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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20세 여대생, 멕시코 마약소굴 경찰서장을 맡다 (조선일보 2010.10.22 03:02)

20세 여대생, 멕시코 마약소굴 경찰서장을 맡다

입력 : 2010.10.22 03:02

"잔인" 소문난 과달루페市… 전 市長은 갱들에 살해돼
남성 경찰들 부임꺼려… "난 두려움에 이력이 났다"

마약 갱단 간의 유혈 충돌이 나날이 격해져 정부가 사실상 통제권을 상실한 멕시코 북부에 20세 여대생이 경찰서장으로 취임했다. AFP 통신은 21일 "미국 텍사스주(州)와 경계를 접한 멕시코 치와와주 과달루페시의 경찰서장에 한 살배기 아들의 어머니이자 범죄학 전공 대학생인 마리솔 바예스(20)가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서장 제안을 받은 남성 경찰들은 마약과 관련한 끔찍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 지역에 오기를 꺼렸으며, 바예스는 서장직을 받아들인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과달루페시 관계자는 전했다.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는 멕시코 북부 과달루페의 경찰서장으로 취임한 20대 여대생 마리솔 바예스. /로이터 뉴시스

자그마한 체구의 바예스는 겉모습만 보면 전형적인 여대생이다. 어깨까지 오는 갈색 머리에 사각 안경을 쓰고 손톱을 분홍색으로 칠하길 즐긴다. 반면 '후아레스 계곡'이라고 불리는 멕시코 북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마약 조직은 무자비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하다. 멕시코 경찰들 사이에서 '이 지역에 발령받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는 말이 떠돌 정도다. AFP 통신은 "멕시코 북부 도시엔 경찰서장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바예스는 사실상 후아레스 계곡 일대의 치안을 모두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마약을 둘러싼 이권 다툼으로 치와와주에선 지난 4년간 약 1만명이, 후아레스 계곡 지역에선 올해 들어서만 약 2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6월엔 과달루페 시장이 갱단의 습격으로 숨졌고, 9월엔 25세의 멕시코 연방수사국 요원이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됐다. 지난 16일엔 마약 갱단으로 보이는 무장 괴한이 후아레스의 한 가정집에 침입, 파티 중이던 가족 6명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타는 마리화나… 20일 멕시코 바하 칼리포니아주 티후아나에서 군·경이 합동작전으로 압수한 마리화나 134t을 불태우고 있다. 군·경은 지난 18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트럭을 급습, 마리화나 1만5000상자를 압수하고 마약 밀수자 11명을 체포했다. /AP 연합뉴스

바예스는 주변의 우려를 무릅쓰고 이토록 위험한 지역의 경찰서장직을 수락한 이유를 "두려움에 이력이 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멕시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상황은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며 "새로운 세대가 우리처럼 공포 속에 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한 달간의 고민 끝에 이 일을 택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주로 팔리는 마약 밀수출 단속은 군(軍)과 연방수사국 영역이기 때문에, 바예스는 치안과 주민들 사이의 결속, 범죄 예방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 젊은 여성의 용기에 멕시코인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바예스가 후아레스 계곡 일대의 마약 갱단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구 약 1만 명인 과달루페의 경찰은 19명. 이 중 9명이 최근 새로 고용된 여성이다. 장비라고는 순찰차 한 대, 소총 3정, 권총 1정에 불과하다. 가디언은 "멕시코 주민들은 이 여성의 강단을 높이 사면서도, 20세 대학생이 경찰서장을 맡아야 할 정도로 정부의 통제력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 마약 갱들에 맞선 20세 여자 경찰

  • 뉴시스

입력 : 2010.10.21 13:42 / 수정 : 2010.10.21 23:55

멕시코의 20세 신임 치안책임자

공무원이 살해되고 많은 주민이 공포에 떨고 있는 멕시코의 한 접경마을 경찰책임자로 부임한 20세의 마리솔 발레스 가르시아는 경찰 초심자다.

발레스 가르시아는 과거 조용했던 농촌 마을이 이제는 무법천지로 변해 버린, 주민 8500명의 이 작은 마을에 법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의지에 불타 있다.

