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마피아]① 해피아(해양마피아),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
공무원들이 마피아처럼 드러나지 않는 조직을 형성해 각종 이권을 추구하는 행위는 오랜기간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발전을 가로막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는 이런 공무원 마피아의 해악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줬다. 조선비즈는 해양분야를 시작으로 사회 곳곳에 포진한 권력지향 마피아 조직의 실태와 폐해를 파헤치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모습. /조선일보DB
↑ 해양수산부 출신 산하기관장 명단
지난 28일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빨간색 구명벌(구명뗏목) 4개가 떠올랐다. 사고가 발생한 지 13일만에야 구명벌이 떠오른 것이다. 사고 당시에는 펼쳐지지 않던 구명벌이었다. 세월호 구명벌은 배가 처음 취항한 1994년에 제작됐다. 2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 구명벌은 망치를 사용해도 제대로 펼쳐지지 않을 정도로 낡았다. 하지만 지난 2월 한국선급은 세월호 구명벌 44개에 대해 모두 정상 판정을 내렸다.
구명벌 뿐만이 아니다. 사고 이후 세월호는 평형수 탱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배의 복원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선급은 이런 문제를 사전에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고, 수백개의 안전점검 검사 항목 대부분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 한국선급의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아쉬움은 한국해운조합의 출항 전 검사에서도 이어진다. 세월호 선사는 선박에 당초 계획보다 훨씬 많은 양의 화물을 실었고, 제대로 결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운조합은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터리 허위보고서를 그대로 승인해 줬다.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모두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해양마피아의 온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성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해양수산부 출신으로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낸 대표적인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로 꼽힌다. 주 이사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이후 해운항만청, 해양수산부 연안계획과장, 울산지방해양수산청장, 해수부 수산정책국장, 국토해양부 해양정책국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등 해수부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초 국토해양부 2차관에서 퇴직한 주 이사장은 6개월만에 한국해운조합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2년 안에 재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주 이사장은 심사를 받지 않았다. 공직자 관리의 사각지대에 해피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 해수부 산하기관 14곳 중 11곳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
현재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가운데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인 곳은 11곳에 이른다. 한국해운조합은 주성호 이사장을 포함,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해운조합 본부장(상임이사) 3명 가운데 2명도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고위간부 출신으로 사실상 한국해운조합 고위직은 해피아가 장악한 채 놓지 않고 있다. 주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해피아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사고 발생 9일이 지난 지난달 25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선박의 안점검사를 실시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 부원찬 이사장도 해수부 출신이다. 부 이사장은 해수부 총무과장, 감사담당관, 여수지방해양항만청장을 거쳐 2011년 5월부터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부 이사장은 지난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대형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진행하는 한국선급도 해피아의 그늘 아래 있다. 한국선급은 1960년 출범한 이후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8명이 해수부를 포함한 정부 관료 출신이었다. 현 이사장인 전영기 이사장은 한국선급에서 30년 넘게 일한 내부 인사인데, 해수부 출신을 제치고 전 이사장이 선출되자 해수부에서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해피아들의 입김이 세다. 전 이사장도 이번 사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밖에도 인천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해양환경관리공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울산항만공사, 항로표지기술협회, 한국어촌어항협회 등이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해피아들의 낙하산 행적은 민간업체로까지 이어진다. 한·중 노선을 운영하는 카페리 업체 11곳 가운데 4곳의 대표가 해수부 출신이다. 공공기관이 아니다보니 민간업체 대표들은 장기집권하기도 한다. 한중훼리의 박원경 사장은 2000년부터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사장은 해수부 해운선원국장 출신이다. 대인훼리는 해수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인 이용우 사장이, 위동항운은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인 최장현 사장이 맡고 있다. 대룡해운 정홍 사장도 해수부 해운정책과장 출신이다.
◆ 낙하산 눈치에 관리는 소홀
해수부 출신이 산하기관의 장을 맡다보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해수부가 감사를 해야하는데 자신들 위에 있던 상관이나 친한 동료들이 산하 기관장으로 가다보니 제대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
윤명희 새누리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선박안전관리공단의 선박 검사 합격률은 100%에 육박한다. 2010년 99.99%, 2011년 99.98%, 2012년 99.96%로 검사를 하는 의미 자체가 없는 수준이다.
