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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국가개조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한국경제 2014-04-28 09:18:35)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밥그릇 챙기는데만 급급…"공복 아닌 公敵"
정부→산하기관→협회 '積弊의 고리' 끊어야

 

 

 

세월호 사태로 박근혜 정부는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었다. 공무원들의 실력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사고 인지와 상황 통제 능력은 부실했고 지휘체계와 수습 과정은 우왕좌왕했다. 여기에 산하기관 및 민간과의 오랜 유착관계까지 드러나면서 공무원은 공복(公僕)이 아니라 공적(公敵)이 돼버렸다. 극악 범죄집단을 뜻하는 ‘마피아’라는 단어가 부처 명칭에 붙어 돌아다닌 지가 벌써 오래전이다. 그럼에도 공직사회는 이를 비웃듯 여전히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달 한 경제부처 정책국장이 민간협회 상근 부회장으로 옮겨갔다. 공무원 정년(만 60세)을 3년 앞두고 승진이 어렵게 되자 옷을 벗은 것. 협회 전임자도 관료 출신이었던 만큼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해당 부처의 간부들은 ‘후배를 위한 아름다운 용퇴’로 반겼다. 관가에 인사철이 되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승진인사를 하기 위해 물러나야 할 관료의 자리를 알아보고, 여의치 않으면 억지로 새로운 자리를 만드는 관행은 지난 수십년간 되풀이됐다. ‘관료→산하기관·공기업→협회·조합’으로 이어지는 관료집단 특유의 ‘라이프 사이클’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모든 인사를 싸잡아서 부패의 고리로 매도할 수는 없다. 전문성과 경륜을 살린 이동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갈 자리가 뭘 하는 곳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옮겨가는 것이 태반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이 해운조합 이사장을 맡았는데도 조합 본연의 업무인 선박 안전관리를 게을리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강조한 개혁철학이다. 이제 세월호 참사와 같은 값비싼 희생과 대가를 더 치르기 전에 공직사회 전반의 ‘적폐’에 대한 대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개조의 출발은 ‘중간에 나가더라도 정년 60세는 무조건 보장해줘야 한다’는 관료집단 내부의 불문율에 매몰돼 있는 각 부처의 비정상적 업무 매뉴얼부터 바꾸는 일이다.

■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이를 뿌리 뽑으려면 조직, 사회, 국가 전반의 전방위적 개조와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국가개조 첫 단추 '官피아'부터 수술하라]  

관료 20년·산하기관 10년…정년 때까지 '밥그릇' 챙겨줘

 (한국경제 2014-04-27 20:54:54)

 

 

(1) '官피아 공화국' 오명 언제까지

1급직 연령 50대 초중반
1년 후엔 후배 위해 용퇴…협회 등 '낙하산' 내려가

'자리' 놓고 협회 길들이기
"한국선급 표적감사" 소문…힘겨루기에 안전은 뒷전

 

지난 23일 창립한 한국사무기기산업협회는 올 하반기에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관료를 이사급으로 영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의 이익단체인 협회들은 대개 과장급 공무원은 이사급, 국·실장은 상근 부회장, 차관이나 차관보는 이사장 등으로 영입한다.

민간부문 자원재활용 업무를 총괄하는 한 사단법인의 이사장도 그런 경우다. 그는 환경부 국장직을 마지막으로 관가를 떠난 뒤 국립환경과학원장,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 1월 환경산업기술원장 임기를 6개월 앞두고 용퇴한 그는 지금의 사단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치적 변수 등이 작용해 임기 3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만큼 다른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환경부 후배 관료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50대 초반에 나와 10년을 전전

한국 사회에 이 같은 ‘관피아(관료+마피아)’ 공화국이 구축된 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를 ‘10-10-10 사이클’로 표현하고 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5급인 사무관에 평균 10년, 4급인 서기관에 10년, 그리고 1~3급인 관리관·이사관·부이사관에 10년 등 총 30년을 채우는 직급별 근무 기간을 뜻한다.

문제는 장관이나 차관이 되지 않을 경우 30년을 채우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하급 공무원들이 정년을 채우는 경우는 많지만 고급 관료들은 거의 정년에 도달하지 못한 가운데 옷을 벗어야 한다.

지난해 안전행정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행정고시에 합격해 이른바 고위공무원단(1,2급·고공단)으로 승진하는 데 소요된 기간은 평균 21.2년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남자의 경우 30세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한다고 해도 50대 초반에 고공단으로 올라선다는 얘기다.

