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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시안경, 여전히 국내서 판매중…전문가에 물어보니 (중앙일보 2009.06.18)

투시안경, 여전히 국내서 판매중…전문가에 물어보니

2009년 06월 18일 (목) 00:05 중앙일보

사람의 알몸을 볼 수 있다는 광고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중국산 '투시안경'. 진짜로 투시가 가능한 지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팽팽하다.


중국에 본사를 둔 '아이글라시스 테크닉(Eyeglasses-technique)'이라는 업체가 최근 한국어로 된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해 투시안경을 팔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설마'하며 궁금해하고 있다. '가짜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투시 안경이 국내에 상륙하자 호기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투시 안경으로 진짜 알몸을 봤다는 후기는 전해지지 않았다.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는 후기를 가장한 광고 글이나 '카더라'식의 불분명한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안경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투시안경, 국내 또 다른 사이트서도 판매 = 아이글라시스 테크닉사의 국내 사이트는 지난 15일 폐쇄됐다. 이후 투시 안경 유통이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취재 결과 17일 현재 국내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투시 안경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었다.

사이트에는 "투시 100%. 투시 안경 매주 한정판 200개 판매. 내 맘대로 보고 싶은 상대의 속살 곳곳을 나체로 볼 수 있습니다. 길거리, 지하철, 해수욕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투시 안경' 항목을 클릭하니 뿔테형 안경이 색깔 별로 10여 종 소개됐다. 가격은 55만원. 먼저 폐쇄됐던 사이트에서는 투시 안경이 18만~25만원 수준에서 판매됐지만 이 사이트의 제품들은 그보다 비쌌다. '투시 글라스' 품목에는 선글라스 형 제품이 소개됐다. 외관은 일반 선글라스와 달라 보이지 않았고 가격은 65만원이라고 적혀있었다.

구입 신청을 누르자 성명과 전화번호, 문의 사항을 적으라는 란이 떴다. '개인 정보는 일체 저장하지 않습니다. 비밀보장'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밑에는 사이트 관리자의 이메일 주소만 적혀 있을 뿐 사이트에 대한 정보나 연락처는 없었다.


◇ '부가가치 높은 꿈의 기술을 왜 싸구려 투시 안경에"=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시 안경이 가능 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사람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을 인식해 주는 장치(일종의 '필터')가 필요하고 적외선이 인식한 것을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가시광선으로 다시 바꿔주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투시가 가능하다. 실제로 투시를 할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가 현재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 투시 기술을 안경 렌즈에는 접목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같은 기술이 개발된다고 해도 관음증을 자극하는 등 음지에서 쓰이기에는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고 한다.

을지대 안경광학과 이동희 교수는 "이론상으로는 투시 안경 개발이 향후 10~20년 뒤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며 "그러나 아직 학계에서 투시 안경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례나 논문을 접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개발되기만 한다면 군사용 등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꿈의 기술'이 되는데 사소한 상술로 쓰일 리 없다"며 "진짜 투시 안경이 있다면 몇 십 만원 수준이 아니라 몇 백 만원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만약 내가 진짜 투시 안경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라면 숨어서 판매하지 않고 당당히 앞에 나설 것"이라며 "판매자들은 투시의 원리를 대략 알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호기심과 관음증을 자극하는 상술로 악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투시 안경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술'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투시 기술 자체보다는 중국산 투시 안경의 렌즈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한안경사협회 전인철 홍보이사는 "투시를 하려면 적외선을 인식하고 이를 가시광선화 시켜주는 장치가 렌즈에 필요한데 인터넷 상에서 돌아다니는 투시 안경 렌즈를 보면 한 장으로 돼 있고 매우 얇다. 이런 렌즈에 투시 장치가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을지대 보건대학원 마기중 교수도 "투시가 가능하려면 적외선을 인식하고 이를 다시 가시광선으로 전환하는 등 렌즈에 여러 가지 장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안경에 이런 특수 장치가 장착됐다고 하기에는 렌즈가 매우 단순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보건대학의 안경광학과 교수도 "적외선 카메라의 경우 적외선을 인식하도록 외부에서 '전기 전원'을 공급해주는 장치가 있으며 이를 안경 렌즈에 접목해도 마찬가지"라며 "'투시 안경'을 가장한 중국산 싸구려 안경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