선박안전관리공단은 최근 3년간 간부 4명이 선박 검사에서 점검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가 적발당했지만, 징계는 가벼운 수준의 '견책'에 그쳤다. 모두 해수부가 사실상 방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해수부 산하기관들의 부적절한 행태와 해수부의 부실한 관리는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고 지적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마음대로 합격자를 바꾼 것이 논란이 됐고, 인천항만공사는 자회사를 만들어 직원들을 낙하산 이직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 장관은 허수아비…해피아 장악 어려워
해피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장관조차 조직 장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수부 역대 17명의 장관 가운데 해수부 내부 출신은 이항규, 최낙정, 강무현 장관 3명에 불과하다. 그외 대부분은 경제부처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 출신들이다.
1대 장관인 신상우 장관은 7선 국회의원이었고 국회에서도 국방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해양수산 분야와는 동 떨어진 인물이었다. 3대 김선길, 4대 정상천, 6대 노무현, 7대 정우택, 8대 유상남 장관도 국회의원 출신이었다. 현 장관인 이주영 장관도 정치인 출신이다. 2대 조정제 장관은 경제기획원 출신이고, 9대 김호식(재경부), 12대 장승우(경제기획원), 13대 오거돈(내무부), 14대 김성진(경제기획원) 장관도 해양수산과는 상관없는 분야의 관료 출신이다.
이런 식으로 정치인과 경제관료들이 장관 자리를 맡다보니 업무 이해도가 떨어지고 조직 장악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해피아들의 배타적인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전임 장관인 윤진숙 장관 때였다. 윤 전 장관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을 지내다 해수부 장관으로 전격 기용됐다. 해수부 공무원들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정책 보고서를 제출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장관이 된 셈이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윤 전 장관의 업무 장악이 쉽지 않았고, 이런 모습은 국정감사 등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윤 전 장관이 답변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해수부 공무원들은 관련 자료를 빨리 전달하기는커녕 뒷짐만 지고 구경하는 모습이었다. 질문을 하던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담당 공무원에게 빨리 자료를 장관에게 전달하라고 질타할 정도였다.
해피아들은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 부경대 등 특정 대학 출신으로 똘똘 뭉치는 경우가 많다. 배타적인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장관이 계속 오다보니 자기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것이다.
해수부 공무원들과 많이 일을 해본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해양이나 수산은 일반 공무원들에게 생소한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보니 밖에서 업무를 잘하는 건지 평가하기 어렵다"며 "관리·감독이 쉽지 않으니 자기들끼리 뭉치는 문화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해수부 공무원들은 일부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분위기다. 한 해수부 과장급 공무원은 "해수부 출신이 있는 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 같은 기관들이 이번 사고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만큼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세월호 사고가 수습된 이후 해수부 차원에서도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세월호 사고로 선박안전관리 책임이 불거지자, 선박운항관리 업무를 해운조합에서 떼어내고, 한국선급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국내 선급시장을 개방하는 등 뒤늦게 대책마련에 급급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해수부의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는 공무원과 관련 기관 운영진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마련하는 대책에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관료마피아]② 쓰나미도 없었는데…한국 원전 뒤흔드는 '원전마피아'
(조선일보 2014.05.05 01:39)
국내 원자력발전을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8일 발칵 뒤집혔다. 원전비리 구조 척결이라는 임무를 갖고 한수원에 부임한 조석 사장이 발탁한 이청구 부사장에게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이다. 청렴하다는 내부 평판을 발판삼아 부사장에 오른 이 부사장은 월성원자력본부에서 근무한 2009∼2010년 원전업체로부터 부품 납품 청탁과 함께 1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 부사장의 구속 사건은 원전 비리 문제가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2월말 현재 원전비리와 관련돼 기소된 피고인은 200명에 육박하는 데, 이중 상당수가 전·현직 한수원 직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수원 4,5대 사장을 지난 김종신 전 사장부터 말단 실무진까지 거의 모든 직급의 직원들이 금품수수 등에 연루돼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비리구조가 조직적으로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이를 ‘원자력 마피아’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원전 마피아들은 원전 부품 발주, 성능평가, 계약, 검수 등 부품 조달 전 과정에 걸쳐 금품을 상납받는 방식으로 비리를 공모했다.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납품계약 관련 청탁, 알선 ▲인사청탁 ▲납품가격 담합 등 비리 유형도 다양하다. 원전 비리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말단에서 금품을 수령에 최고위층까지 나눠먹은 상납구조는 마피아들의 방식과 흡사했다”고 말했다.
