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亞공동기금 가동..금융협력 급물살 (연합뉴스 2009.05.03)

亞공동기금 가동..금융협력 급물살>(종합)

한국에 캐스팅보트..아시아판 IMF 발전 주목

(발리.서울=연합뉴스) 정준영 심재훈 기자 = 아시아 역내 금융협력이 3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경험한 이후 화두로 등장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가 이날 회의로 본 궤도에 오른 것이다.

CMI 다자화기금 완성으로 역내 외환위기 방지를 위한 든든한 안전판이 확보됐으며 ABMI에 따른 역내채권투자기구(CGIM) 설립 합의에 따라 아시아 내 투자 및 자금시장 활성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

나아가 CMI기금을 기반으로 역내 경제감시기능 강화에 공감하면서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 격인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돌파를 위해 재정 지출 확대를 포함한 정책 공조에 나서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 다자화 완성..中.日 타협에 한국 캐스팅보트
이번 회의의 최대 성과는 CMI 다자화기금의 골격이 완성된 점이다.

CMI는 상호 자금 지원을 통해 외환 위기에 빠진 역내 국가를 돕는 위기방지체계로, 2000년 5월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등장했다.

초기에 1단계로 양자 통화스와프 형식으로 출발한 이후 2단계로 2006년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바꿔 절차를 단순화하고 의사결정 기간을 단축한데 이어 이번에는 3단계로 다자 공동기금 형태로 업그레이드됐다.

규모와 형식이 다 바뀐 셈이다. 작년말까지 역내 중앙은행간 양자계약을 합한 금액이 800억 달러였다면 이번 합의에 따라 다자계약에 기초한 1천2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종전 양자체제에서는 우리와 관련된 계약이 155억 달러였지만 이번 다자기금에서는 192억 달러로 늘어났다.

분담률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중국과 일본이 1천200억 달러 가운데 32%(384억 달러)씩 같은 비율로 하기로 합의하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그 절반이면서 세번째인 16%의 지분율만으로 중.일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향후 '대주주' 자격을 갖기 위해 자기에게 유리한 GDP와 외환보유액 기준을 각각 내세웠던 일본과 중국이 동일 지분율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일 총리회담이 기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로 필요성이 증대된 CMI 다자화 기금 출범이 지연될 경우 중.일 양국에 쏟아질 책임론도 양측에는 부담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물밑 중재 역할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 채권투자기구 설립..역내 채권시장 활성화
이번 회의에서는 그간의 ABMI 논의를 통한 구체적인 성과물도 나왔다. 바로 역내 채권신용보증투자기구(CGIM)를 설립키로 한 것이다.

ABMI 논의는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시장에서 아시아 국가들을 보호하고 역내 금융협력을 활성화하려는 차원에서 2002년 아세안+3 회의에서 시작됐다.

ABMI는 부동자금을 투자로 연결시키기 위한 역내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이다. CGIM의 경우 역내 자금이 지역 내에서 돌 수 있도록 역내 은행이나 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신용보증을 제공하기 위한 기구다.

신용등급이 낮은 아시아 채권에 대한 신용보증을 통해 역내 국가가 외환보유고 등을 통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일단 5억 달러 규모로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내에 독립된 펀드 형태로 설립하기로 했다.


◇ 아시아판 IMF 발판 되나
앞으로 관심은 CMI 기금의 운영방향에 쏠려 있다.

이는 평소에도 달러를 당겨쓸 수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와는 달리, 위기 상황이 지원의 전제다. 1천200억 달러 가운데 역내 의사결정으로 지원되는 규모는 전체의 20%인 240억 달러 수준이며 나머지 80%는 IMF 지원프로그램과 연계된다.

기금은 분담금액 만큼 바로 출자하는 게 아니라 지원 요청이 들어왔을 때 나가게 된다. 특정국가의 위기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외환보유액에는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위기 시에 끌어다 쓸 수 있는 자금의 규모는 지분율과 국가별 경제규모 등을 감안해 분담금 대비 인출배수를 통해 차등화했다.

인출배수는 중국과 일본이 각각 0.5, 한국 1.0이며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세안 '빅 5' 국가가 2.5,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브루나이나머지 아세안 5개국이 5.0으로 정해졌다.

예컨대 한국은 인출배수가 1.0인 만큼 위기시에 분담액과 같은 192억 달러까지 인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방안은 중앙은행 간 다자계약 등 법률작업을 통해 연말까지 마무리된다. 종전 800억 달러가 양자계약을 합한 규모였던 만큼 앞으로는 다자 공동기금 체제로 전환되면서 기존 계약은 다자계약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다만 한.일, 한.중 스와프에서 위기가 아닌 평상시에 쓸 수 있는 스와프는 다자화로 대체되지 않은 채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CMI 다자화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가급적 빨리 역내 경제감시기구를 설립하기로 함에 따라 아시아판 IMF의 출범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립적 감시기구 설립에 앞서 ADB나 아세안 사무국을 활용해 임시로 감시기능을 담당하기로 함에 따라 역내 금융위기 대응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상설 감시기구를 만들려면 우수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2~3년가량 워킹그룹을 만들어 준비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