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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협력 강조되는 ‘형제국가’ 카자흐스탄 (헤럴드경제 2009.05.12)

협력 강조되는 ‘형제국가’ 카자흐스탄

이병화 주카자흐스탄 대사, 2009.5.12 헤럴드경제 게재



알타이 문화권 유사성...
한류 확대로 친밀감 고조

경제 발전등 정책 공유...호혜적 협력 증진 기대



최근 카자흐스탄 문화공보장관을 만나러 필자가 장관실로 들어서자 그는 “귀하는 단순히 카자흐스탄에 온 것이 아니고 알타이 지역에 살던 한 조상에서 나온 형제들의 땅에 온 것입니다. 당시 서쪽으로 이동한 사람들은 카자흐인으로, 동쪽으로 이동한 사람들은 한국인이라 불리게 된 것입니다”라고 환영했다.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에 위치하며 세계 9위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석유 매장량은 세계 9위이고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 2위이며 아연ㆍ구리 등 주요 자원의 보고다. 이 나라는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개방적 경제정책을 펴 2000년 이후 연 10%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08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400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중심국가로서 2010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국을 맡는 등 국제 무대에서의 위상도 강화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19년 전 방문한 이래 양국은 알타이 문화권이라는 유사성, 그리고 경제발전 경험과 정책의 공유에 힘입어 호혜적인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외관상 한국인과 가장 유사한 민족은 카자흐인과 몽골인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ㆍ몽골ㆍ카자흐 3국 간에는 KoMoKa 우정(체신)협력공동위원회가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와 카자흐어에서 발음이나 뜻이 유사한 단어가 200여개이고 어순도 같다. 카자흐어 “살살”과 “서울에”는 각각 조용하게와 빛이라는 뜻이다.

카자흐스탄에는 1930년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이후 성공적으로 정착한 10만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와 카자흐스탄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우리 기업들이 지금까지 약 22억달러를 투자해온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은 최근 혁신산업발전전략을 채택하면서 산업다변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로 카자흐스탄도 특히 금융과 건설 분야가 타격을 입고 경제성장이 둔화돼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 경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부응해 양국은 2008년부터 3차례에 걸쳐 경제전략 세미나와 경제선진화 역량 강화 사업 등 지식 공유사업을 열심히 전개하고 있다.

양국 간 에너지 분야 협력을 보면, 2008년 5월 탐사계약이 체결된 카스피 해상 잠빌 광구 사업은 기대매장량이 10억배럴 이상으로, 우리의 해외유전개발 사상 최대 규모로 전망된다. 또 2009년 3월 한국 컨소시엄은 25억달러 규모의 발하 시 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했다. 이 두 사업은 양국 간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카자흐스탄 전국 TV 방송망으로 드라마 ‘주몽’ ‘대장금’ ‘첫사랑’ 등 수십개 작품이 절찬리에 방영됐으며, 현재 드라마 ‘이산’도 방영되고 있다. 지난달 ‘난타’ ‘비보이’를 비롯 풍물놀이 등 전통 음악과 무용 그리고 한국영화가 알마티와 아스타나에서 1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었고, 현지 언론에도 200회 이상 보도됐다. 우리나라가 중앙아시아에서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시 양국은 실질협력의 내용과 범위를 총망라하는 행동계획을 마련한다. 이 행동계획을 기반으로 우리의 기술력과 경제발전 노하우를 카자흐스탄 발전전략과 풍부한 자원에 결합시켜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카자흐스탄에는 손님을 ‘하늘이 보내준 사람’으로 인식하고 손님에게 온 정성을 쏟는 전통이 있다. 이번에 이들은 ‘형제국가’ 한국으로부터 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