◆ 원전 마피아 ‘숙주’는 학연···고위직은 ‘원자력 전공자’·실무급은 ‘특정 고교’
원전 마피아들의 비리문제는 지난해 5월 신고리 원전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가동을 멈추면서 불거졌다. 원전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리·상납구조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정부가 가동중지 3기와 건설 중인 5기의 원전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총 2010건의 시험성적 조작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동중인 20기의 원전에서 277건의 서류 조작이 확인됐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전력난은 비리로 인한 인재(人災)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도 9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 업계의 유착관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원전 마피아는 퇴직한 공직자들이 산하기관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는 일반적인 관료 마피아와는 다르다. 원자력 발전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는 점이 오히려 이들을 마피아로 만든 출발점이었다.
원자력 관련 공학과가 설치된 서울대(원자핵공학과), 한양대(원자력공학과) 등을 중심으로 한 학맥이 원전 마피아들의 주요 숙주로 지목된다. 이들 대학 원자력공학과 출신들이 한국전력과 한수원 등에서 원전 관련 정책의 빼대를 만든다는 점이 이같은 마피아 구조를 만들었다.
원자력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도 원자력 지식 등 전문성이 떨어져 견제력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다. 이 때문에 원전 발전사업자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발전소 건설에 입찰하는 민간사업자들은 이들과 네트워크를 맺기 위해 원자력 전공자들을 채용한다. 몇몇 대학 원자력 관련과 출신들이 원전업계에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게 된 배경이다. 이들은 일상적인 향응과 골프접대, 금품수수 등을 통해 한수원과 한전의 원전 관련 사업부서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과 간부뿐만 아니다. 원자력 관련 조직의 중하위 실무진들도 학연을 기반으로 마피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수원 감사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원전 비리로 기소된 한수원 임직원 53명 중 14명(26.3%)이 한국전력이 고졸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설립, 운영하고 있는 S공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S공고 출신들은 한전과 한수원의 발전 사업 현장 실무에 진출한다. 고교 때부터 형성해 온 끈끈한 인맥은 비리구조 일상화된 주요 배경으로 손 꼽힌다.
◆ “전공 학위 및 전문 지식을 장벽삼아 기득권 재생산 하는 구조”
- ▲ 역대 한수원 발전본부장 재직자 명단/자료=한수원, 조선비즈
이같은 원자력 관련 전공자들의 독주는 2001년 창립 이후 재직한 한수원 임원들의 학력 분포 등에서 잘 드러난다. 창립 이후 재임한 총 30명의 임원(사장 포함·상임 감사 제외)중 원자력공학과 출신은 총 8명에 이른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출신인 이중재 전 사장은 한수원 사업본부장과 3대 사장을 거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특히 원자력발전 부문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한수원의 원자력 발전 부문을 책임지는 발전본부장은 지난 14년동안 총 10명이 재직했었는데 이중 5명이 서울대나 한양대에서 원자력을 전공했다. 이번에 구속 기소된 이청구 부사장도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출신이다.
원자력 공학과 출신 한수원 임원들은 상당수가 퇴직 후에도 유관기관에 재취업했다. 한수원 사업본부장 출신 민계홍씨는 한국방사선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을 거쳐 한국 원자력산업회의 상근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수원 발전본부장 출신 송명재씨도 지난 2011년 퇴임 후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을 연임했다.
