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연구] "미팅 있던 날, 시위 나갔다가 투옥… 인생 달라져"
[3·끝] 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서울대 입학 석달만에 제적 - 시위 참가 후 4개월간 복역
복학 못하자 단국대 들어가 등기소장 거친 후 사시 합격
인권 변호사로 - 故 조영래 변호사가 멘토
"매일 혁명하겠다" 결심후 시민단체 참여연대 결성, 1인시위·낙선운동 주도
그의 정치색은? - "국보법 용공조작 도구" 주장
보수 인사와도 가깝고 대기업까지 인맥 걸쳐있어
재벌 모금 논란 - 대기업서 기부받은 돈 140억
모금과정 제대로 안밝혀져… 재산·가족문제도 검증안돼
◆투옥이 바꿔놓은 인생
그는 영산읍내에 있는 영산중을 졸업했다. 집안 형편은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중3 수학여행 때 서울을 구경한 뒤 서울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했다 한다. 하지만 경복고 시험을 봤다가 떨어졌다. 1년 재수 끝에 1971년 경기고에 들어갔다. 고3 때 결핵성 늑막염에 걸려 1년을 쉬었다. 그다음 해에 시험을 쳐 서울대 사회계열에 들어갔다. 3개월간 양말도 벗지 않고 입시 공부에 매달렸다고 한다.
- ▲ 경남 창녕 영산중학교 입학 무렵의 박원순 후보(오른쪽). 가운데가 어머니이고 왼쪽은 형이다. /wonsoon.com
감옥에서 나온 박 후보는 복학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제적됐던 사람들은 5년 뒤인 1980년에야 복학됐다. 박 후보는 다시 시험을 쳐 1976년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했고, 사법시험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박 후보는 1977~78년 고향인 창녕의 면사무소에서 6개월 방위로 병역을 마쳤다. 사할린에 징용됐다가 행방불명된 숙부 호적으로 1969년 입적됐기 때문에 방위로 근무했다고 한다.
그의 첫 사회 경력은 춘천지법 정선 등기소장이었다. 사법고시 준비가 길어지면서 1979년 법원 사무관 시험을 쳤다가 합격해 발령받은 자리였다. 정선에서 스물넷의 나이에 '영감' 소리를 들으며 사법고시(22회)를 준비해 1980년 합격했다.
◆조영래와 만남
박 후보는 사법연수원에서 경기고 선배 조영래를 만났다. 서울대를 수석 입학했던 조영래는 학생운동권의 전설이었다. 그가 뒤늦게 고시를 봐 연수원에 들어와 있었다. 박 후보는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 조영래를 꼽는다. 연수원 수료 뒤 박 후보는 대학 운동권 선배인 이호웅 전 의원의 권유로 검사를 지망했다가 1년 만에 그만뒀다.
이때부터 그는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망원동 수재(水災) 사건을 5년 만에 승소로 이끌고, 권인숙 성고문 사건 등 수많은 시국 사건을 맡는다. 또 임헌영, 정석종(故) 등 좌파 성향 역사학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연구 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 설립에도 간여,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박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도 주도했다. 이돈명(故) 등 인권 변호 1세대 그룹과 조영래·박원순 등 2세대 그룹이 1986년 '정법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이게 2년 뒤인 1988년 민변으로 확대된다.
