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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중국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주간조선 2010.01.30)

중국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지금 세계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소비'일 것이다. 전세계 소비의 30%를 담당해온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소비를 세계 경제에 선물해줄 나라 하나를 꼽으라면? '중국'을 꼽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을 대신할 '세계의 시장'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만일 중국이 없었다면 세계 경제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이렇게 빨리 회복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생각보다 빠른 회복을 가져온 일등공신도 중국이었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금융위기도 아랑곳없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도 중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중국은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지난해에도 8.7%의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그 주역 또한 중국 내수시장이었다. 수출의 감소를 소비가 상쇄하고도 남았다. 중국 정부의 4조 위안 규모 경기 부양책은 소비 증가세에 날개를 달아줬다.

Weekly BIZ 특별 취재팀이 만나본 중국의 소비자들은 올림픽을 성공리에 끝내고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거의 홀로 고성장을 지속한 자신감에 차있었다. 과거 중국인들은 경제와 사회의 불확실성 때문에 현재를 즐기기보다 미래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장기간의 고도 성장으로 인해 지금은 '앞으로 소득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소비를 즐긴다.

중국의 소비 폭발은 내륙의 2급, 3급 도시로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이른바 '2급 도시'의 하나인 우한(武漢)에서 만난 30대 맞벌이 부부 집으로 들어가 보니 럭셔리 제품의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아내는 루이비통 핸드백을, 남편은 오메가 시계에 페라가모 지갑을 갖고 있고, 만 4개월 된 아기는 네덜란드 수입 분유에 미국산 칼슘 보충제를 쓴다.

이제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어야만 전세계 기업들이 공장을 계속 돌리고 직원들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계 경제를 안정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는 중국이 2020년에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전세계 소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2%에 불과하지만, 2020년에는 23.1%로 급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동 타오는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테마는 민간 소비의 부상"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중국 소비시장을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부르기엔 미약한 수준이다. 중국 소비시장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세 가지 요인이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기대하게 한다. 첫째, 경제 정책 패러다임 변화이다. 중국 정부는 2004년 수출 주도형에서 내수 주도형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뒤 지속적으로 이를 강조하고 있다.

둘째, 소비 확대의 걸림돌이었던 유통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의 미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과거 중국 내륙 도시에선 사고 싶어도 살 만한 물건도, 매장도 없었지만, 지금은 홍콩이나 베이징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이후 사회보험(연금)과 의료보험 개혁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셋째, 중국 소비시장의 주역이 바뀌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에 태어나 고도 성장기에 성장한 20대, 30대들이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 떠오르는 거대 시장을 기업들이 가만둘 리 없다. 지금 중국 전역은 전세계 기업들의 피 튀기는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을 더 이상 저임금 생산 기지가 아니라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륙의 2급, 3급 도시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Weekly BIZ 특별 취재팀이 찾아가본 우한(武漢)·창사(長沙)·청두(成都)·충칭(重慶) 등 4개 내륙 도시는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중국시장을 몇 년 전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큰 오산이다. 박근희
삼성전자 중국법인 사장은 "중국은 더 이상 잠재력 운운할 신흥시장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중심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의 눈 높이는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이제 '�r시(關係)'에만 기대 중국 시장을 뚫으려 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중국 내수시장은 과연 어떻게 변하고 있고, 기회와 위협 요인은 무엇인가? Weekly BIZ가 〈컨슈머 차이나〉 특집을 통해 중국시장을 깊숙이 들여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