원전비리 사태가 터진 후 한수원에서 퇴직한 임직원들은 2년 안에 원전 관련업체에 재취업하는 것이 금지됐다. 하지만 이런 규제도 시간이 흐르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이같은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특정한 분야의 전문성을 방패막이 삼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는 행위라고 꼬집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원자력 관련 전공 개설 대학이 극소수라는 환경 때문에 원전 마피아 논란과 같은 독점 폐해가 나타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한수원의 주요 핵심 기능에 일부 원전 관련 전공자 및 전문가들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원전 마피아로 인한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는 한수원 독점체제를 깨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조직 분리 등을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학맥 등에 의존한 기득권의 대물림이 일어날 여지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최근들어 삼성 출신 손병복 한울원자력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대외 개방성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뿌리 깊은 비리구조를 깨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발전이라는 울타리를 거대한 장벽 삼아 기득권을 유지해온 원전 마피아들의 독식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정권 차원의 추진력이 필요하다”면서 “원전 정책에 관해서는 산업관료들도 한수원 등의 원전 마피아들에게 의존했었기 때문에 개혁 메스를 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료마피아]③ 모피아·금피아 74명 주요 금융사에 포진…'일자리 공동체' 형성
(조선일보 2014.05.06 08:20)
사외이사, 감사, 지주사 회장 등 금융권 곳곳에 '안착'
"후배 모피아가 선배 챙겨주는 문화 없애야 금융 발전
서민들의 전세자금대출에 보증을 서주고 주택연금을 공급하는 주택금융공사는 4개월 가까이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다. 올 1월 17일 서종대 전(前)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한국감정원장 자리에 지원하기 위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후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 전산을 담당하는 기관인 코스콤은 작년 11월 이후 5개월 넘게 새 수장(首長)을 맞지 못하다가 지난달 30일에야 정연대 엔쓰리소프트 대표를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이 사의를 밝힌 시점(2013년 6월)부터 계산하면 무려 약 11개월만에 새로운 사장이 결정된 것이다.
금융 공공기관의 고위직이 오랜 기간 공석으로 남는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의 복잡한 인사(人事) 방정식에 있다. 누구를 산하기관 수장으로 내려보낼지 내부 교통정리를 하다가 시간을 끌고 “모피아가 독식한다”는 여론이 나오면 이 여론이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리면서 또 지체된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사장이 오래 자리를 비워도 당장 손실이 드러나진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효율성은 말도 못하게 크다”고 말했다.
◆ 모피아, 사외이사부터 지주사 회장까지 포진…금감원은 감사·협회 장악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각종 금융정책 결정권과 인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금융사의 텔레마케팅(TM)을 전면 금지하면서 10만명 안팎의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단숨에 실업자로 만들뻔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이런 권한을 무기로 은퇴 이후 각 금융사의 요직에 안착해 노후를 보내고 있다.
조선비즈가 업계 상위 금융지주·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총 37개 금융사와 10개 유관 기관 및 협회(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거래소·예금보험공사·캠코·정책금융공사·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증권금융)에 임원급으로 자리잡은 기재부·금융위·금감원 출신 인사 현황을 파악한 결과, 4월말 기준 총 7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재무부 포함), 금융위 등 관직 출신이 39명이었고 금감원 출신인 이른바 ‘금피아’가 35명이었다.
모피아와 금피아들은 주로 금융사의 사외이사나 감사직에 자리잡는다. 74명 중 감사로 재직 중인 사람이 29명(39.2%), 사외이사가 19명(25.7%)이었다. 감사 29명 중 금피아는 2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사외이사는 모피아가 19명 중 13명으로 다수를 이뤘다.
이들은 금융사에 들어오면 길게는 5년 이상 자리를 유지한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임영록 KB금융(105560) (35,400원▲ 600 1.72%)회장은 2010년에 사장으로 영입됐다가 지난해 회장으로 취임해 2016년 7월까지 몸담게 된다. 금융감독원에서 공보실 국장, 국제협력국 런던사무소장 등을 지낸 나명현 현대해상(001450) (29,800원▼ 200 -0.67%)상근 감사위원은 연임을 통해 내년 6월 초까지 무려 6년 근무하게 된다.
같은 금융지주 내에서 모회사와 자회사에서 연이어 이사를 역임하는 예도 있다. 재정경제원 관세국 국장 출신인 박봉수 하나은행 사외이사는 2012년부터 올 초까지 하나금융지주(086790) (36,250원▲ 800 2.26%)에서 이사를 맡다가 올3월부터는 하나은행에서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금융권역별 이익단체인 금융협회들의 회장, 부회장 자리는 모피아와 금피아가 나눠서 하고 있다. 현재 공석인 손해보험협회장을 뺀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생명보험협회, 은행연합회장은 모피아가 맡고 이들 5개 협회의 부회장은 모두 금감원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모피아와 금피아 사이에 암묵적인 동맹관계가 형성된 듯한 모습이다.
