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최고령 합격자 56세 오세범씨의 '14전15기'
법무부는 22일 제53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707명을 발표했다. 이번 최종 합격자 가운데 최고령인 오세범씨가 단연 눈길을 끈다. 그의 나이는 올해 56세다.
오씨는 20여년 동안 사회생활을 한 후 뒤늦게 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법시험 준비에 뛰어들었다.
그는 15년 동안 매년 시험을 봤으나 떨어졌다. 그러나 오씨는 결국 제53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오씨의 삶 또한 14전15기의 사시합격만큼이나 역경의 연속이었다. 오씨는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74학번이다. 대학 입학 후 소위 운동권의 길로 접어들었다. 유신정권 타도를 외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두 차례 옥살이 끝에 사회로 나와 보일러공으로 일했고 노동운동에도 뛰어들기도 했다.
두 딸 중 큰 딸은 의사이고 둘째 딸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해 소위로 근무하고 있다.
다음은 오씨와의 일문일답.
-사법시험에 합격한 소감은.
▶너무 기쁘다. 오랜 기간 주변에서 불가능할 것이란 말도 많이 했지만 지지해주고 격려해줬던 분들에게 너무 고맙다.
-언제부터 준비했나.
▶고시공부는 1997년 1월부터 시작했다. 횟수로 거의 15년 가까이 된다. 그 중에 3년은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했다. 실제로 공부는 10년 정도 한 셈이다.
-이번 시험이 몇 번째인가.
▶시험은 15년 동안 매년 봤다. 2차는 7번 떨어지고 이번에 8번째 붙었다. 2차 붙으면 두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결혼은 했나.
▶결혼해서 딸 둘이 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시험에 떨어질 때와 마음을 바로 잡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떨어지니까 불안감이 생겼다. 특히 '과연 이게 내 능력의 한계가 여기까지 밖에 안되나'란 생각이 들 때 힘들었다. 계속 떨어진 건 아니고 1차 시험 몇 번 붙었다. 그 때는 다시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경제적·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해 각오했던 일이다.
-가족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제 처가 가장 고생 많았다. 처가 생계도 책임지고 애들도 키우고 가장역할과 주부역할까지 했다.
-주위 친구들을 볼 때 힘들지 않았나.
▶제가 시험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사회생활을 많이 했었다. 고시공부를 시작할 땐 사람 잘 안 만나기 때문에 친구들 보고 특별히 고민 안했다. 처음에 5년 정도 생각했는데 10년이 더 추가되니까 처에게 너무 미안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가.
▶중간에 계속 떨어질 때와 특히 2차에서 막차로 떨어질 때 힘들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시작한 것도 아니고 중반에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됐다고 생각 안했다. 합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 안했다. 다만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꾸준히 반성해서 보완해 가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붙을 거라 생각했고 자신을 다그쳤다.
-고시공부 전 무슨 일을 했나.
▶처음에 직장생활도 했었고 변호사 사무실도 있었고 내일신문사에도 있었다. 내일신문에서는 주로 업무실장을 했고 기자도 1년 정도 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도 좀 했었다. 처음엔 언어학자로 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20년 정도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까 정신적 재충전 욕구가 생겼던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을 이 기회에 아니면 다시 채울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마흔 둘, 마흔 셋이 넘어가니까 더 늦기 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
-앞으로 계획은.
▶일단사법연수원에서2년 동안연수생활을 하게 된다. 지금은 제도가 바꿔서모두변호사를 하게 돼 있는데 처음부터 변호사 생각으로 고시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변호사를 생각한 이유는.
▶변호사 사무실에 6년 정도 근무했었다. 분쟁이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중재, 화해 등이 재밌고 관심 있었다. 나이 들어서 변호사 하면 나한테 맞을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은가.
▶지식은 사회적 산물이라고 학생 때부터 생각했다. 법조인이 되더라도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그런 법조인이 되고 싶다.
-나이 때문에 앞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힘든 부분 여러 가지 있지만 다른 직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잘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체력이 나빠서 달리기를 시작했고 마라톤 완주까지 했다. 어려움이 닥치면 그 때마다 분석해서 해결했고 처음 목표 잊지 않고 진행해 왔다. 반대로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에 자기 관리를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험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 결과가 안 좋아도 과정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과정을 충실하게 하면 늦더라도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 제 자신도 그러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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