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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시진핑 ‘아시아의 종주국’ 선언 (동아일보 2015-03-30 03:31:28)

시진핑 ‘아시아의 종주국’ 선언

“中, 新실크로드와 AIIB로 亞 운명공동체 건설”
보아오포럼 “2020년까지 경제공동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아시아의 운명공동체 구축을 주창하면서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강조해 미래 아시아 발전에서 사실상 중국이 종주국이 될 것임을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포럼 2015년 연차총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아시아가 운명 공동체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이날 연설은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내적으로 반부패 투쟁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시 주석의 외교에서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시 주석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중국이 먼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더욱 긴밀한 운명 공동체를 건설하고 이어 아세안과 한중일 3국이 2020년까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2013년 자신이 직접 제안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아시아 협력의 중요한 수단으로 다시 강조했다. 시 주석 연설에 맞춰 중국 정부는 이날 일대일로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도 발표했다.

시 주석이 ‘아시아 공동 운명체’ 구축에 있어 보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자신들만의 발전의 길을 찾았다며 ‘아시아의 길’을 강조한 것은 외교적으로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개입을 배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군력 강화로 미군 등의 아시아 ‘접근 거부’ 전략을 펴는 중국의 ‘외교 전략상의 접근 거부’로 풀이된다.

한편 시 주석은 “올해 세계 반(反)파시즘 전쟁 70주년을 맞아 역사를 분명히 기억하도록 한다”며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겨냥하기도 했다.

 

 

“각국 상품 10조달러 수입”… 지갑 열며 손짓한 시진핑

(동아일보 2015-03-30 03:00:00)

 

[동북아 외교전쟁]中 ‘아시아 공동체’ 주도 선언

28일 중국 하이난 성 보아오 진 국제컨벤션센터 보아오포럼 회의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조연설을 시작하는 모습이 나오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찍고 있다. 보아오=로이터 뉴스1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博鰲)포럼의 28일 연차총회 개막 연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은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국력과 세계 속 중국의 위상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시 주석은 중국이 아시아의 운명공동체 건설을 주창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의 육로와 바닷길을 아우르겠다는 경제 구상)’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해 새로운 경제 질서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침략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겨냥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졌는가 하면 “대국(大國)은 지역과 세계 평화 발전에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이지 지역과 국제 사무를 농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최근 ‘AIIB 전투’에서 미국에 완승을 거둔 직후여서 무게감은 특별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시 주석은 32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중국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서 시장을 제공하고 투자를 주도하면서 아시아 개발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공동체 건설’은 중국이 주도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공동체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로는 한중일 3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간의 경제공동체, 아시아의 자유무역 네트워크 건설이라고 제시했다.

이번 포럼의 핵심 주제가 ‘일대일로와 AIIB’였던 것도 중국이 주도적으로 아시아를 견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다. 이미 60여 개국과 국제단체가 참가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며 “독주곡이 아니라 합창곡”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도 AIIB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포럼에 참가한 러시아와 대만을 포함해 28일까지 덴마크 네덜란드 브라질 등이 가입을 선언해 참여국은 42개로 늘었다. 신화통신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도 곧 참가를 선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높아지고 있는 이 같은 선진각국의 열기는 4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의 경제력에서 얻을 수 있는 실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저속 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중국 경제의 ‘뉴노멀(신창타이·新常態) 시대’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들을 언급하며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두 자릿수 성장에는 못 미치지만 7% 성장은 경제의 총규모를 감안하면 대단한 것”이라면서 “각국에 더 많은 시장과 성장 투자 협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5년간 중국이 상품 수입 규모를 10조 달러 이상, 대외 투자는 5000억 달러 이상으로 각각 늘리고 외국 관광을 떠나는 중국인도 연인원 5억 명이 넘을 것”이라며 중국이 그만큼 잠재력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냉전적 사유를 버리고 신(新)안전 이념에 입각해 새로운 공존과 윈윈을 모색하는 아시아 안전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경제를 넘어 ‘가치관’ 분야까지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아시아 신안전 개념’을 강조한 것은 외부 세력의 배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아시아 회귀 전략’을 펴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설 서두에서는 “반파시스트 전쟁 및 중국 인민항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역사를 보다 분명히 새길 때가 됐다”고 운을 뗀 데 이어 마무리할 때는 “역사를 되돌아보면 무력으로 자기의 발전 목표를 실현하려 했던 국가는 결국에는 모두 실패했다”고 재차 강조해 일본을 겨냥한 비판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미 의회 연설(4월 29일)을 앞두고 미일 간 신밀월 분위기가 퍼지는 가운데 아시아에서 지배력을 회복하려는 일본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시 주석은 ‘부물지부제 물지정야(夫物之不齊 物之情也·천지에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는 ‘맹자’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서로 다른 문명 사이에 우열은 없다. 오직 특색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해 아시아 내 각 문명 간 교류와 융화도 강조했다.

26일 시작된 보아오 포럼은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9일 폐막했다.

 

 

유럽-아프리카까지 60개국 연결… 유라시아 패권 겨냥한 ‘중국굴기’

(동아일보 2015-03-30 03:00:0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아시아 운명 공동체 구상을 발표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강조한 직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외교부 상무부는 기다렸다는 듯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일대일로’ 세부 계획을 지도와 도면을 통해 소개하면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목에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토 갈등 중인 남중국해를 분명히 포함시켰다. 또 기존의 인도양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해상 실크로드 노선 외에 남태평양도 포함됐다. 이곳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21세기 유라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 굴기(굴起)의 원대한 도전이 마침내 새 막을 올렸다는 평가다.

