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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정면충돌 치닫는 이란 정국…아마디네자드, 살아남을까? (뉴시스 2009.06.17)

정면충돌 치닫는 이란 정국…아마디네자드, 살아남을까?

지난 12일 이란의 제10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강력한 라이벌인 온건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지지자들 위주로 구성된 반정부 시위대가 연일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란 공영 라디오는 15일 시위 도중 발생한 총격으로 최소 7명의 시민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에 맞서 친정부 시위대를 조직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이란 정국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마디네자드는 과연 현재의 위기를 종식시키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디네자드는 대선에서의 84%라는 높은 투표율은 그의 재선의 적법성을 분명히 나타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마디네자드의 지지를 촉구했던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저항하는 시위가 열린 이후, 현재의 불안한 이란 정세는 이슬람공화국의 적법성을 손상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이란 정부는 불안한 현재 상황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력을 사용할 경우 국민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결코 쉬운 결정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이 경우 이란 내 민권이 결국 서방 국가들에 비해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을 촉발할 수도 있다.

무사비와 그를 지지하는 시위 세력들은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하며 재선거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선거는 하메네이의 승인이 없이는 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란 전문가인 마무드 샤퍼가트는 "하메네이가 만일 재선거를 결정한다면 시위 확산에 대해 성직자 등 지도부가 얼마나 염려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수호위원회가 선거 무효화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도 일부 재검표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이란 정치의 실권을 잡고 있는 이슬람 성직자들이 벌써부터 시위 확산에 우려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을 하메네이가 재선거를 요청하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말한다. 재선거로 인해 2012년 열릴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해, 이후의 선거에서 온건파의 승리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혁파에 하나씩 양보하게 되면 이란 신권정치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더 많은 요구들이 쏟아져 나롤 것을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지난 1979년 왕정 붕괴를 부른 대규모 군중 시위 이후 가장 큰 가두 시위를 연일 이어가고 있음에도 이란의 신권정치 체제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아마디네자드가 이번 시위에 따른 정국 혼란을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권력 기반이 크게 약화될 것만은 틀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이슬람의 개혁파와 강경파 간의 오랜 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설사 아마디네자드가 계속 집권을 하게 된다고 해도 집권 2기를 맞은 그의 정부가 더 많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앞으로 4년 동안 심지어 축구 경기도 전국적인 폭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이는 아마디네자드의 지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거리 시위에 익숙해진 이란 국민들이 대중 시위에 대한 두려움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시위는 지난 1999년 대학생들이 주축이 됐던 시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년 전의 시위가 젊은 층만 참여하는 가운데 진행된데 반해 이번 시위에는 중산층과 나이든 장년층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또 이번 시위는 무사비라는 노련한 정치가가 이끌고 있다. 그는 대학생처럼 순진하지 않다. 반정부 구호를 앞세운 무사비를 일반 대중이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가 갖는 폭발력은 과거의 다른 시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위자들의 운명은 무사비가 반체제 인사가 되기를 원하는지의 여부에 달렸다. 1980년대 8년 간 이란의 총리로 있었으며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한 측근이었던 무사비는 이전까지 개혁파라는 평을 거의 들은 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개혁파 후보를 자임하고 나서더니 사람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과감한 개혁 공약들을 내걸어 유권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한 전문가는 "무사비는 이슬람공화국의 일부로서, 종교적 지도자들을 믿고 있다"며 "그가 이란의 종교적 체계와 신권정치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이번 주 금요 기도회를 이끌 예정으로, 이때 그는 시위를 종식시킬 것을 공식적으로 명령할 수 있을 것이다. 무사비는 이 요청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 멀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현재 이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