실제 정부 부처 내에서도 승진이 느린 편인 기획재정부의 경우 차관과 1급직들의 연령은 대개 50대 초·중반에 형성돼 있다. 더욱이 일부 부처는 고질적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1급직은 1년만 한다’는 내부 규율을 작동시키고 있다. 직업공무원의 최고 정점에 오르자마자 그 사람이 지닌 지식과 경험, 네트워크에 관계없이 1년 만에 보따리를 싸야 하는 것이다. 통상관료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는 외국 실무단 사이에서는 “만날 때마다 한국 공무원들의 얼굴이 바뀌어 당혹스럽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암묵적으로 정년 60세 보장

퇴직한 관료들은 해당 부처와 산하기관·협회가 이심전심으로 챙겨주는 게 오랜 관행이다. 부처에서는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밀려나는 고시 기수 선배를 위해 ‘낙하산’을 내리고, 산하기관이나 협회는 조직 방어와 사업 추진 등 대관업무를 원활히 한다는 전략에서 그 낙하산을 받는다. A부처 B 국장은 “각 부처는 정책을 진흥하기 위한 매개체로 관련 협회를 필요로 하고, 협회는 정책 사업 추진이나 대관업무를 위해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파워를 가진 퇴직 공무원을 영입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요즘 1급 교체 인사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다. 한두 명을 내보내야 승진인사에 숨통이 트이는데 ‘알선’을 해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다. 사실 그 전부터 인사가 꼬였다. 차관 2명 중 1명이 얼마 전 인사가 끝난 수출입은행장으로 갔어야 하는데 청와대가 다른 사람을 낙점했기 때문이다. 민간으로 내보내는 것도 마땅찮다. 50대 초·중반의 나이면 민간기업들은 대개 최고경영자(CEO)의 연령이다. 더욱이 사업경험이 일천한 공무원들이다. 대관업무 등 기업의 ‘특별한 수요’가 없으면 민간에 안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재부의 한 국장은 “현실적으로 공무원 정년이 보장돼 있는 여건에서 자리도 만들어주지 않고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며 “승진제도 개편 등 특단의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지금 같은 인사적체-외부 낙하산 배출 구조를 근절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자리 때문에 표적감사까지

이런 상황에서 산하기관이나 협회 자리를 놓고 부처 차원에서 직접 힘을 쓰는 경우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선박 안전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선급에 대한 대대적 감사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이 감사는 길들이기 차원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난해 3월 한국선급 회장 선출투표에서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인 주성호 전 해운조합이사장이 현 회장인 전영기 당시 기술지원본부장에 밀렸기 때문이다. 통상 한국선급 회장은 해수부 출신이 맡아왔지만 선거에서 한국선급 내부 출신이 당선되면서 해수부가 ‘표적 감사’에 나섰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였다.

그렇게 자리를 놓고 관료들과 산하기관 및 협회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세월호의 무리한 구조 변경과 안전을 도외시한 출항은 아무도 잡아내지 못했다. 관료집단의 무능과 보신주의를 넘어 가히 ‘관피아(관료+범죄조직인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가개조 첫 단추 '官피아'부터 수술하라]  

퇴직 공직자 2년간 조합·협회 취업 제한

 (한국경제 2014-04-27 20:52:49)

안행부, 5월 입법예고

 

오는 7월부터 퇴직공직자는 퇴직 전 5년간 몸담았던 부서 업무와 연관된 조합·협회 취업이 퇴직 후 2년 동안 제한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이 조합과 협회에 ‘낙하산 인사’로 재취업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안전행정부는 퇴직공직자가 각종 조합·협회 등에 취업할 경우 업무 관련성 심사를 예외 없이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입법예고,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7일 발표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17조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일반직 기준)이 퇴직 전 5년간 몸담았던 부서의 업무와 연관된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기업에는 퇴직 후 2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퇴직공무원 취업이 제한되는 영리기업은 지난달 말 기준 3960곳이다.

<알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민간협회 및 조합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소속기관이어서 바로잡습니다.

<알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민간협회 및 조합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소속기관이어서 바로잡습니다.


