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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국가개조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지방재정·세제통' 모인 안전관리본부…'세월호 참사'에 헛발질 (한국경제 2014-04-28 21:08:59)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지방재정·세제통' 모인 안전관리본부…'세월호 참사'에 헛발질

 

(2) 전문가 못키우는 관료집단

재난 '컨트롤타워'지만 간부 16명 중 전문가 1명
세월호참사 초기부터 혼선

소방방재청서 인력흡수 시도…"예산 줄어든다" 거센 반발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꾼 뒤 안전 업무를 맡은 조직 규모만 늘렸을 뿐 세월호 사고와 같은 실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안행부가 주축이 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보여준 재난관리 역량의 부재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안행부는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부터 실종자 숫자에서 잇따라 혼선을 겪으면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덩치는 키웠지만

중대본이 사고 초기부터 실수를 남발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은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로 넘어갔다. 안행부에 정작 재난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점도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3월 ‘국민안전 강화’를 목표로 내세우며 종전 행정안전부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안행부를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 만들기 위해 기존 조직인 재난안전실을 안전관리본부로 격상시켰다. 본부 산하에는 안전정책국·재난관리국·비상대비기획국 등 3개국 10개과를 신설하는 등 기존 1실·2관 체제에서 1본부·3국으로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인력도 종전 대비 두 배가량 많은 140명까지 늘렸다.

정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 두 달 전인 2월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침몰·붕괴 사고 등의 ‘인적·사회재난’은 안행부 안전관리본부가 총괄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신설된 후 10년간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소방방재청은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만을 관리하는 것으로 업무 범위가 축소됐다. 중대본 차장도 종전 소방방재청장에서 안행부 2차관이 맡도록 했다.

문제는 소방방재청에서 안행부로 컨트롤타워 역할이 이관됐지만 재난관리 및 방재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은 배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대본 본부장인 강병규 안행부 장관과 차장인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은 주로 지방행정 분야를 다뤘던 사람들이다. 총괄조정관을 맡았던 이재율 안전관리본부장은 1년간 재난안전관리국장을 맡은 경험 외에는 경기도 및 본청 지방행정 분야에서만 근무했다. 국장급 이상 간부 중 재난관리 전문인력으로 꼽히는 간부는 소방방재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윤재철 재난관리국장 한 명뿐이다.

과장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대본에서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주무과장인 김광용 안전정책과장과 정윤한 재난협력과장은 지방재정 쪽에 오래 있었다. 안행부 장관을 비롯해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업무를 수행하는 과장급 이상 간부 16명 중 전문 인력은 윤 국장 1명에 불과하다는 게 안행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직 이기주의까지 가세

지난해 3월 안행부로 명칭을 변경할 당시 실질적인 재난 관련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선 방재업무를 담당하는 예방안전국과 방재관리국 등 소방방재청 인력을 흡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안행부와 소방방재청 양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소방방재청은 관련 인력이 흡수될 경우 전체 350여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떨어져나가고, 예산도 최소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란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안행부 내부에서도 소방방재청 인력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내무부와 총무처 업무가 주축인 안행부에서 재난관리 분야는 기피 부서 1순위다

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안전관리본부 신설 당시 안행부 내부에서 ‘에이스’로 평가받는 인력들을 담당과에 배치했다”며 “문제는 이들이 재난안전 분야가 아닌 지방행정·지방세제 전문가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현재로선 안행부가 총체적인 재난관리 컨트롤타워로서의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안행부가 소방방재청 인력을 흡수하는 등 방재 전문 인력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정권따라 붙였다 뗐다…관료들 전문성에 관심 없어

 (한국경제 2014-04-28 21:06:49)

