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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부정선거 논란의 핵심 `개표 의혹`(조선일보 2009.06.17)

부정선거 논란의 핵심 '개표 의혹'

이란 대선이 '부정(不正)'이라는 주장의 핵심에는 '석연찮은' 개표 과정에 있다. 이란 내무부는 대도시와 주별(州別) 개표 결과만 발표할 뿐, 각 선거구의 개표 결과는 발표하지 않는다. 물론 민간의 독자적인 출구조사도 없다. 개혁파 야당 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Mousavi) 전 총리측은 "많은 개표소에서 야당 후보측 감시 요원이 쫓겨난 상태에서 개표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무사비의 지지세력과 서방이 가장 의심스러워하는 대목은 개표 결과의 '신속한' 발표. AP 통신은 16일 4000만표가 넘는 전체 투표용지를 일일이 손으로 개표해야 하는데, 어떻게 투표 종료 12시간 만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느냐가 최대 의혹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내무부는 투표 종료 1시간쯤 뒤에, 무사비 후보측이 '승리'를 주장하자 곧바로 첫 500만표의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Ahmadinejad) 현 대통령의 '압승'이었다. 이후 4시간 동안 2000만표가 추가로 개표됐다. 1시간마다 500만표씩 개표를 한 셈이다.

이란의 투표용지는 유권자가 지지 후보의 이름을 일일이 투표지에 적어 넣는 방식이다. 기계를 이용한 자동 개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탓에, 이전 선거의 경우 최종 개표까지 2~3일 걸렸다. 그런데 이번엔 투표 다음 날 최종 결과가 전격 발표됐다.

아마디네자드와 무사비의 득표율 차이가 개표 내내 거의 변하지 않은 점도 '이례적'이다. 개표는 야당세가 강한 테헤란 등 대도시에서 먼저 진행됐고, 아마디네자드의 지지층이 많은 농촌 지역의 개표는 상대적으로 늦었다. 그런데 아마디네자드는 대도시든, 농촌 지역이든 줄곧 60% 내외를 득표했다. 야당 후보들은 자신들의 고향에서도 아마디네자드에게 패배했다. 무사비는 고향인 동(東)아제르바이잔에서 56% 대 42%의 득표율로 아마디네자드에게 패했다. 또 다른 개혁파 후보인 메흐디 카루비(Karroubi) 전(前) 이란 의회 의장도 자기 고향인 이란 남동부 라리스탄주에서조차 5%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이곳은 2005년 대선에서 보수파 후보들이 20%밖에 표를 못 얻었을 만큼, '개혁 성향'이 강한 곳이다.

하지만 이런 의심스러운 정황에도 불구하고, 워낙 선거 자체가 불투명하다 보니 서방의 선거 전문가들조차 '부정 선거'라고 단정하지 못한다. 월터 메베인(Mebane) 미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에 "의혹은 많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