◆ “모피아·금피아의 ‘일자리 공동체’ 끊어야 금융산업 발전”
모피아와 금피아는 현직에 있는 후배가 금융업계로 진출하는 선배의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게 관행처럼 돼있다. 지난해 고위 공직자를 임원으로 데려온 한 금융사 관계자는 “해당 부처 공무원이 ‘우리 선배를 잘 모시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를 ‘노후 일자리 공동체’라고 표현했다. 민 의원은 “금융업계에 진출한 ‘노년 모피아’를 현직에 있는 ‘청년 모피아’가 배려하는 모피아 생태계가 구축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엄격한 중립성이 보장되는 금융정책과 감독이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피아와 금피아의 권력이 너무 강해 낙하산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공무원들이 금융사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정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금융권 돈을 활용하면서 한편으로는 이권을 허용해줘 적당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선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며 “공무원은 금융감독에서 손을 떼 민간의 공적기구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낙하산 인사는 모피아들이 생살여탈권을 쥐고 금융권의 단물을 빨아먹는 가시적인 모습”이라며 “이 낙하산 구조를 끊고 (금융당국이) 민간 회사에 압력을 넣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현 숭실대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수출산업이나 중화학 공업 등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금융을 수단으로 이용했다”며 “이 방법이 과거엔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공무원의 힘을 줄이고 시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이 전문성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고유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다른 산업의 수단으로서만 인식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선후배 관계가 끈끈한 집단 관료는 자기들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에 우선하기 때문에 선배가 (낙하산으로) 내려가면 후배는 잘 봐주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금감원을 민간으로 완전히 독립시키고 금융위는 감독에 연연하지 말고 금융정책만 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료마피아]④ 공직 이후가 더 화려한 '산피아'…꿈쩍 않던 전기요금이 오른 이유는
(조선일보 2014.05.08 01:00)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옛 지식경제부) 산하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5190억원, 순이익 1855억을 달성했다. 2010년 1조7800억원, 2011년 1조원, 2012년 81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2008년 이후 줄곧 적자를 봤던 한전은 6년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2013년 1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각각 4.0%와 5.4% 오른 것이 한전의 적자탈출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 ▲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청사 /조선일보DB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전의 흑자전환에 전·현직 산업부 관료들의 이해집단인 ‘산피아’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내부적으로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인상에는 인색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여론과 물가상승 억제였지만 실제로는 이명박 정부 내내 한전 사장에 임명된 민간기업 CEO출신 김쌍수, 김중겸 전 사장이 산업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작용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산업부 차관 출신인 A사장이 한전 사장에 부임하자 큰 문제 없이 두 차례나 전기요금을 인상해줬다. A사장과 산업부 후배 관료들과의 끈끈한 협조관계가 요금인상에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외부에선 평가하고 있다.
◆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 퇴직 후 두번 이상 기관장 자리 보장받아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을 책임지는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료사회에서 ‘따뜻한 아랫목’으로 불린다. 에너지, 무역정책, 기술표준 등 실물경제 활동을 관장하기 때문에 관할하는 공사·공단 등 산하 기관이 전 부처 중에서 많은 것으로 손꼽힌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대한석탄공사, 강원랜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36개 기관이 산업부 산하에 있다. 이들 산하기관은 대부분 산업부 관료출신이 기관장으로 부임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례다.
산업부 출신 관료들은 일반적으로 퇴직 후 2차례의 재취업 기회를 보장받는다.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 등을 역임한 이후 민간 업계단체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 공무원 퇴직 후 최소 6~7년 가량 일자리를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차관보(1급)급 고위직이나 차관 등을 역임한 인사들은 산하 공공기관 장을 서너 차례 역임하는 경우도 있다.
한전 사장을 맡고 있는 A씨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당시 산업자원부 차관보와 차관을 지낸 그는 퇴임 후 수출보험공사 사장, 코트라 사장 등을 거쳤다. 한전 사장에 취임하면서 공무원 퇴직 후 8년 동안 기관장 자리만 3번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지경부 차관을 지낸 B씨도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거쳐 한수원 사장을 맡으며 퇴임 후 2번째 기관장을 역임 중이다.