- ▲ 박원순 변호사(왼쪽)가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야권 서울시장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2위를 차지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함께 두 팔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는 참여연대 시절 '1인 시위'라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냈다. 국세청 건물 앞에서 시위할 일이 있었는데 그 건물 안에 외국 공관이 입주해 있어서 시위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법률상 시위는 '2인 이상'이기 때문에 1인 시위는 합법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일종의 '꼼수'였지만 이후 1인 시위는 대유행하게 된다. 그는 참여연대에서 예산 정보 공개 운동, 소액주주 운동 등에 치중하는 한편 2000년 총선 때는 낙천·낙선 운동을 주도했다. 이때 그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1998년 미국 아이젠하워재단 초청으로 미국에 두 달을 머물면서 헤리티지재단을 방문했다가 "모금은 예술이고 과학이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기부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기로 하고 참여연대를 떠나 2000년 아름다운재단을 만들었다. 이후 그는 이명박·오세훈 서울시장과 공동 사업을 벌이기도 했고, 대기업들과 가까이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좌에서 우, 서민에서 대기업까지 인맥이 걸쳐 있어 '마당발'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정치적 모호성과 재벌 모금 논란
그는 그간 기고문 등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용공(容共) 조작의 도구"라고 했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건국 시기에 대해 "친일 부역자들이 권력을 장악했다"고 했다.
박 후보는 2004년 총선 때 한나라당에서 비례대표 1번 제의를 받았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영국으로 도망가버렸다."(민주당 한 의원) 2008년 총선 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기 생각에 맞는 사람을 지원하러 다녔다. 이 때문에 이번 야권 후보 경선 과정에서 "진보 진영이 섭섭해하는 이유가 있다"(박영선 의원)는 얘기를 들었다.
재벌 모금 문제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벌일 본선에서도 큰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아름다운재단 재정 자료에 따르면 그가 아름다운재단을 하면서 2001년 이후 대기업으로부터 기부받은 돈이 140억원이 넘는다. 참여연대가 비판하면 대기업들이 돈을 갖다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검증 기간이 짧았던 탓에 가족 관계, 재산 관계를 비롯,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아직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 당선소감 전문◇
"시민이 권력을 이겼습니다.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습니다!"
서울 시민여러분, 감사합니다.
먼저 저와 함께 경쟁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나후보를 지지한 시민들의 뜻도 함께 존중하겠습니다.
야권 통합 시민후보 박원순은 오늘 이 자리에서 서울시민의 승리를 엄숙히 선언합니다.
시민은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이겼습니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선택한 것입니다.
통합과 변화의 길에서 함께 해 주신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시민사회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더 큰 시민의 이름으로 하나 되어 이겼습니다.
연대의 정신은 시정을 통해 구현될 것입니다.
박원순은 시민의 일원으로서 당선된 것입니다.
시민의 분노, 지혜, 행동, 대안이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이뤄내 승리한 것입니다.
시민이 시장이라는 정신은 온전히 실현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돈이 없는 제게 자금을 만들어 주셨고, 조직이 없는 제게 시스템이 되어주셨고, 공격을 당하는 제게 미디어가 되어주셨고, 책상 위의 정책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1995년 시민의 손으로 서울 시장을 직접 뽑은 이래 26년 만에 드디어 이번 선거에서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민주주의의 정신을 완성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새로운 서울, 박원순이 하면 다릅니다',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은 박원순의 슬로건이고 우리 모두의 슬로건입니다.
시정 운영의 원칙은 선거의 과정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 사람이 행복하다'는 시정의 좌표가 될 것입니다.
사람과 복지 중심의 시정이 구현될 것입니다.
여러 번 약속드렸습니다.
제일 먼저 서울시의 따뜻한 예산을 챙기겠습니다.
서민에게는 11월이면 벌써 한 겨울입니다.
취임 즉시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시의원들과 생각을 조율해 따뜻한 겨울의 월동 준비를 하겠습니다.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은 커다란 구호가 아닙니다.
시민들의 고단한 삶에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입니다.