잦은 정부 조직 개편

해수부, 정권 4번 바뀌며 신설-해체-통합 반복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처가 통·폐합을 반복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해양 안전 분야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해양수산부가 사고 예방은 물론 사고 대처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정권이 네 차례 바뀌는 동안 ‘신설→해체→통합’을 거듭했다. 해수부는 1955년 해무청으로 출범했다가 1960년대에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으로 분리됐다.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해운항만청, 농림수산부, 건설교통부 등에 나눠져 있던 해양수산 업무를 이관받아 신설됐다. 그러나 2008년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해운·항만물류·해양 정책 부문은 국토부로, 수산 부문은 농식품부로 쪼개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해양 부문 주요 보직을 거쳤던 한 고위 관료는 “이명박 정부에서 해수부 출신은 주변 자리만 맴도는 신세였다”며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한 분야에 오랜 경험을 쌓은 관료들도 다른 보직을 찾아 ‘전향’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부처가 통·폐합을 거듭하다 보니 해수부 내부에선 해양 사고부문의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해수부에서 해양 사고 실무를 담당하는 임현철 해사안전국장은 법제처 출신으로 지난 정부에서 국토해양부 국제항공과장 등을 맡았다. 해양 사고 안전 관련 보직은 2002년부터 1년 동안 안전관리관실 해사기술담당관을 지낸 게 전부다. 문해남 해양정책실장도 해운·물류 부문 전문가로 안전과는 거리가 멀고 부산수산대 출신인 손재학 차관은 수산 전문가다.

통상업무를 외교부로부터 이관받은 산업통상자원부도 이 같은 전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산업부는 김영삼 정부까지 ‘산업+통상+자원’을 담당하는 통상산업부였으나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업무가 외교부로 넘어가면서 산업자원부로 개편됐다가 이번에 통합했다. 하지만 통합된 통상 부문이 기존의 산업·자원 부문과 제대로 섞이지 못하면서 통상 관련 전문가 대부분이 외교부 등 원래 소속 부처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10개 이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전문 인력이 부족해 유관부서 인력까지 차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대형참사 때마다 컨트롤타워 신설 '뒷북'

 (한국경제  2014-04-28 21:06:25)

정부의 땜질 처방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대형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잇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1980년대 후반까지 정부 부처에서 재난관리 컨트롤타워는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맡았다. 하지만 1989년 노원구 월계변전소 화재 발생으로 서울 동북지역 주택가 및 병원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관련 업무가 건설부, 산자부, 보건부, 내무부 등으로 나뉘면서 사고 수습에 혼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듬해 4월 재난관리 책임을 내무부(현 안전행정부)로 넘겼다.

이후에도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사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대구 가스폭발 사건 및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대형 참사가 잇따라 발생했다. 정부는 삼풍백화점 참사(사진) 직후인 1995년 7월 재난관리법을 제정하고, 당시 내무부 산하에 재난관리국을 신설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가 찾아오자 정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재난관리국을 재난관리과로 축소했다.

2002년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해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힌 데 이어 2003년엔 192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2004년 6월 재난 관리 전담기구로 소방방재청을 신설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 때 안보 분야는 청와대가, 재난 분야는 당시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이 맡도록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NSC 사무처를 부활시켜 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지만 재난 분야는 여기서 빠진 채 안행부가 맡았다.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공무원 임용령 비웃는 그들만의 1년짜리 '돌려막기 인사'

 (한국경제 2014-04-28 21:05:49)

순환 보직 인사의 적폐

"여러곳 돌아야 승진 유리"…국장급 전보인사 절반, 규정 1년도 못채워
통상협상 사람 자주 교체…FTA 상대국에 망신 당해…"일 좀 할만하면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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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숭숭한 관가 >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지고 사의를 밝힘에 따라 개각의 폭과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28일 오전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뒤숭숭한 관가 >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지고 사의를 밝힘에 따라 개각의 폭과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28일 오전 출근하고 있다

 

 

