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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한국의 세번째 무역파트너 `아세안` (한국경제 2009.04.09)

한국의 세번째 무역파트너 `아세안`

이순천 외교안보연구원장, 2009.4.9 한국경제 게재

교역ㆍ투자규모 1천억弗 달해, '親아시아 외교'에 다리 되길

북한의 로켓 발사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한국의 대(對)아시아 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은 호주,뉴질랜드,인도네시아 순방에서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신아시아 외교는 주변 4국을 넘어 아 · 태지역으로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FTA와 맞춤형 경제협력,아시아에서 우리의 역할과 기여 증대 등을 목표로 한다. 신아시아 외교를 통해 우리나라는 성숙한 세계국가로서 뿐만 아니라 책임있는 아 · 태지역의 일원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신아시아 외교는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과는 차별화된다. 이러한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우리에게 중요한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일찍이 ASEAN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한 일본은 1960년대 이래 직접투자 및 공적개발원조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중국 또한 오래전부터 ASEAN 회원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최근 들어 중 · ASEAN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관계 강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안보문제나 중 · 일간의 경쟁으로 인한 역내 불안정성을 관리해 나가기 위해선 ASEAN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도 ASEAN 회원국들은 풍부한 자원과 매력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다. 2007년 한 · ASEAN FTA 상품협정 및 서비스협정이 체결됐다. 이제 남아있는 투자협정도 조속히 체결되리라 기대한다. 2008년 한 · ASEAN 교역액은 902억달러,대ASEAN 투자는 35억달러로 우리의 제3위 교역 · 투자 대상국이다.

한국은 1989년 처음으로 ASEAN과 부문별 대화관계,1991년부터 전면적 대화관계를 수립했다. 따라서 2009년은 한 · ASEAN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이 되는 해이며,지난 3월 한 · ASEAN센터가 서울에 설립됐다.

오는 6월 이를 기념해 제주도에서 한 · ASEAN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10~12일 태국에서 '한 · ASEAN' 및 'ASEAN+3(한 · 중 · 일)' 정상회의,동아시아 정상회의(EAS)가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무엇보다도 국제경제 · 금융위기 및 식량 · 에너지 안보 등 주요 국제 이슈에 대한 역내 국가간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우리로서는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국제공조 하의 경기부양책,투자 및 금융부문의 보호주의 동결,금융규제강화 방안,신흥 국가에 대한 유동성 확대 및 금융지원 등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주장해 반영시킨 내용 등을 설명할 것이다. 또한 역내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1200억달러 규모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조성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의 '저탄소 녹색성장' 등 에너지와 환경 · 기후변화를 연계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한 · 중 · 일 정상회의도 개최돼 금융협력 등 3국간의 공동관심사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한국은 금융위기 대처를 위한 국제협력에서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과 상호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강화,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성장벨트 조성,IT산업,에너지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ASEAN 회원국들과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쟁과 협력,위기와 기회의 양면성이 공존하는 21세기에 ASEAN과의 협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제사회 힘의 중심은 더이상 미국 유럽 등 서방에만 치우쳐 있지 않다. 아시아 · 태평양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