시민들 삶 곳곳의 아픔과 상처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보편적 복지는 사람중심의 서울을 만드는 새로운 엔진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천만 서울시민 여러분의 위대한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저 박원순, 시민의 편에 서서 시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원순 "용산참사 같은 참혹한일 없을 것"
(상보)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지지자들 만나 "서울광장 시민에게 돌려줄 것"
머니투데이 | 입력 2011.10.27 01:16 | 수정 2011.10.27 01:20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는 27일 "오늘 아침에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에 출근 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서울시청 앞 광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잠시 서민흉내를 내면서 재래시장 가는 그런 시장이 아니라 서민의 아픔을 아는 시장이 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이 대권이나 야심을 실현시키는 자리가 아닌, 시민 여러분의 꿈을 실현시키는 자리로 만들고, 인간적 존엄성과 최소한의 가치를 실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용산 참사와 같은 잔혹한 일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땅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인간이 휴식을 취할 대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당선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초를 만들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도 존중하고 그분들의 뜻도 받들겠다"면서 "서울 시민이 최초로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는 어렵지만 야권 지도자, 시민 여러분과 함께라면 뭐든 못 하겠나"라며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가 후퇴시킨 민주화를 되돌리고 복지가 삶을 보듬어 전 세계에서도 사랑할 수 있는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서울시민에게 서울광장을 돌려드리겠다. 허가 없이도 누구든 마음껏 주장하고 마음껏 휴식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선거 승리와 관련해서는 "깨끗한 선거로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꿈은 쉽지 않았지만 난무하는 인신공격에 무너지지 않고 승리했다"며 "진실이 거짓을 이겼고, 시민이 승리한 선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 정치지도자들이 한 마음이 돼 승리했다.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을 극복하고 새로운 서울을 만들겠다는 공동의 가치로 각 정파의 차이를 극복했다"고 야권 공조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기 선거처럼 최선을 다해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뛰어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존경하고, 한때는 경쟁자였지만 열심히 싸워준 박영선 전 의원, 그리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정현 민노당 대표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무소속' 서울시장…정당의 굴욕
한국경제 | 입력 2011.10.27 01:20 | 수정 2011.10.27 02:04
10·26 정치빅뱅 - (1) 첨예한 세대 대결
20~40대 젊은층, 박원순에 몰표…SNS 파워에 정당조직 무너졌다
박원순 범야권 후보가 26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그는 세대 대결 양상을 보인 이번 선거에서 20,30,40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8.6%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젊은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갔음을 보여준다.
사상 처음으로 기성 정당 후보와 시민운동가 출신 후보 간 대결로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는 우리 정치판에 '빅뱅'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좌파 성향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제3세력이 정치 · 사회 전면에 나서 주요 아젠다를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기존 아날로그식 정당체제는 근본 변화에 직면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심의 정당 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기성 정치권에 대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퇴출 경고장"이라고 규정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범야권의 대통합 추진에 속도가 붙고,제3세력이 정치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야권 내 제3세력과 민주당,친노(親盧)파 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하다. 박 당선자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손을 잡고 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 상황이다. 국정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총선과 대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필패론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발 정계개편 바람이 일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 변화와 쇄신 요구가 터져나오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당은 대통령 사저 논란을 거론하며 청와대 전면 개편론을 제기할 수 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도 마냥 즐거울 수 없다. 야권의 중심축이 제3세력으로 이동하면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분열은 나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섰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근혜 대세론'에 흠집이 났으며 그는 이를 치유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안 교수는 범야권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면서 '박근혜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정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됐다. 박 당선자는 이미 서해뱃길을 비롯한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 중 대부분을 중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뉴타운 정책도 전면 재검토 대상이다.
박 당선자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다. 이제 1000만 시민의 삶과 수도 서울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시민단체 대표 시절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던 제도권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말과 행동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얘기다. 25조원(투자기관 부채까지 합산)이 훌쩍 넘는 부채 문제 등 해결하기 만만찮은 이슈에 대해 행정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역시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박 당선자가 복지 공약을 매우 중시했는데 포퓰리즘적으로 흘러가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젊은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보수 대 진보 대결 구도에 더해 세대 간 대결 양상도 보였다.
무엇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까지만 해도 트위터 사용자가 200만명을 밑돌아 선거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43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다. 그런 소셜 매체를 사실상 장악한 박 당선자 측은 기존 정당의 조직력을 특유의 기동력으로 가볍게 돌파하는 힘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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