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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기의 사건사고

지구촌 곳곳 기상재앙 (서울경제 2010-01-25 18:11)

지구촌 곳곳 기상재앙… "수십년내 환경 난민 1억5,000만명"

[글로벌 포커스]


지각변동·온난화 가속… 섬나라 해수면 상승등 피해 확산
내륙국들도 난민 대도시로 몰려 식량난등 사회문제 심각
피해 구제 국제 지원체제 아직 미비 "대책마련 서둘러야
"

새해 벽두부터 세계를 충격에 몰아 넣은 아이티 대지진은 15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수많은 고아들과 함께 수십만명의'환경 난민'을 양산했다. 지진이 발생한 후 얼마 안돼 수도 포르토프랭스 항구에는 피난민들의 '해상 탈출' 행렬이 이어졌고 인접국인 도미니카로 떠나는 버스는 지붕위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미국의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최근 앞으로 수십년 내에 개발도상국 등지에서 지진 등 자연재해와 기후 온난화로 인한 환경 파괴로 약 1억5,0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50년 세계 인구 추정치 90억명의 1.5%에 달한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최대 10억명 이상이 난민 신세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 같은 수치는 세계 각국의 정정불안과 내전으로 인해 예상되는'전쟁 난민'수백만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치다.

◇지구 온난화 최대 피해지역 섬나라 =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13일 지진 위험에 가장 취약한 세계 주요 도시 10개를 선정하고 이 중 네팔 카트만두와 터키 이스탄불, 인도 델리 등이 아이티 못지않은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지진해일(2005년)- 파키스탄 지진(2007)- 중국 스촨성 대지진(2008년)에 이은 아이티의 대 참사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지질학적으로 대규모 변동을 시작하는 전환기에 와 있어 앞으로 심각한 지각변동과 기후변화에 따른 폭발적인 난민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지구 온난화와 이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등지에 위치한 섬나라들이다. 이들은 평균 해발이 2~3m에서 10m 밖에 안돼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속수무책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600만명이 이런 상황 속에 살고 있다.

지난달 15~20일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에서 개최된 아시아ㆍ태평양 환경ㆍ개발회의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점점 물에 잠겨간다고 절규했다.

지도에서도 찾기 어려운 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티(KIRIBATI)에서 온 대표는"평균해발이 2m밖에 안 되는데 이번 세기 들어서만 4㎝가 상승했다"면서 "왜 키리바티가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하여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하는지 울부짖었다.

키리바시는 수몰될 경우에 대비해 호주, 뉴질랜드 등 이주를 허용한 국가로 주민들을 내보내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얻어 살게 하겠다는 현실적인(?)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회의가 개최된 팔라우도 지금은'신이 주신 낙원'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거리지만 언제든 2만여명의 주민들이 한꺼번에 환경 난민이 돼 보트피플로 전락해야 할 처지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역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몰위기에 처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환경 난민, 대도시로 몰려 빈곤층화 = 섬나라가 아닌 내륙국들의 환경 난민들은 살길을 찾아 대도시로 몰리면서 벌써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지진과 홍수,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농작물 수확이 크게 줄자 점차 대도시로 몰려 식수난, 에너지난,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필리핀의 마닐라, 그리고 방글라데시의 다카 등이 지진 등 자연재해와 기후 변화에 취약한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구 1억4,000만명의 고밀도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선 강의 범람을 피해 도시로 나와 살다가 농사 시즌에 귀향하는 게 전통적인 생활패턴이지만, 최근엔 아예 귀향을 포기하고 도시에서 눌러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미 최소 1,200만명이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는 이 같은 환경 난민의 유입으로 매년 인구가 4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카 인구의 300만명 가량이 환경재앙으로 인해 이주해 온 사람들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수도 다카가 안전지대는 아니다. 다카 역시 해발 고도가 5m 내외로 수시로 태풍과 폭우로 침수되기 때문이다.

도시로 이주한 난민들은 대부분 시장 주변의 오염된 곳, 철길 주변 또는 도시 강가에 위치한 다 떨어져가는 판잣집이나 대나무와 조각난 플라스틱으로 얽은 텐트 등에 거주한다. 이런 환경에서 부모들은 생계를 위해 날품팔이 등에 뛰어들고 어린이들은 방치되기 일쑤여서 제대로 된 교육은 받을 수 없다.

남아시아 국제이민기구의 대표인 라바브 파티마는 "환경 난민은 모든 것을 잃는다"며 "옆 마을로 이주해 살 돈 조차 없기 때문에 대도시의 슬럼가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지원 시스템 미미 = 지진 발생이나 침수 우려가 있는 섬나라와 저지대만이 환경 난민의 배출지는 아니다. 극심한 물 부족 위기에 처해 있는 아프리카는 물론 갑작스런 폭설과 혹한에 노출돼 있는 고위도 지방의 주민들도 잠재적인 환경 난민의 대열에 합류해 있다.

올 겨울 제트류의 이상 변동으로 극심한 한파와 폭설에 직면한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는 이달 들어 16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공항과 고속도로가 폐쇄됐다. 이 지역에는 연초 폭설이 내리기 시작, 2m이상의 눈이 쌓였고 20일에는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지구촌 곳곳에서 자연재해와 기후 온난화에 따른 환경재앙이 잦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 시스템은 아직 미미하다. 지난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회의에서 매년 1,000억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기후변화로 피해를 본 개도국을 지원키로 했지만 각 개도국에 대한 지원금이 얼마인지 확정되지 않았다.

메콩강 등 범람이 심한 초대형 국제 하천에 대한 지원 여부는 2020년까지 예정되지도 않았다. 지진이나 물 부족, 혹한 등에 대비와 피해 구제를 위한 국제적 협조체제는 더 더욱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0월 수몰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운명을 알리기 위해'수중 각료회의'를 열어 주목을 끌었던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은 지난 18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주최 세계미래에너지 포럼에서 "기후변화 대처에는 더 이상 시간의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신속한 행동을 취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산호초와 열대 우림은 사라지고, 사막 나라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지며, 몰디브와 같은 저지대 나라들은 해수면 아래로 잠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