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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해적

미국선장 해적에 붙잡혀

입력 : 2009.04.11 03:04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선장 리처드 필립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미국 선박의 선장이 바다에 뛰어들어 탈출을 시도하다 해적들에게 다시 붙잡혔다. 지난 8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미국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선장 리처드 필립스(Phillips· 51)는 억류 사흘째인 10일, 해적들과 함께 타고 있던 구명보트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곧바로 해적들에게 다시 붙잡혔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필립스 선장은 지난 8일 머스크 앨라배마호가 해적에게 일시 장악됐을 때 부하 선원 20명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본인 혼자만 스스로 인질이 됐다. 앨라배마호 선원들에 따르면 필립스 선장은 해적들이 앨라배마호에 올라타자 무전기를 통해 선원들에게 선실 한 곳에 숨을 것을 지시하고 자신은 해적들을 유인했다는 것. 선원들의 저항에 부딪힌 해적들은 결국 필립스 선장만을 인질로 잡아 구명보트를 타고 떠났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필립스 선장의 이타적인 행동은 그를 아는 이들에겐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그가 졸업한 매사추세츠 해사(海事) 아카데미의 은사인 조지프 머피(Murphy)는 "내 아들은 자기가 여지껏 만나본 선장 중 필립스가 가장 근면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머피의 아들은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선원이다. 필립스 선장의 친지와 친구들 역시 그를 '뛰어난 유머감각을 갖춘 뱃사람 중의 뱃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미 정부는 필립스 선장을 구출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필립스 선장은 10일 현재 해적들과 함께 연료가 바닥난 구명보트를 타고 아프리카 동부 아덴만(灣) 남쪽 해상에 표류 중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인질 협상가들을 현장으로 보내 해적과 협상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FBI 리처드 콜코(Kolko) 대변인은 "인질의 안전을 고려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적들은 선장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아덴만 해상에서 초계(哨戒) 활동을 벌이던 구축함 미 베인브리지호는 9일 현장 해역에 도착, 필립스 선장이 억류된 구명보트 근처에 감시정(監視艇)을 보내 선장의 상태를 비디오로 촬영하고 있다. 현장에 급파된 해상초계기 'P-3 오리온'도 상공에서 현장을 감시하고 있다. 유도탄을 탑재한 구축함 헤일리버튼호와 헬기들도 현장으로 급파됐다.

NYT는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제 해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해적 경제'에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군사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척당 8억달러(약 1조600억원)에 달하는 미 구축함이 구명보트를 탄 초라한 소말리아 해적과 대치하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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