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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기의 사건사고

'탈출 명령 없었다'…골든타임 31분 우왕좌왕 (연합뉴스 2014/04/20 21:50)

'탈출 명령 없었다'…골든타임 31분 우왕좌왕

 

오늘도 계속되는 수색작업
오늘도 계속되는 수색작업

20일 오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 설치된 리프트백(공기 주머니) 인근에서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구호조처 취하라" 독촉에도 "구조 가능하냐"는 말만 반복

세월호-진도 VTS 교신 녹취록 공개

 

 '세월호' 선장 등 주요 승무원들이 사고 초기 미흡한 초동 대처로 피해를 키운 정황이 드러났다.

해상 사고 발생 후 승객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승무원들은 적절한 판단을 못 내리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구호 조처를 취하라는 교통관제센터(VTS)의 독촉에도 구조할 수 있겠냐고 되물으며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검경합동수사본부가 20일 공개한 세월호와 진도 VTS의 교신 녹취록에 잘 나타나있다.

녹취록에는 첫 교신이 시작된 16일 오전 9시6분부터 오전 9시37분까지 31분간의 교신 내용이 기록돼 있다.

당시 세월호의 선임급 항해사가 교신을 했으며 이준석 선장이 조타실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승무원들 '골든타임' 놓치고 우왕좌왕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와 진도 VTS가 처음 교신한 시간은 16일 오전 9시6분.

첫 교신 이후 진도 VTS는 세월호가 침몰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배의 상황을 파악했다.

'초동조치 부실' 입증 세월호 교신록 공개
'초동조치 부실' 입증 세월호 교신록 공개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가 20일 오후 공개한 진도VTS(해상교통관제소)와 세월호 간의 교신 녹취록 전문. 이 녹취록에는 사고가 난 16일 오전 9시6부터 9시37분까지의 교신내용이 담겨 있다. 진도VTS는 첫 교신 때부터 "구호조처를 취하라"고 지시했으나 실제 조치는 31분 뒤에나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9시 10분께 상황을 묻자 세월호는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진도 VTS가 승객들이 구명보트에 타고 있냐고 물었지만 세월호는 "배가 기울어 탈출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방송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번복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9시23분 교신 내용에서 VTS가 승객들에게 방송해 구명조끼를 입게하라는 지시에는 "현재 방송도 불가능하다"고 답을 하다가 14분 뒤에는 "방송을 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또 선장이 직접 판단해 탈출을 명령하라는 지시에는 "탈출하면 구조할 수 있냐"는 말만 반복해 되물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9시 17분 교신에는 응급 상황 시 긴급 대피 매뉴얼에 따라 승객들을 안내해야 하는 승무원들이 브리지(조타실)에 모여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 탈출 명령 없어…승무원들은 9시37분께 탈출한 듯

녹취록에는 오전 9시12분께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 없다는 교신 내용이 있다.

'나홀로 탈출' 세월호 선장
'나홀로 탈출' 세월호 선장

지난 16일 오전 11시 16분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승객을 구조해 전남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구조선에서 내리는 '나 홀로 탈출' 이 모 선장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뒤늦게 확인됐다. 물에 젖지 않은 상의 차림의 선장은 배에 내리는 순간부터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119구급대원 등의 눈을 피해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4분 뒤인 17분에도 배가 50도 이상 기울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24분에는 진도 VTS가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서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바랍니다.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고 지시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객실 안 승객들은 탈출 명령을 기다렸지만 선장의 명령은 없었다.

경비정과 헬기가 10분 안에 도착하는 상황에서도 탈출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교신을 한 항해사는 계속해서 구조가 가능한지만 반복했다.

반면, 승무원들은 교신이 끊어진 오전 9시37분께 배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교신이 끊기고 3분 뒤 승객과 승무원 등 150∼160명이 세월호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배의 수장인 선장 이씨는 첫 번째 구조선을 타고 탈출한 모습이 포착됐다.

<그래픽> 세월호,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 내용
<그래픽> 세월호,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 내용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직전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와 마지막 교신을 한 내용이 공개됐다.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는 20일 오후 3시 진도군청 브리핑 장소에서 진도VTS와 세월호가 사고 당일 오전 9시 6분부터 교신이 끊긴 오전 9시 37분까지의 교신 녹취록을 공개했다. zeroground@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이 시간 실종자 대부분은 선체에 대기하라는 방송만 믿고 객실 안에 남아 있었다.

◇ 9시14분 목격된 구명보트엔 누가 탔나

진도 VTS의 지원 요청을 받고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온 한 선박은 오전 9시14분께 세월호에서 빠져나오는 구명보트를 목격했다.

이 선박은 진도 VTS에 "옆에 보트가 탈출하네요. (본선은) 기울어져서 접근하기 위험합니다"라고 상황을 알렸다.

