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나선 이정현… 홍보수석이 정치 현안마다 깊숙이 개입
4대강 MB 비난 이어 ‘귀태 발언’ 공격 선봉
ㆍ새누리당 내부서도 “과도” 우려의 목소리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55)에게 향후 진로를 물어보면 “나는 더 바라는 것 없다. 선거에 나갈 뜻도 없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는 것만 보면 된다”고 말한다. 청와대에서 정치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각오로 박 대통령을 위해서만 일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이 수석은 청와대의 9명 수석비서관 중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박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전달하는 참모로 인식돼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그분(이 수석)은 한번도 제가 하지 않은 말을 옮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이 수석의 발언과 목소리 크기는 박 대통령의 의중과 ‘싱크로율(일치도)’이 가장 높다.
이런 이 수석이 정치 현안마다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에는 감사원이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내 이름을 써도 좋다”며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는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그는 지금 야당 공격의 최선봉에 서 있다. 박 대통령과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한 민주당 인사들의 “귀태의 후손”(홍익표 의원),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이해찬 상임고문) 등 거친 발언에 정면 대응하면서다. ‘여의도 정치’를 줄곧 관전자 입장에서 바라보던 박 대통령이 자신의 ‘아바타’ 이 수석을 통해 정치 현안에 개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대통령을 무자비하게 깎아내리고 정통성을 부인하는 언동”, “대선 무효를 협박하지 말고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등 야당을 겁박하는 데 거침이 없다. 정무적 영역까지 홍보수석이 나섬으로써 마치 정국을 들었다 놨다 끌고 나가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정무수석은 40여일이 넘도록 빈자리다. 그의 이런 모습은 대선 때 공보단장으로 야당 공세에 맞서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수석은 사실상 청와대에서 유일한 ‘입’이다. 그가 지난달 3일 정무수석에서 수평이동한 뒤 쏠림 현상은 더욱 확연해졌다. 윤창중 전 대변인 사퇴 이후 혼자가 된 김행 대변인의 역할은 최소화됐다.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정치적 해석은 이 수석 몫이다. 청와대 내에선 누구도 쉽사리 박 대통령 발언의 뜻을 해석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국정운영 스타일이 이 수석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측면도 있다. 박 대통령은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청와대 운영은 대통령만 부각될 뿐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은 모두 2선으로 숨어 잘 보이지 않는다. 여권 관계자는 “철저히 박 대통령 1인 중심 체제이고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일을 친히 챙김)형이다 보니 다른 참모들 역할이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많다”며 “이전 청와대 운영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복심’인 이 수석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업인 홍보 업무 이외에 중요 결정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도 이 수석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지난달 이 수석은 점심을 먹다 말고 휴대폰을 들고 나가며 “그건 이렇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박 대통령이 어떤 사안을 물어본 것이다.
새누리당에선 이 수석의 과도한 정치 개입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1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치 현안은 계속 생성될 텐데 그럴 때마다 청와대가 정쟁의 중심에 서는 모습은 옳지 않다”며 “잘못하면 대통령에게 화살이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은 지난 15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정치적 이슈에 발언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자꾸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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