한국중부발전 사장을 맡고 있는 C씨도 특허청 차장(1급)으로 퇴직 후 전자부품연구원장 거쳐 2번째 기관장에 재임 중이다. 특허청장 출신 D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한 후 김앤장 고문을 거쳐 2012년 8월부터 광물자원공사 사장에 재직 중이다.
산피아들의 자리다툼은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산자부 차관을 역임한 E씨는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코트라 사장에 재임 중이다. 그는 코트라 사장 재임 중이던 올초 포스코 회장직에 도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일반적으로 다른 기업 CEO 공모에 응모할 때에는 현재 맡고 있는 자리를 내놓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현직에 있는 후배 관료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산업부 전현직 관료들의 끈끈한 관계는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 100여개 업종별 협회는 산업부 관료 재취업 창구
자동차산업협회, 석유화학협회, 철강협회 등 기업들로 구성된 민간 업계단체 등도 산업부 관료들에게는 포근한 안식처다. 일반적으로 퇴직 후 공공기관 등에서 퇴직 후 첫 일자리를 제공받는 이들은 업계 협회 상근 회장이나 부회장으로 재취업을 한다. 재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산업부 관료들이 퇴임 후 갈 수 있는 자리가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업계 단체인 자동차산업협회는 산업부 관료 출신이 회장을 맡고 있다. 원래는 자동차 제조사 대표들이 협회장을 돌아가면서 맡는 구조였지만 2011년부터 관료들의 차지가 됐다. 관료 출신으로 협회장에 처음 오른 F씨는 지경부 기술표준원 국장으로 공직을 마감한 후 자동차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었다. 현 협회장인 G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 산자부 산업정책본부장으로 공직을 마치고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10월 자동차산업협회장에 올랐다.
철강협회,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석유화학협회 등도 산업부 출신 관료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단체들이다. 철강협회 부회장인 H씨는 경기지방 중소기업청장으로 공직을 마친 후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지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J씨는 지경부 무역위 상임위원으로 공직을 마친 후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석유화학협회 상근 부회장에 재직 중인 K씨도 지경부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으로 공직을 마감한 후 한국디자인진흥원장, 석탄공사 사장 등을 거쳤다. 그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점인 E등급을 받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한 이력이 있다.
공직 사회에서는 이같는 산업부 관료들의 재취업 구조가 민관(民官) 유착 구조의 배경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산업부 관료들과 정책 협의 등을 할 때마다 국민경제 전체 관점보다는 업계의 이해관계 논리로 사안을 접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퇴직 후 취업 등을 연결고리로 해서 구축된 민간업체과 관료사회의 관계가 전반적인 정책 수립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산업부 산하기관 및 유관 협회 등에 재직 중인 산업부 관료 출신들 /정리:조선비즈
[관료마피아]⑤ "외부 나가도 한 식구" 똘똘 뭉치는 '세(稅)피아'
(조선일보 2014.05.08 15:43)
국세청 관세청 공정위, 퇴직 후엔 기업·로펌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 부처가 많지만 기업들에게 유독 저승사자 같은 부처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관세청이다. 기업들이 이들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잘못 걸릴 경우' 과징금과 추징금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세청과 관세청은 세금 징수를 담당하고 조직이 전국에 걸쳐 산재돼 있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든지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상적으로 이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탈세와 절세 사이를 넘나드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퇴직 후 일자리가 생긴다.