○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영향권

중국의 일대일로 건설 범위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과 주변 해역까지 아우른다. 육로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 대륙으로 가는 노선과 중앙아시아에서 중동을 거쳐 지중해 연안까지 이어지는 크게 두 갈래 길이다. 해로는 중국 연해에서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아라비아 만과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아라비아 만을 거치기 전에 케냐 등 아프리카 동부 해안 일부도 거치면서 아프리카 대륙도 들어간다. 포함되는 국가는 줄잡아 60여 개국에 인구는 44억 명에 이른다.

일대일로는 중국 각 지방에 막대한 건설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31개 성시 자치구 중 18곳이 일대일로와 관련되며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푸젠(福建) 성은 각각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구’ 역할을 한다. 해상교역로 확충을 위해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15개 연안 도시에 항구 시설이 새로 건립된다. 민성(民生)증권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신규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 규모는 1조400억 위안(약 185조 원)에 이른다.

또 관련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건설 붐을 일으킬 수도 있다. 현재 20여 개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이며 사업 규모는 524억7000만 달러(약 58조 원)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실크로드 기금 유한공사’를 설립하고 400억 달러의 기금 운용에 들어갔다. 이 자금 운용 등을 통해 실크로드 건설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경제 영토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5가지 소통 방안

이번에 발표된 행동 계획에는 이 국가들을 어떻게 관계 맺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나와 있다.

중국은 관련국 간의 ‘5가지 소통’ 방법을 제시했다. 각국의 전략과 대책을 충분히 교류하는 ‘정책 소통’, 교통 에너지 통신 등 사회기초 시설을 서로 잇는 ‘인프라 연통(聯通·연결)’, 투자와 무역 장벽 제거 등을 통한 ‘무역 창통(暢通)’, 금융 분야에서는 국가 간 통화스와프 확대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브릭스(BRICS) 개발은행 설립 등 ‘자금 융통’, 그리고 민간의 활발한 상호 교류 등 ‘민심 상통’ 등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외국 정부와 기업 및 금융기구의 중국 내 위안화 채권 발행을 권장하고 자국 금융기구와 기업들도 국외에서 위안화 또는 외국 통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확대키로 했다. 중국은 문화 학술 인재 미디어 등 분야를 아우르는 전면적인 교류를 확대하며 매년 1만 명 상당의 정부 장학금을 외국인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일대일로는 2049년까지 30년 넘게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중국은 28일 발표문을 통해 “세계의 다극화, 경제의 글로벌화, 문화의 다양화, 사회의 정보화 등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더 큰 범위, 더 높은 수준, 더 깊은 단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런 구상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가는 거의 없다. 신흥국의 경우 이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는 순간 자연스럽게 중국이 주도하는 이슈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추진했던 ‘마셜 플랜’(유럽부흥계획)에 비교되기도 한다. 마셜 플랜이 서유럽에 대한 경제 군사적 원조를 통해 소련의 팽창을 막았던 것처럼 일대일로에는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속내가 담겼다는 것이다.

:: 일대일로(一帶一路) ::

영어로는 ‘One belt, One road’. 중앙 및 서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로(一帶)와 인도양에서 유럽, 남중국해에서 남태평양까지 가는 바닷길(一路)을 합친 개념. 바닷길은 한정돼 있는 반면 육지가 커버하는 지역은 더 광범위해서 바다의 ‘road’에 비해 육지에 ‘belt’라는 더 넓은 개념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설]시진핑 ‘아시아 운명공동체’ 선언, 朴대통령 책략은 뭔가

(동아일보 2015-03-30 09:07:45)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폐막한 보아오 포럼에서 “아시아가 운명공동체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선언했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아시아 운명공동체 조성의 중요한 수단으로 제시됐다. AIIB 출범을 놓고 미국과 벌인 대결이 중국의 완승으로 끝난 시기와 겹쳐 ‘유라시아 패권의 종주국’ 선언 같은 위세가 느껴진다.

시 주석은 ‘아시아 운명공동체’가 중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주변국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시아의 안전은 아시아인이 지켜야 하고, 제3국을 대상으로 한 군사동맹은 공동의 안전 보장에 마이너스라는 ‘아시아 신(新)안전 개념’은 아시아 회귀 전략을 펴온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으로선 가볍게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시 주석은 아시아에서 지배력을 회복하려는 일본을 비판하며 ‘가치관’까지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제는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에서 벗어나 대국답게 아시아태평양을 미국과 나눠 갖겠다는 ‘21세기 신형 대국관계’의 패권전략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것이다.

비전과 실천방안을 겸비한 중국의 세계전략을 한국은 제대로 읽고 있는지 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아직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시 주석의 방한 때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신(新)실크로드 구상(일대일로)’ 간에 연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어떤 진척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서 중국의 팽창은 기회이면서 국제질서를 흔드는 위협이기도 하다. 중국이 경제뿐 아니라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질서와 규칙의 제정자로 나서는 것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다.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국익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중(韓中)의 견제를 자초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와 신(新)밀월시대를 강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한중관계, 한미관계가 좋다고 말로만 떠들 일이 아니다. 한국 외교가 강대국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 보여줄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거대한 격랑을 헤쳐가려면 현안 대응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외교 전략을 담은 독트린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