그의 전임자는 2009년 마약 갱들에 의해 살해됐고, 마을 주민들은 그 후 1년 이상이나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

이 마을을 사실상 지배해온 두 마약 카르텔, 후아레스파와 시날리요파는 텍사스 접경에 맞닿아 이어진 마약운반 루트인, 이 마을의 유일한 간선도로를 장악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경찰서 바서로 잠시 일한 것이 사회 경력의 전부인 그녀는 13명의 직원으로 특별순찰대를 조직할 새각이다. 체구는 작지만 성격이 당찬 그녀는 여성을 더 모집할 계획이다. 주민들을 찾아가 고충을 듣고, 주민의식을 고취하고, 범죄를 사전에 탐지하려면 지금의 여성 3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발레스 가르시아는 "우리는 모든 가정을 방문해서 범인을 찾아내고, 범인이 없는 집에서는 올바른 가치를 교육할 생각"이라며 "가치, 원칙, 범죄예방의 3대 원치에 따라 마을의 모든 가정과 1대1 접촉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앞으로 경호원 2명을 항시 대동하겠지만 총기는 휴대하지 않을 생각이다. 총기나 전술에 관한 대부분의 결정은 호세 루이스 게라로 사장에게 일임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경찰 책임자를 맡게 된 과정은 이렇다. 게라로 시장은 마을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주민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런 과정에서 그녀의 의견이 채택됐다. 시장은 파출소장직을 제의했고, 그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10년 동안 살아온 이 마을이 좋다고 했다.

그녀의 결정이 용기 있는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는 차치하고, 그녀의 임명은 이곳 후아레스 계곡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잘 보여준다.

주민들에 따르면 마약 갱들은 밤만 되면 나타나 SUV와 픽업으로 무리를 지어 달리며 총질을 하고, 심지어는 캐리버50 저격용 장총까지 사용한다.

인근 앨 포베니의 부시장과 디스트리토 브라보스의 시장은 인접 지역인 치우다드 후아레스로 피신했음에도 살해됐다.

프라세디스 경찰서 외벽의 총알 자국은 그나마 페인트로 칠해져 있지만, 이 계곡의 다른 지역 경찰서는 텅 비어 있는 채로 깨진 유리 조각만 흩어져 있다. 사람의 흔적이 없다는 얘기다.

맥시코자치기술대학에서 멕시코 법 집행을 연구하는 미구엘 사레 교수는 "그녀의 판단이 무모한 것이 아니기를 기대해 보자"며 "지자체 경찰은 (갱들의) 강력한 힘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농부인 아르투로 고메즈 같은 지역 주민들은 "변화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겠냐"면서도 "여성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켜보자… 상황이 더 나빠질 것도 없으니…"라고 말했다.

마약 카르텔들은 경찰서장과 경찰서를 공격하고, 일부 경찰을 매수하고, 다른 경찰들은 위협해 도망가도록 한다. 지난 몇 달 동안 군대와 연방경찰이 후아레스 계곡을 순찰했지만 그들은 주로 간선도로만 지켰다. 잘 모르는 소도로에는 접근하기를 꺼렸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평균 월급이 4000페소(300달러)에 불과한 지방경찰이 당면한 문제를 알고 있었다. 한 보고서는 지방경찰 대부분이 학교 교육을 10년도 채 받지 못했다며 그들은 기초교육 수준이거나, 아니면 문맹에 가깝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납치된 '마약왕국 마지막 여경'

YTN | 입력 2010.12.29 18:53 |


[앵커멘트]

마을을 지키는 경찰관이 단 한 명이라는 믿으시겠습니까?

마약 폭력조직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멕시코 이야기인데요.

너도 나도 경찰관을 안 하려다 보니 단 한 명의 여자 경찰만 남았는데 이 경찰마저 갱들에게 납치돼 지역 주민을 더욱 공포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의 한 작은 마을입니다.

얼핏 보면
성탄절 연휴를 맞은 여느 도시와 비슷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은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마약의 통로인데 그렇다 보니 이권을 노린 거대 마약 폭력조직 사이에서 끊임없는 살상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얼굴에 난 상처를 뒤로하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28살의 이 여성이 이곳 유일한 경찰관입니다.

에리카
간다라는 갱들의 위협 속에 동료 경찰이 모두 떠나자 빈 경찰서에 혼자 남았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결국 '마지막 여경'도 모습을 감췄습니다.

[인터뷰:카를로스 곤레스, 치후아후 검찰 대변인]

"에리카 간다라는
과달루페 유일한 경찰로 법을 지켜왔습니다. 그녀는 무장 갱들에 의해 자신의 집에서 납치됐습니다."

"아무도 경찰이 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예산도 없습니다."

"제가 이 도시의 유일한 경찰이고 법이기도 합니다."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한다는 간다라의 외침을 '검은돈'으로 무장한 멕시코 폭력 조직은 여전히 비웃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