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런 일이" 아파트 주차장 붕괴 5대 의혹 (뉴시스 2014.04.06 14:18)

"어떻게 그런 일이" 아파트 주차장 붕괴 5대 의혹

 

전남 목포 신안비치 3차 아파트의 주차장 붕괴사고의 원인을 놓고 목포시와 입주민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는 한국구조물안전원 등 전문가 4명이 긴급 점검한 의견을 토대로 '토압'을 이기지 못해 흙막이 벽이 유실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민들은 '소방도로 폐지'와 발파작업 등 총체적 부실과 예고된 인재(人災)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측의 주장을 바탕으로 아파트 주차장이 붕괴된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 소방도로 폐지 왜? 특혜 논란까지

주민들은 토압에 의한 붕괴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방도로 폐지다. 목포시는 사고가 발생한 신안비치 3차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사이의 10m 도시계획도로를 아파트 신축 허가 과정에서 폐지했다.

당초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화물차정류장의 부지가 대양산단 쪽으로 변경되면서 진출입로로 계획했던 도로의 본래 기능이 상실돼 법적 절차를 거쳐 폐지한 것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최근까지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 균열현상에 따른 대책마련을 수차례 제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주민자치회가 안전진단연구소(LC)에 의뢰해 얻은 "시행사 공법으로 공사를 실시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를 목포시와 시공사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 당했다.

주민들은 시가 신안건설에 과도한 특혜를 준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윤상칠(51)주민자치회장은 "소방도로가 신축 아파트 부지로 편입되면서 완충공간이 없어져 사고를 키웠다"며 "각종 특혜까지 받아 강행된 아파트 공사가 결국 사고를 키웠다"고 말했다.

◇ 토압이냐? 지주대 부실 설치냐?

목포시는 사고가 발생한 2일 주민들을 만나 "한 달간 계측 기록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아파트 옆 신축공사로 갈라진 주차장 도로에 빗물 등이 들어가면서 흙이 밀려나지 않도록 설치한 패널이 토압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신안비치 3차 아파트 주차장은 인접한 신축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후 표면이 갈라지고 조금씩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갈라진 틈으로 빗물이 스며들고 흙이 유실돼 건설사 측은 사고 전날 콘크리트를 부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토압을 이기지 못하고 신축 아파트 공사장의 흙막이 벽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신축아파트 터파기를 하면서 지주대를 느슨하게 설치해 빚어진 결과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윤 주민자치회장은 "설계 도면대로 지주대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높긴 하다"면서도 "일부 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지주대 간격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암반 발파작업 영향은

신축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 목포시 북항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연결되는 하수도 차집관거 이설 공사도 사고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 중 발견된 암반을 깨는 발파 작업 때문에 아파트가 흔들리고 건물이나 주차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혁 주민대책위원장은 "당시 신안건설이 일반발파를 했다"며 "현행법 상 주택가 150m 이내에서는 일반 발파를 할 수가 없는데 주민들이 목포시에 각종 민원을 제기해도 신안건설은 이를 묵삭하고 계속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에 금이 가자 신안건설은 자기들 임의로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 금이 간 부위를 메우려고 하다가 주민들에게 걸려 그 공사를 못했다"며 "건설사와 시는 '구덩이'라고 표현하는데 레미콘 한 차 이상이 들어가는 것이 어떻게 구덩이냐. 이미 예견된 사고"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설공사로 생긴 공백을 메웠으나 뻘 등이 섞여 느슨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 붕괴 직전 전조증세 없었나

지난해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주민들은 꾸준히 안전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공사가 시작되자 이번에 사고가 난 도로는 물론 아파트 내부에도 차츰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주민들은 "신안건설이 주차장 바로 옆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이런 사고가 예견됐다"며 "신축 터파기 공사로 수개월 전부터 주차장과 도로 균열이 생기고 일부는 내려앉았지만 제대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자체적으로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목포시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기도 했다.

이를 검토한 시가 신안건설에 '6일 오후 6시까지 균열이 생긴 주차장을 보수하지 않으면 형사고발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에서 아파트 주차장이 무너졌다.

신안건설 측은 이와 관련해 "아파트 신축을 놓고 주민과 보상 협의가 늦어지는 바람에 보강 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며 "주차장과는 달리 아파트는 파일을 박는 등 튼튼하게 기초공사를 해 건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 아파트 바로 옆 신축 공사 문제는 없나

목포 아파트 주차장의 붕괴는 불과 10m 사이를 두고 진행 중인 아파트 신축공사가 사실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에 무너진 아파트 단지 옹벽과 신축 공사 현장과의 거리는 5m 정도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또 다른 아파트 신축 공사를 할 수 있는 법 규정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 건축법 등에 따르면 건축선에서 건축물까지 띄어야 하는 거리를 4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축하는 아파트 건물과 바로 옆 아파트 단지의 경계와의 거리가 4m만 떨어지면 아파트를 새로 짓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정 때문에 매번 소음이나 분진, 아파트 건물의 균열 등으로 건설사와 주민 사이에 피해 보상을 놓고 소모적인 힘겨루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재난안전 전문가는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사이 거리가 주차장이나 도로의 붕괴 사고 원인으로 밝혀진 사례는 없다"며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 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5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파작업까지 했다면 건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현실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