하지만 국가와 자치단체가 위임한 사무를 수행하는 조합과 협회 등에는 이런 취업제한이 적용되지 않았다. 현재 퇴직공무원이 취업제한을 받지 않는 조합 및 협회는 110여곳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 퇴직공무원들이 여객선사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는 한국해운조합 및 선박검사를 위탁받은 사단법인 한국선급 등에 대거 취업하면서 부실한 관리·감독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민재 안행부 윤리담당관은 “일반 영리기업과 마찬가지로 퇴직 전 5년간 몸담았던 부서 업무와 연관된 조합·협회 취업은 퇴직 후 2년 동안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안행부는 오는 7월부터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도 매월 말 홈페이지(www.gpec.go.kr)에 전면 공개할 방침이다. 공개 내용은 퇴직 당시 소속기관·직급, 취업예정 업체·직위, 취업허가 여부 등이다. 지금까지 이 정보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왔고, 국회 제출 또는 정보공개 청구에 의해서만 공개돼 왔다.

 

 

[국가개조 첫 단추 '官피아'부터 수술하라]  

낙하산 세 번은 타야 "복받았다" 부러워하는 공무원들

 (한국경제 2014-04-27 20:49:27)

고위 공직자 출신 기관장의 고백

"버티느니 전관예우 받자…임기동안 일 없기 바랄 뿐
매년 후배들 눈치만"

 

해수부·국토부 관료 출신들이 업무를 독점해온 한국해운조합. 연합뉴스

해수부·국토부 관료 출신들이 업무를 독점해온 한국해운조합

 

“한직이라도 버텨볼 것이냐, 아니면 전관예우를 받을 것이냐는 선택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부처를 떠난 한 퇴직관료의 말이다. 그는 관료 생활을 마감하는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수준과 질이 달라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직을 위해 용퇴를 해달라는 후배들의 읍소를 못이기는 척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경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퇴직 후 이들의 관심은 전관예우 혜택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고 늘릴 수 있느냐다. 산하기관이나 협회에서 3년짜리 자리 하나를 받은 뒤 임기가 끝나가면 후배들이 또 다른 자리를 알아봐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3곳의 기관장·임원 자리를 돈 사람들을 ‘셋-턴을 했다’고 표현하며 “복 받았다”고 부러워하는 것이 대한민국 관가의 풍경이다.

대부분의 부처는 산하기관이나 협회 등에 퇴직 관료들을 포진시켜 놨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2010년 1월~2013년 8월 기준 산하기관, 협회 등에 재취업해 있는 4급(서기관) 이상 퇴직 공무원은 모두 420명에 달했다. 국방부 출신 퇴직 공무원이 210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46명, 국토교통부(옛 국토해양부) 42명, 외교부(옛 외교통상부) 24명, 안전행정부(옛 행정안전부) 19명, 농림축산식품부 17명, 기획재정부 16명 등의 순이었다. ‘모피아(기재부+마피아)’, ‘산피아(산업부+마피아)’, ‘국피아(국토부+마피아)’라고 조롱받는 까닭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본업에 별 다른 관심이 없다. 국정감사 등 외부적으로 크게 주목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있는 듯 마는 듯 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전직 공기업 출신의 한 퇴직 관료는 얼마 전 취재진을 만나 “사실 그럴듯한 명함 들고 다니며 아는 사람들한테 밥 좀 사고, 편하게 지내다 가겠다는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며 “정부의 감시 아래 업무체계가 다 짜여 있는 상황에서 사장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드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관료는 이 말을 받아 “관료출신 CEO가 일을 챙기기 시작하면 아랫사람들이 무척 불편해한다”며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느냐는 눈초리까지 받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적폐들이 쌓여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지난해 원전가동 중단사태로 큰 물의를 빚었던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사장직을 맡기도 했지만 그들은 원자력업계 내 비리와 부패 고리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원전마피아’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비리를 척결하겠다며 난리를 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적폐가 쌓여가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공무원들이 퇴직 후 오히려 협회를 더 선호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협회 이직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지만 대형 공공기관에 비해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금융투자협회의 상근 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 연봉은 각각 3억원대에 이른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세게 밀어붙이고 있어 공공기관과 협회의 연봉 격차는 더 커질 조짐이다.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공무원들은 퇴직 관료의 전문성과 업계 자율성에 따른 이직이라고 해명한다. 김현태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한국석유화학협회 부회장으로 내정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를 곧이 믿는 업계 관계자는 많지 않다.

