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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기고문] 李대통령 순방이 얻은 것 (파이낸셜뉴스 2009.03.09)

[기고문] 李대통령 순방이 얻은 것
권종락 제1차관, 2009.3.9, 파이낸셜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1주일간의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8일 저녁 귀국했다. 지난해 한반도 주변 4국과 정상외교를 마무리한 데 이어 이번 순방은 동남아와 남태평양 지역으로 우리 외교의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신 아시아 협력 외교’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걸맞은 위상 정립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입지를 더욱 다져나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등 역내 국가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전통 우방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 외교의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번 순방의 성과가 중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성과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보물섬’으로 명명된 이번 순방에서 우리가 찾고자 한 보물은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 창출이었다. 4가지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첫째, 이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녹색 기술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첨단 녹색기술 분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협력 잠재력은 매우 크며 이는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뉴질랜드와는 친환경기술에 대한 공동연구를 실시하고 친환경제도를 운영한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뉴질랜드는 재생에너지 투자 촉진, 기후변화 대응정책 등을 통해 깨끗한 녹색자연국가 브랜드를 가진 나라이다.

호주와는 탄소포집 저장기술 등 온실가스 감축 분야 협력 확대 및 기후변화 대응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탄소포집 저장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매우 큰 첨단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와는 친환경 녹색연료 확보를 위한 20만㏊의 조림지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로써 우리는 총 70만㏊의 조림지를 인도네시아에서 확보하게 됐다. 이는 제주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둘째, 이 대통령은 호주, 뉴질랜드 방문 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양국과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FTA 체결 시 2020년까지 우리나라에 350억달러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한·싱가포르, 한·아세안 FTA에 이어 호주, 뉴질랜드와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나라는 역내 FTA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국들과 정보통신 협력을 강화하고 이들 국가의 정보통신사업에 대한 우리 업체들의 참여를 더욱 확대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대통령이 참여한 가운데 우리 업체들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연회가 개최돼 우리의 선진 정보기술(IT) 국가 이미지도 제고했다.

인터넷 보급률이 3가구당 1가구 정도인 뉴질랜드는 최근 브로드밴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만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역시 최근 휴대이동방송 허가를 위한 법규를 제정하는 등 무선인터넷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선제적 외교는 이같이 거대한 IT 시장 선점에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

셋째,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자원부국들과 자원·에너지 협력관계도 증진됐다. 광물자원 수입의 30%를 점하는 호주와는 동·아연 등 광물자원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출 확대,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공동참여, 가스전 공동개발 등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뉴질랜드와도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협력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오랜 기간 우리의 자원 개발 파트너 국가인 인도네시아와는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 설립,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한 사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국제 금융위기 극복과 관련, 이 대통령은 거시경제 정책의 공조 중요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방지 필요성에 대해 3개국 정상들과 인식을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3국 정상에게 전 세계 국가들이 신속하게 재정확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글로벌 딜(Global Deal)’ 제안을 설명하고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무역국가들이 공조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순방은 주요 우방국인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와 양자 차원의 실질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활력을 제공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견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우리 외교의 주요 과제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적 인지도를 최대한 활용, 해외시장 확대와 수출 증진을 위한 실용적인 글로벌 정상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