나 강가의 모래에 많은 모나즈석 역시 동서 해안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 또한 화강암이나 편마암이 분포되어 있는 구역의 골짜기에도 모나즈석이 많이 존재한다.

이처럼 희토류 원소를 포함한 광물질의 양이 약 10억t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희토류 성분 원소의 양이 약 4800만t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미국 국가지질국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왼쪽 표 참조)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 1위인 중국이 8900만t, 그다음인 독립국가연합이 2100만t, 그다음 미국이 1400만t으로 돼 있다. 그리고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 자원화하는 바람에 일본이 대체 구입처로 정한 인도는 고작 130만t으로 돼 있다. 따라서 합영투자위원회 자료가 사실이라면 북한 희토류 매장량 4800만t은 명실공히 세계 2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광물자원공사가 북한 광석 샘플을 분석한 결과 희토류 함유량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이 4800만t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희토류가 고작 4개 광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합영투자위원회는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북한의 대표적인 희토류 광산 4군데에 대한 탐사 자료를 공개했는데, 그중 제일 큰 황해남도 청단군 덕달리 광산이 약 2000만t 이상, 두 번째인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의 희토류 광산이 1700만t 규모다. 그리고 강원도 평강군과 김화군에 있는 나머지 두 개 광산의 합이 약 1100만t 규모다. 이처럼 4대 광산 하나하나의 매장량이 웬만한 국가 전체의 매장량을 능가하거나 맞먹을 정도이다.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중국의 경우도 매장량의 거의 90%를 네이멍구(내몽고)자치구 바오터우 시의 바이윈어보 희토류 광산이 차지한다는 점을 볼 때, 이 역시 터무니없는 내용이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 희토류 자원의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일까. 합영투자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란탄계 15개 희토류 중 주로 앞부분의 7개 원소를 뜻하는 경희토류가 약 97%에 이른다고 한다. 경희토류는 원자번호가 작은 원소들로 가벼운 반면 상대적으로 이온반경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조명등용 3색 형광분말, 농업용 희토류, 보건의학용 희토류 생산에 유리하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가장 많은 희토류 원소는 배터리 촉매제로 주로 사용하는 란탄(La)과 세륨(Ce), 그리고 LCD 디스플레이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이트륨, 하이브리드 자동차 영구자석에 많이 들어가는 디스프로슘(Dy) 등으로 세계 2∼3위 매장량을 자랑한다.

또한 희토류 광석을 선광해 처리할 경우 알루미나, 규산질 비료, 칼륨(칼리) 비료 등 경제성 있는 부산물을 동시에 얻을 수 있고, 탄탈·나이오븀·세슘·토륨같이 희토류보다 더 값비싼 원소들도 동시에 채굴된다는 점, 그리고 광산이 채굴하기 손쉬운 곳에 위치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 등이 특징이라고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바로 희토류 성분 함량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정하면서 희토류의 국제 가격이 급등했던 2010년 11월께 국내의 한 대북 사업체가 북한산 희토류 광석 샘플을 구해 광물자원공사와 세라믹연구소 그리고 내몽고, 일본 등 4군데 연구소에 보내 분석한 결과 t당 희토류 함유량이 중국산은 6g인 데 비해 북한산은 23g으로 4배 가까이 많았다. 북한산 희토류 광석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북한과 희토류 공동개발을 탐색한 바 있는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들 역시 인정한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우수성 인정