 

 

[국가개조 첫 단추 '官피아'부터 수술하라]  

한경 기자들이 쓴 '한국의 경제관료' 다시 펴보니

 (한국경제 2014-04-27 20:48:33)

모피아·밀월관계…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27세에 국가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한 Q씨는 20년 후 재정차관보로 재무관료 임기를 마쳤다. 46세에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Q씨에겐 바로 주택은행장, 제일은행장, 경남은행장의 자리가 주어졌다. 금융권에서 ‘인생 2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그는 바로 중앙투자금융 사장, 한국투자신탁회사 사장 등 제2금융권 사장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며 환갑을 맞았다. 재무부 현역(YB) 20년, 전직 재무관료(OB) 20년, 모두 40년간 재무부의 울타리 안에서 화려한 공직생활을 보낸 Q씨는 65세에 은퇴했다.

최근 드러난 퇴직 공무원들의 산하기관·협회 낙하산 사례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1994년 5월부터 7개월간 70회에 걸쳐 보도한 기획 시리즈 ‘한국의 경제관료’(사진은 시리즈를 모아 발간한 책 표지)에 소개된 20년 전 사례다. 한국 경제관료 사회의 내부 시스템과 관료의 사고·행동방식을 샅샅이 해부한 이 책에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낙하산 인사)’ 등 퇴직 관료와 현직 관료의 ‘끈끈한 밀월 관계’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당시 한국경제신문은 납세병마개를 제조하는 삼화왕관, 세왕금속 등의 사장과 전무 감사 등이 모두 세무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병마개 2위 업체인 세왕금속엔 현재 국세청 출신 황재윤 사장이 앉아 있다. 소주 원료를 만드는 한국알콜산업의 지창수 현 회장은 1980년대 국세청 차장을 지낸 뒤 20년 넘게 회장직을 지키고 있다.

‘떠도는 인공위성’ 편에는 공무원들의 정년 보장을 위해 장관이 자리를 늘려가며 조직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1994년 당시 상공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2~3급 국장 32명 중 본부 근무자는 절반인 17명이었고, 나머지는 산하기관에 파견돼 있었다. 4급도 총인원 159명 가운데 본부 인원이 89명(55.9%)에 불과했다.

이런 실상 역시 20년이 지난 뒤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급 총인원 85명 중 본부 인원은 56명(65.8%)이고, 국장 30명 중 6명(20%)은 소속기관에 파견돼 있다.

‘특권적 이해관계를 혁파하라’ ‘관료형 정부에서 기업가형 정부로 바꿔라’ ‘부처 간 이기주의를 버려라’ 기획 시리즈 말미에 각계 전문가들이 경제 관료에게 바라는 점들이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현재 경제 부처를 향한 쓴소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국가개조 첫 단추 '官피아'부터 수술하라]  

공직사회 경험한 김태윤 한양대 교수 쓴소리

 (한국경제 2014-04-27 20:47:24)

"지킬 수 없는 엉터리 규제 양산…퇴직 관료가 민·관 유착 매개역할"

 

“공무원 처우가 좋지 않아서 퇴임 후 좋은 자리를 보상해줘야 한다는 것은 20년 전 얘기입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사진)는 27일 “일반 기업과 비교해 공무원 보수가 낮고 퇴직이 빨라 협회 등에 재취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잘못된 편견이 아직도 존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무원 임금은 삼성 등과 같은 굴지의 대기업과 비교하면 낮겠지만 이는 9급 공무원 등을 모두 포함해 평균 임금을 내기 때문”이라며 “공무원은 연금도 받고, 자기 돈 내고 밥먹을 일도 별로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2006년부터 2년간 국회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으로 공직 사회를 직접 경험했고, 최근까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관료가 퇴직 이후 정부와 민간의 유착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 양산에서 비롯됐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각에선 규제 완화 때문에 벌어졌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라며 “관료들이 지킬 수 없는 엉터리 규제를 잔뜩 만들어놓고 퇴임 후 협회 등으로 내려가 그 규제들을 활용해 호의호식하는 행태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자율규제를 민간에 맡길 수는 있으나 그 대신 자율규제를 철저히 감독해야 하는 책임을 저버려선 안된다”며 “외국과 달리 한국에선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전직 관료가 (해운조합과 같은) 자율규제 기관의 수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킬 수 있는 규제만 만들어서 반드시 지키도록 한다면 고질적인 민간업계와 정부의 유착도 해소될 수 있다”며 “정말 필요한 규제만 남기고 불필요한 규제는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