◆ 국세청 관세청, 전·현직 함께 모이는 '동우회'가 유지되는 조직
국세청은 국세동우회, 관세청은 관세동우회가 있다. 이들은 매년 신년인사회를 열고 전직 직원들 뿐 아니라 현직 직원들까지 한 자리에 모인다. 각 지역별로 지부가 있어서 지부별로도 신년인사회와 정기총회 등을 개최한다. 전직 직원들은 대부분 법무법인이나 세무법인, 일반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국세청은 기업들의 세금 징수를 담당하면서 세무조사를 하고, 또 구체적으로 세금을 얼마라고 정해주기 때문에 그 권한은 상상 이상이다. 끊임없이 비리가 일어나고 있으며 역대 19명의 국세청장 중 절반 가까이가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국세청에는 은퇴한 후에도 '한 번 가족은 영원한 가족'이라며 서로 챙겨주는 문화가 있다. 은퇴 후 세무사로 개업하면 일감을 받을 수 있도록 현직에 있는 후배들이 세무조사 편의를 봐주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부정한 돈이 오가도 '웬만한' 인사치레나 관행 정도로 치부되곤 한다. 세무조사를 둘러싼 뇌물 비리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국세청의 주류 문화에 끼지 않고 원칙과 소신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행동하면 '왕따'가 된다.
고위 간부들은 퇴직후 로펌이나 기업체에서 데려간다.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다. 또 정부부처 중 6급이나 7급 공무원까지 일반 기업이나 로펌에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국세청이나 관세청 정도다.
◆ 국세청 퇴직자, 술 병뚜껑업체에 '재취업' 관행
국세청 퇴직자들은 술 병뚜껑업체에도 재취업한다. 웬 술 병뚜껑업체냐고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주세를 제대로 걷기 위해 술 병뚜껑 개수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독특한 제도를 갖고 있다. 술은 국세청이 관리한다.
병뚜껑 제조·공급업체는 국세청이 지정한다. 수십년간 삼화왕관과 세왕금속공업이 과점해오다가 2010년에 CSI코리아를, 2011년에 신성이노텍을, 지난해 두일캡, 영진에스피공업, 현우기술연구 등을 추가로 지정됐다. 그러나 병뚜껑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철(맥주)과 알루미늄(소주) 병뚜껑은 여전히 삼화왕관과 세왕금속이 과점하고 있다. 나머지는 플라스틱(막걸리) 병뚜껑만 생산할 뿐이다.
국세청의 납세 병뚜껑 사업자 지정 권한을 바탕으로 국세청 퇴직자들은 삼화왕관과 세왕금속에 재취업한다. 감사나 이사 뿐 아니라 부사장, 대표이사까지도 국세청 인사들이 돌아가며 차지해왔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국세청과 관세청 퇴직자의 재취업은 해당 기관에 대한 인맥과 영향력을 통해 세무상 편의를 기대하기 때문이다"며 "공명정대해야 할 세무행정에 인맥과 이해관계가 개입하게 되면 국민불신과 부패를 야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퇴직공직자로 인한 세무행정의 부패와 국민불신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퇴직공직자의 2년간 관련 사기업체 재취업금지와 관련해서 유관업무에 대한 해석을 보다 폭넓게 적용하고, 금지기간도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 '경제 검찰' 공정위, 퇴직 후엔 기업 돕는 로펌으로
'경제 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감독·제재하기 때문에 역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공정위와 재계는 '감독하는 당국과 감독 받는 기업' 관계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이 '공정위 마피아'다. 공정위 공무원이 퇴직 후 공정위 조사 대상인 기업이나 기업의 법적 대리인이 되는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공정위의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리를 형성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퇴직자 재취업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강도높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공정위 퇴직자의 재취업 현황을 보면 공정위와 재계의 유착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최근 2년 공정위 공무원(4급 이상) 퇴직자의 재취업 현황을 보면 이들은 공정위 감독을 받는 기관뿐 아니라 대기업과 대형 로펌 등 다양한 재계 분야로 진출했다.
2012~2013년 기업 담합을 제재했던 공정위 공무원은 퇴직 후 공정위 산하 기관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에 취임했고, 같은 해 또 다른 고위공무원은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퇴직자들은 LG경영개발원 자문역과 KT 상무보, 롯데제과 자문역으로 이동했고, 법무법인 바른과 김앤장, 삼일회계법인으로 이동한 공무원도 있었다. 기업의 공정거래 역략을 강화하고 정부와 업계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공정경쟁연합회 회장 자리에도 공정위 간부 출신이 임명됐고 공정위 감독을 받는 상조보증공제조합 이사장에도 공정위 퇴직자가 내려갔다.
- ▲ 국세청 퇴직자 현황
- ▲ 관세청 퇴직자 현황
- ▲ 공정위 퇴직자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