두 군데 대표적인 희토류 광산에 관한 탐사보고서를 통해 북한 희토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해보자. 먼저 황해남도 청단군 덕달리 광산. 위치는 해주시 학현동에서 평천군으로 가는 3등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20㎞, 청단역에서 북쪽으로 18㎞ 떨어진 곳에 있다. 광산 구역 중앙에 해발 148m 높이의 덕달산이 있고 이 산의 정상 부근에 광체(채굴했을 때 경제적 가치가 있을 정도로 연속적이고 뚜렷한 광석의 발달 구간)가 모여 있다. 광산 주변에 2000㎾ 용량을 가진 덕달변전소가 위치해 동력 확보에 용이하다. 그러나 공업용수가 부족해 동쪽으로 4㎞ 지점에 있는 저수지 물을 끌어들이는 공사가 필요하다. 1990년대 일본 측이 주로 개발을 진행해왔으나 공산권에 대한 전략 물자 반출을 제한하는 바세나르 협정 발효 후 철수했다. 1998년 2월 지질총국 산하 제9 답사단에서 지표조사를 통해 덕달산 주변에 칼륨 자원이 있다고 평가했고, 2000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황해남도 덕달 답사대가 광산 부근에 대한 세부조사를 진행해왔다. 이 같은 조사 결과 희토류 원석의 총량이 약 2억8920만t이고, 희토류 성분만 2000만t 이상이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곳에서 생산 가능한 희토류는 주로 LCD 디스플레이 등의 형광물질로 사용하는 이트륨과 배터리 촉매제용인 란탄과 세륨,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영구자석에 사용하는 네오디뮴(Nd)과 디스프로슘 등이다.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의 희토류 광산은 정주시 용포리를 중심으로 고현리와 구성시 청송리 일대의 넓은 구역에 있다. 광산이 위치한 곳은 산지 지형으로 비교적 깊은 골짜기들과 비탈이 급한 산릉선들로 되어 있다. 해발 140~200m. 골짜기와 하천의 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고, 3㎞ 떨어진 변전소에서 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1961년부터 지표지질 조사와 지구화학 탐사 및 시추 탐사 등을 통해 희토류 광산을 찾아왔다고 한다. 현재까지 지르코늄만 소규모 채굴했을 뿐 희토류 광물은 전혀 개발하지 않았다. 주로 6개 광체로 이루어졌고, 인회석·인세륨광·불소탄산세륨광 등이 주요 광물이다. 희토류 원소 매장량은 1700만t에 이른다.

북한의 희토류 공업은 1980년대에 창설되었고, 2000년대 중반 조선희토류센터를 통해 희토류 자원의 지질학적 특성과 개발 과정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해왔다. 특히 국방위원회 산하의 용악산종합회사는 1988년 ‘조선국제화공합영회사’를 설립해 희토류 원광과 금속 및 산화물 등을 홍콩·중국·일본·유럽으로 수출해왔고, 함경남도 함흥시에는 전 세계에 몇 곳만 존재하는 희토류 제련소까지 갖추고 있다.

 

북한 방문한 구글 회장, 관심은 희토류?

 (시사인 2013.01.21  03:21:28)

 

1월7일부터 3박4일간 이루어진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일행의 방북에 대해 본인들은 북한에 억류 중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 석방 교섭이라는 인도주의적 목적을 내세웠다. 그리고  미국 국무부는 몇 번에 걸쳐 시기상 부적절하다고 코멘트하는 식으로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한국의 정권 인수인계 시점에 이루어진 그들의 방북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

   
ⓒAP Photo
빌 리처드슨 전 주지사(위 왼쪽)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위 오른쪽) 일행이 1월7일 북한에 도착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과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몇 차례 활약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그의 평양 체류에 대해서는 여러 뒷말이 오가기도 했다. 이번에도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을 둘러싸고 마치 ‘핵실험을 유도하는 듯한’ 미국발 보도들이 등장하는 와중에 그의 방북이 이뤄져 찜찜하게 생각하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남한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게 되면 새 정부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정책을 구현하기도 전에 핵실험 국면에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주도권을 누가 쥐게 될지는 자명한 일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 역시 복선이 깔려 있다고 보는 시각들이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회장이 북한 같은 인터넷 불모지에 가는 이유가 현재까지 모호하기만 한데, 그것은 구글을 인터넷 기업으로만 인식한 데서 온 착시 현상이라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4월 소행성에 우주선을 보내 광물 자원을 채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최근 들어 부쩍 자원 개발에 관심이 많다. 이번 방북 역시 북한과 자원 개발 문제를 협의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은 희토류 매장량에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할 정도의 자원 대국이다(<시사IN> 제271호 참조).

미국 대기업 중에도 북한 자원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 꽤 있는데 슈미트 회장이 그들을 대리해 움직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