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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자원전쟁

석유시대 정점 임박..'퍼펙트스톰' 오나 (머니투데이 2013.08.04 17:34)

석유시대 정점 임박..'퍼펙트스톰' 오나

도이체방크, 국제유가 급락 '퍼펙트 스톰' 경고
英 이코노미스트 "석유는 '어제의 연료'...수요 정점"

 

석유시대가 정점을 지났다는 진단이 확산되고 있는 사이 국제 유가 하락이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투자노트에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을 경고했다.

도이체방크는 구조적 요인과 최근 수급 여건에 따른 변수가 조만간 국제유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려 미국 증시를 강세 흐름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S&P500지수의 핵심인 에너지와 제조업종의 주가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미국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맞으면 국제 금융시장도 혼란을 피할 수 없다.

도이체방크는 국제유가 급락 요인으로 구조적인 문제부터 짚었다. 재고가 더 이상 줄지 않고 있다는 것. 도이체방크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집결지인 미국 쿠싱 지역의 원유 재고가 최근 감소 행진을 멈추고 수평을 유지하거나 일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가 치명적이다. 성장세 둔화는 일차적으로 중국의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져 브렌트유의 가격 하락 요인이 된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부진은 미국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까지 악화시켜 WTI 수요마저 감소시킬 수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석유정제 마진이 줄고 있는 것도 석유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공급 측면에서는 국제유가 강세 요인이 더 많지만 이 요인들 가운데 한둘만 해소돼도 공급이 크게 늘어 유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란이 핵 개발과 관련해 협상에 나서 서방의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가 해제되면 유가가 급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신호에서 석유에 대한 전 세계의 수요가 정점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또 석유가 '어제의 연료'가 되는 것은 생산자들에겐 악재지만 다른 모든 이들에게는 굉장한 호재라며 도이체방크와는 사뭇 다른 분석을 내놨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은 전세계 석유 수요가 앞으로 상당기간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을 일축하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 주요 기관은 중국과 인도 경제의 성장에 힘입어 전세계 석유 수요가 한동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석유 메이저인 영국의 BP도 전세계 석유 수요가 현재 하루 8900만배럴에서 2030년에는 1억40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데 대한 논의가 이미 몇 해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선진국의 석유 수요는 2005년부터 줄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중국과 인도가 글로벌 석유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셰일석유 개발과 전기 등 친환경 연료를 쓰는 자동차의 개발은 전세계의 석유 수요를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씨티그룹은 친환경자동차 기술 수준이 연평균 2.5%씩만 개선되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전 세계 원유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반대로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인하 등 석유 소비를 자극할 변수들도 있지만 환경 문제 때문에 석유 수요를 늘리기는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석유시대의 종언은 사우디와 러시아, 석유 메이저업체 등 그동안 석유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들에게는 시련이 되겠지만 석유를 사용하는 수요자들에게는 대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