이 구명보트에 누가 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승무원들이 탔을 가능성이 크다.

기관장 박모(54)씨는 수사본부에서 "선장이 위험하니 탈선을 하라는 말을 듣고 9시 쯤 기관실을 벗어났다"고 진술했다.

 

 

"속절없는 시간아"…침몰 5일째도 생존소식 없어

 (연합뉴스 2014/04/20 20:44)

 

수색작업 나서는 119 구조대원들
수색작업 나서는 119 구조대원들

 20일 오전 세월호 침몰 사고해역 수색작업에 나선 119 구조대원들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세월호-진도 VTS 교신내용 공개 '긴박한 31분'

가족들 '청와대행' 경찰과 대치…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

 

 '세월호' 선체수색과 구조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20일 격실에서 잇따라 시신을 수습했다.

격앙된 실종자 가족들은 '청와대행'에 나서 진도대교에서 경찰과 3시간여 동안 대치하다가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 약속을 받고 돌아섰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 함정 204척, 항공기 34대, 잠수사 563명을 사고 현장에 투입했다.

선체에 진입해 시신을 수습해낸 구조팀은 실종자들이 대거 몰려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식당과 휴게실, 편의점 등을 집중수색했지만 기대했던 생존자 발견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 "세월호 침몰 중"…진도 VTS와 31분간 교신

세월호가 사고 당시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한 데 이어 진도 VTS와도 31분간 교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선이 밝혀주는 불빛으로
어선이 밝혀주는 불빛으로

 20일 밤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에서 채낚이 어선이 밝히는 불빛속에서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55분 제주 VTS에 신고한 뒤 오전 9시 6~37분 진도 VTS와도 교신했다.

사고 지점인 병풍도 북쪽 3㎞ 지점은 진도 VTS 관제 구역이다. 그러나 제주가 목적지인 세월호는 당시 제주 VTS와 먼저 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 VTS는 세월호에 "우리가 연락을 받았는데 배가 넘어가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맞다"는 답신을 받았다.

진도 VTS는 11차례 정도 주변 화물선과 교신하며 "세월호가 지금 침몰 중이니 가능한 구명조끼와 구명벌을 바다로 투하하라"라고 지시했다.

교신이 끊기고 3분 뒤 승객과 승무원 등 150∼160명은 배에서 뛰어내렸고, 이때 이미 선체는 60도 이상 기운 상태였다.

 

밤을 잊은 실종자 구조
밤을 잊은 실종자 구조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닷새째인 20일 밤 조명탄과 채낚기 어선 불빛으로 밝혀진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활동을 하고 있다.

배가 침몰 위기에 놓이자 승무원들은 이때부터 이선(탈선)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조명탄·채낚기 어선 동원 야간수색 돌입

민관군 합동조사단은 19일 4층 격실에 처음으로 진입해 시신 3구를 수습한 데 이어 이날 오전 격실에서 시신 13구를 추가로 수습했다.

이날 오후 8시 현재 사망자는 모두 58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는 244명이다.

해경은 이날 낮 12시 9분에 이어 오후 5시 55분 등 밀물과 썰물이 바뀌면서 물흐름이 늦어지는 정조 시간에 맞춰 선체 진입을 집중적으로 시도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내지 못했다.

구조팀은 날이 어두워지자 조명탄과 채낚기 어선을 동원, 해역에 불을 밝히고 야간수색을 벌이고 있다.

 

민관군 합동 수색
민관군 합동 수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민관군 선박과 구조대원들이 정조시간대에 맞춰 실종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 실종자 가족, 최후까지 구조 촉구…안산·진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실종자 가족 100여명은 정부의 조속 대처를 촉구하기 위해 청와대로 출발하려다 이날 오전 7시께부터 진도대교 인근 왕복 2차로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가족들은 3시간여동안 갓길에 앉아 "우리 아이를 살려내라"고 절규했다. 한때 가족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족들은 "경력(경찰)을 당장 철수하고 청와대에 가도록 보장하라"고 요구하다가 정 총리와의 면담을 약속받고 진도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이후 정 총리와의 면담에서 선체 인양 방식을 논의한 것도 알려졌다.

가족 대표단은 전체 가족의 의견을 수렴해 선체 인양보다는 구조에 집중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안산과 진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기다림은 계속된다
기다림은 계속된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지 닷새째인 20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여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 수사본부 카카오톡 본사 압수수색…사고 정황 파악 중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카카오톡 본사를 압수수색해 사고 당시 선원, 승객들의 문자메시지 송·수신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선주를 포함해 중요 참고인으로 분류한 30∼40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했다. 출국금지 대상에는 선사 관계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변침'에 대해 3등 항해사가 아직 진술을 하지 않고 있어 명확한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

수사본부는 초동조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도 VTS, 해경, 안행부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폭넓게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