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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노!바마”… 불황에 2년전 환호가 분노로 바뀌어 (국민일보 2010.11.03 18:26)

[美 중간선거 공화당 압승] “노!바마”… 불황에 2년전 환호가 분노로 바뀌어

국민일보 | 입력 2010.11.03 18:26

민주당 정권이 중간평가에서 공화당에 패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대통령 취임 또는 재선 2년 만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를 대통령 또는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긴다. 전통적으로 중간선거에서는 '집권당에 대한 의회 견제'라는 심리가 작용돼 왔다. 여론은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를 선호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패인=이번 선거는 경기 침체와 고실업, 재정적자 등 경제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외교 문제는 이슈가 되지 않았다. 경제 상황에 분노하는 민심은 민주당의 가장 큰 패인이다.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같은 것들이 국민들의 기대치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스타일의 개혁 방식도 국민들에게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했다. 건강보험 개혁이나 경기부양책, 금융 규제 같은 조치는 많은 사람에게 동의를 받지 못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당파적이거나 포퓰리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었다. 2006년 중간선거 때 민주당을 선택했고,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지원했던 인디애나, 오하이오주 등 중서부 지역이 이번엔 민주당에 '킬링필드(killing-field)'가 돼버렸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율이나 결집력이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훨씬 앞선 것도 민주당 패인 중 하나다. 여성이나 흑인, 젊은층 등 전통적인 지지세력이 민주당의 기대만큼 호응하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심한 공화당과의 당파적 대립은 국민들에게 염증을 불러일으켰고, 그 틈새를 보수적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가 절묘하게 파고들며 공화당 지지세를 확산시켰다.

이런 부정적 요인들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불안한 경제에 절망하는 국민들과의 소통에서 실패하고 만 것이다.

◇바뀌는 의회 권력=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고, 상원에서 과반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한 건 의회 권력의 추가 공화당 쪽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공화당은 하원 의장과 전 상임위의 위원장을 독식하게 됐다. 하원 의장은 하원의 의제 설정이나 의사 진행에 있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다. 상원도 민주당이 의사 결정을 강행할 수 있는 '슈퍼 60석'을 확보하지 못해 공화당 동의 없는 의안 처리가 어렵게 됐다.

공화당은 우선 연방 예산 중 1000억 달러를 감축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트레이드마크인 건강보험도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할 예정이다. 차기 하원의장이 확실한 존 베이너 공화당 대표는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어젠다(의제)라면 무엇이든 죽이고(kill) 멈추고 늦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파성이 강한 공화당 지도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상당한 견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을 갖게 됐다. 그가 공화당과 적극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다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국정 운영에 원칙을 고수하되 큰 틀의 타협 정치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지난달 30일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경제 살리기에 양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범한 연임보다는 차라리 훌륭한 단임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같이 변화와 개혁에 대해 뚜렷한 소신과 원칙을 갖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권력인 공화당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