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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형제나라 키르기스스탄으로 진출하자 (한겨레 2009.04.24)

형제나라 키르기스스탄으로 진출하자


비슷한 생김새에 몽고반점이 있고

‘자유대한’이란 지명이 있는 형제나라

기업투자·원조투자·문화투자로

잠재력 키울 형제관계 돈독히 하자

키르기스스탄에 ‘자유 대한’이라는 지명이 있다. 수도 비시켁에서 약 30㎞ 남쪽에 위치한 알라아르차 국립공원의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가 ‘자유 대한’(Free Korea) 봉이다. 해발 4778m다. 어떻게 그런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옛날 우리 민족과 이곳 사람들이 빈번히 교류한 자국이 아닐까 싶다. 약 1250년 전 고구려 출신 고선지 장군이 당나라 군을 이끌고 텐진산맥을 넘어 이 부근에서 이슬람 군과 격전을 펼쳤다는 것은 고증된 사실이다.

키르기스스탄과 우리나라 민족은 많은 면에서 아주 흡사하다. 우선 생긴 모습이 구별이 안 갈 정도이고, 언어구조가 완전히 같고, 책상다리로 방에 앉아서 생활하는 방식도 유사하며, 부모를 공경하고 연장자를 우대하는 풍습도 같고, 심지어 탄생의 증표인 몽고반점까지 똑같이 가지고 있다.

지금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을 모델로 해서 고속 경제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비록 원유와 가스 매장량은 인근국에 비해 많지 않지만, 금, 석탄, 희소광물(몰리브덴, 안티몬 등)이 다량 묻혀 있다. 여기에 더해 텐진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무한대의 수자원, 한반도 크기의 비옥한 토지, 천 개가 넘는 호수와 7천m급 산맥이 자아내는 수려한 경관, 그리고 우리처럼 우수한 두뇌와 교육열을 가진 인적자원은 이 나라 경제발전의 든든한 토대다. 여기에다가 키르기스스탄이 중국, 러시아, 유럽, 소아시아를 연결하는 좋은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앞으로 이 나라가 무역과 투자는 물론 물류, 교통, 관광 분야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제 막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시작한 키르기스스탄으로서는 부족한 것이 세 가지 있다. 자본, 기술, 경험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세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나라는 우리와 같이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현재 우리 기업이 비시켁 시내에 1400가구의 고급 아파트를 짓고 있다.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지만 우리 업체 컨소시엄이 대규모 신도시 건설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수력발전소, 시멘트 공장, 감자전분 공장 건설 투자를 위한 협의도 전개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우리의 투자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지금은 우리 기업이 주로 건설분야를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나는 우리가 제조업과 농업분야 투자 진출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광활하고 비옥한 토지에 병충해가 거의 없는 기후조건으로 값싸고 품질 좋은 밀, 쌀, 대두, 고랭지 채소, 화훼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유목 생활을 하던 이 나라 사람들은 농사를 지은 경험이 적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도 우리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경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키르기스스탄 사이의 “형제 관계” 발전을 위해 우리 정부는 세 가지 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하나는 위에서 말한 기업투자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 나간 우리가 이 나라의 경제, 사회 발전을 돕는 원조(ODA) 투자이며, 마지막으로 양 국민간 유대감을 증진시키는 문화투자다. 이 세 가지 투자가 확대되면서 양국간에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협력관계와 형제의식이 굳건해질 것으로 본다. 그리하여 머지않은 장래에 지금은 알라아르차산의 두 번째 봉우리에만 붙여진 ‘자유 대한’의 이름이 이 나라 각지에 퍼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경렬/주키르기스스탄 대사대리

출처 : 한겨레 '왜냐면' 2008-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