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보양식 민어(民魚)
이 인 곤
전남도 해양수산환경국장
입력날짜 : 2010. 07.23. 00:00
비구름이 새까맣게 몰려오면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여름을 이겨낼 각종 보양식품들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멋과 맛을 한껏 뽐내는 고기로 민중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민어(民魚) 이야기로 입맛을 돋아 보고자 한다.
민어는 회와 탕, 구이로도 좋지만 어포로도 사랑을 받아왔고, 특히 송어알, 조기알, 숭어알과 함께 알포 또는 알젓으로도 오랫동안 명성을 드높였다. 지금도 백화점에 가면 민어알포가 영암어란처럼 짝을 이루고 있는데 자칫하면 속을 수도 있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 따르면 민어는 몸이 약간 둥글고 빛깔은 황백색으로 등은 청록색이며 산란기를 앞둔 여름철에 갓 잡아올린 것이 가장 맛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에서는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여름철에 냉해지는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하였다. 이 민어는 전남 서해안 특히, 신안군 임자도 이북에서부터 영광군 낙월면 안마군도 사이에서 생산된 것 중 8kg 이상으로 성장한 수컷을 최고로 그 값을 쳐준다.
요즘 민어의 집산지로는 신안군 지도읍 송도가 유명한데 앞에서 언급한 크기의 민어는 kg당 4만5천원 이상을 호가 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 식품영양학적 견지에서 보면, 민어는 소화흡수가 빨라 어린이의 성장발육과 노인이나 환자들의 건강회복에 특효가 있고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높여주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동맥경화를 예방하여 혈액의 응고방지, 치매 및 항암작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등푸른 생선에 많은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 천연 EPA와 DHA가 다량 함유 되어 뇌기능 촉진 등 각종 질병 예방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민어의 부레를 얇게 썰어 열을 가하면 진주같은 구슬이 되는데 이것을 아교구라 하여 보약의 재료로 쓴다. 이러한 민어의 영양학적 성분을 토대로 우리 선조들은 복달임으로 승화시켜 왔는데 눈여겨 볼만한 것은 한양에서도 복날에 서민들은 황구보신탕을 든 반면 반가에서는 민어의 내장과 뼈를 고아 만든 민어탕으로 복달임을 해왔다고 전해 온다.
고단백 음식으로 대구 수놈 뱃속에 있는 내장의 일부인 ‘고니’를 날것으로 소금에 찍어 먹기도 했는데, 민어 부레풀(民魚膠) 또한 그렇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민어의 부레는 어둡고 맑고 투명하면서도 천년을 가도 썩지 않는 옻칠과 궁합이 잘 맞아 접착제로도 그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지금은 박물관에나 소장된 값비싼 고가구가 모두 민어의 부레풀로 만들어진 것으로 민어풀의 생명력을 고마워 할 일이다. 이처럼 귀하고 소중한 민어 생산량도 2006년 1천100톤에서 작년에는 2천340톤으로 급속하게 증가되어 민어 애호가들의 입맛을 충족 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자원은 환경과 여건에 의해 언제든지 감소할 우려가 있어 우리道에서는 10여년전부터 민어의 양식연구를 통해 인공부화에서 양식까지 완전양식의 길을 터 놓았고 매년 어린 민어의 방류사업에도힘쓰고 있는 한편 민어로 굴비 가공품도 개발 하였다.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여름철 건강, 금년에는 옛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 다가오는 중복과 말복에는 민어로 복달임을 해 건강도 챙기고 민어 소비도 늘려 어업인들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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