#1. 환경부에선 이달 중순 5명의 과장이 1년도 안돼 자리를 옮겼다. 특히 일부 과장은 이전 업무와 거의 상관없는 보직을 맡았다. 감사담당관이 환경보건관리과장으로, 토양지하수과장이 규제개혁법무담당관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이번 인사에서 자리가 바뀐 한 과장은 “인사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다른 것 아니냐”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2~3월 인사에서 3명의 국장이 1년을 못 채우고 다른 자리로 이동했다. 강성천 원전산업정책관이 산업정책관으로, 김학도 창의산업정책관이 FTA(자유무역협정)정책관으로, 채희봉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이 에너지산업정책관으로 옮겨갔다. 산업부 인사팀 관계자는 “빈 자리가 생기는 등 어쩔 수 없는 인사 수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장급 이상 53% 1년도 못채워

이들 부처뿐만이 아니다. 어느 부처를 막론하고 국·과장급은 1년 정도면 다른 자리로 인사가 나기 일쑤다.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지난 3월 전체 116개 과장급 직위 중 67명을 교체하면서 부서간 벽을 허문다는 취지로 같은 실·국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과장들을 대거 다른 실·국으로 내보냈다. 이에 따라 정책조정 업무를 다루던 과장이나 정통 세제맨이 예산실로 발령나거나 예산을 다루던 과장이 세제실로 이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각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엄밀히 따지면 이런 인사 관행은 공무원 인사 원칙과 맞지 않는다. 공무원 임용령은 잦은 인사 이동에 따른 전문성 하락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내 공무원의 전보(동일직급 이동)를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국장급(고위공무원단)은 한 자리에 최소 1년 이상, 과장급(3,4급)은 1년6개월 이상, 사무관(5급) 이하는 2년 이상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안전행정부의 ‘국가공무원 인사통계(2012년 기준)’를 활용해 일반직 국가공무원의 전보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실은 딴판이었다. 그 해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전보 인사는 모두 415명. 이 중 90%가 한 부서에서 2년을 넘기지 못했고 규정과 달리 1년도 못 채운 고위직이 53.3%로 절반이 넘었다. 반면 5년 이상 장기 근무한 고위직은 불과 2명에 그쳤다.

잦은 교체로 FTA협상 그르치기도

과장급(3,4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부서에서 2년도 안돼 다른 부서로 발령난 공무원이 80.1%나 됐고 특히 1년도 못 채운 경우가 40%에 육박했다. 사무관(5급) 이하 공무원 중에서도 규정대로 2년을 넘겨 자리를 옮긴 공무원은 36.9%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은 기관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전보제한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조항 탓이다. 이렇다보니 관료 사회 내에서조차 “일 좀 할 만하면 다른 곳으로 손들고 가버린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실제 이 같은 잦은 인사이동은 국익에 불리하게 돌아갈 때가 많다. 대표적인 분야가 통상이나 국제금융 같은 외국 관료들을 상대해야 하는 부서다. 2004년 한·칠레 FTA 협상 때 최종 합의 한 달 전에 우리측 담당 국장과 과장이 갑자기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업계에 무시당하는 '11개월짜리 금융위 과장'

 (한국경제 2014-04-28 21:03:31)

전문성 떨어져

"저축銀 사태, 잦은 인사로 감독 공백 발생한 탓"

 

“새로 부임한 과장에게 수개월간 자본시장 현안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바로 인사가 나버리더군요.”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공무원의 전문성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한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금융위 과장이 1년도 되지 않아 계속 교체되는데 전문성을 운운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금융위는 올해 1월에도 과장급 30여명 중 절반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자본시장국 책임자는 모조리 교체됐다. 자본시장국장이 8개월 만에 갈린 직후 자본시장과장 자산운용과장 공정시장과장 모두 바뀐 것이다. 자산운용과장 자리는 지난 4년여 동안 다섯 명이 거쳐 갔다. 이들의 평균 임기는 11.6개월에 불과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환경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금융위 인사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과거 저축은행 사태나 동양 사태 등도 엄밀히 보면 지나치게 잦은 인사로 인해 감독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정책국장 금융서비스국장 등 금융위 핵심 보직을 맡는 고위 공무원에 대한 전문성도 의심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융정책 흐름에 어두운 기획재정부 관료가 주로 내정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정책을 다뤄본 일이 없는 기재부 모 국장이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선임된 손병두 금융서비스국장도 기재부에서 주로 국제금융 외환 등을 담당하다 2012년 금융위로 내려왔다.

그러다 보니 정책 추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위가 2011년 발표한 ‘회계산업 선진화 방안’ 관련법 개정안은 애초 발표안보다 크게 후퇴한 채 아직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고위 공직에 '임금피크제' 도입…정년 보장해줘야

 (한국경제 2014-04-28 21:02:41)

조기퇴직 후 낙하산 대안은

고문 자문역 등 직제 도입
고참 관료 '싱크탱크' 활용

 

정년(만 60세) 전에 조기 퇴직한 공무원이 각종 협회나 조합으로 옮겨가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에게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정년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관료적 계급사회에서 승진 적체가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한직으로 밀려나는 고위직을 위해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진재구 한국인사행정학회장(청주대 교수)은 “은퇴 시기에 접어든 공직자가 전문성과 경륜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직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가 승진이 어려워 자의반 타의반으로 옷을 벗어야 하는 관료에 대해 임금 조정으로 법적 정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사무관-서기관-부이사관-이사관-관리관으로 서열화돼 있는 계급구조에 민간의 고문 자문역 등의 직제를 도입해 고참 관료들이 일종의 ‘싱크탱크’로 해당 기관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금은 현직 때의 월급보다 낮되 퇴직연금은 웃도는 범위에서 설정해 장기 근속을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현행 순환보직제를 개편,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경로제’를 병행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는 “현재 각종 협회나 단체가 공무원들의 ‘보험’처럼 활용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갖고 민간에서 새로운 직장과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특정 경로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취지로 계급을 세분화해 순환 보직을 줄이고 근속연수를 늘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5급에서 4급으로 바로 승진시키지 말고 5급 내부를 갑·을·병 등으로 세분화하고 보직 순환을 줄이면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연봉을 싱가포르 수준으로 인상해 이들이 노후를 충분히 대비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공무원 연봉 인상은 국민 정서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 임금피크제

잡 셰어링(job sharing)의 한 형태로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 한국의 일부 기업 및 금융회사가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은 공무원과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순환보직의 민낯…'아마추어 관료' 판친다

 (한국경제 2014-04-28 20:42:23)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간부급 한자리 2년 이상 머물면 "물먹었다"
재난본부, 전문가 단 1명…간판만 '안전행정부'

 

“보직과장 1년이면 지겨워서 더 못해요. 전문성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죠.”

경제부처 S과장은 공무원의 보직인사가 잦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투였다. 사실 중앙부처 국·과장은 대개 1년짜리 보직이다.

순환보직 인사의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이 관료집단 전반에 드리운 위험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성을 경시하는 풍조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아마추어리즘’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고 직후 상황을 장악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재난 전문가는 전무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과장급 이상 간부 16명 중 재난 전문가는 딱 한 명뿐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순환보직으로 불리는 이른바 ‘뺑뺑이 인사’가 빚어낸 적폐(積弊)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2년 각 부처의 국장급 이상(고위공무원단) 전보자 415명 중 2년 내 자리를 옮긴 공무원은 89.7%에 달했다.

중앙부처 인사는 거의 매년 한다. 승진 예정자가 가야 할 자리가 정해지면 다른 사람들도 연쇄적으로 이동한다. 개각으로 장관이 바뀌면 대규모다. 역대 정부의 장관 평균 재임기간이 14개월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중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관료들도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힘 센 부서를 거쳐야 다음에 승진을 노릴 수 있고 퇴직 후 선택지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힘없는 자리에 2년 넘게 있으면 “물먹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결국 현직에 있을 때나 퇴직 후나 보직을 돌리고 자리를 챙기는 일은 맞닿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하는 지금의 관료집단은 순환보직 관행을 냉철하게 짚어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