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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AIIB 성공한 시진핑 “아시아 운명 공동체 건설” (한겨레 2015.03.29 21:00)

AIIB 성공한 시진핑 “아시아 운명 공동체 건설”

 

 

 

시진핑 중국 주석이 28일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보아오/AP 연합뉴스

중국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설
‘우리가 리더 구실 하겠다’ 강조
AIIB에 러·브라질 등 참여 의사
31일 마감까지 40개국 가입할듯

 

28일 보아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표정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자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주요 국가들의 가입 행렬이 이어지는 데 대한 성취감이 곳곳에 배어나왔다.

시 주석은 ‘아시아 운명 공동체’를 강조하면서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아시아 지역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맹자>의 ‘부물지부제, 물지정야’(夫物之不齊, 物之情也·천지에 같은 것이 없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우리는 모든 나라가 서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나라는 비록 크기와 힘, 발전 정도는 다르지만 국제 사회의 동등한 일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는 운명 공동체를 건설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한국, 일본 3국이 2020년까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도 더욱 긴밀한 운명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이 아시아 공동체를 꾸리는 리더 구실을 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보아오포럼은 중국 주도로 매년 열리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다. ‘아시아의 새로운 미래-운명 공동체를 향해’를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선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일대일로(一帶一路·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를 만드는 중국 중심의 경제 벨트)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시 주석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중국의 핵심 국책사업인 일대일로가 아시아 각국을 묶는 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대일로에 이미 60개 국가와 국제단체가 참여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며 “이는 공허한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나라들에게 손에 잡히는 이익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과 일대일로는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이는 함께 계획하고 건설하고 누리자는 것으로 중국의 독주가 아닌 여러 나라들과의 합창이다”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의 연설 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외교부, 상무부 등 중국 정부는 정책 소통과 기초시설 연결, 무역과 금융, 인적교류 확대 등을 담은 일대일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엔 △인접 국가와의 항구 철도 등 교통망 연결 △자유무역지대 건설 △관련 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28일과 29일 러시아와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등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창립 회원국 신청 마감 시한인 31일께는 참가국이 40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연간 경제성장률이 7%대에 머물며 신창타이(新常態·구조조정 속 중고속 성장 단계)에 접어든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 주석은 “신창타이에 들어선 중국 경제는 성장률에 칩작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중시해 개혁개방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중국의 성장률은 과거 두자릿수에는 못미치지만 7% 성장도 경제 총규모를 감안하면 대단한 것이다”라며 “향후 5년 동안 중국은 상품 수입규모를 10조달러 이상 늘리고 대외 추자도 5000억달러 이상 증가시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49개국 정·재계 지도급 인사 2700여명이 참석한 보아오포럼은 29일 막을 내렸다.

 

“AIIB, 아시아 인프라사업에 큰 기회”

(한겨레  2015.03.25 21:13)

 

업계·연구기관들 “경제 실익 높다”
건설·토목에서 전력·통신까지 망라
중국 ‘실크로드’ 구축에 주로 쓰일 듯
지분율 따라 사업참여 기회 주어져
업계, 더 많은 지분 확보 요청키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회원국 가입신청 마감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이 은행이 인프라건설뿐 아니라 전력·통신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우리 기업에 막대한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정치외교적 고려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경제적 실익을 한복판에 놓고 참여 및 출자지분 확보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업계 및 국책·민간경제연구기관의 말을 종합하면, AIIB는 통합적인 지역개발을 지향한다. 따라서 건설·토목 인프라뿐 아니라 전력·상하수도·통신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인프라 건설자금 공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은행의 재원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표방한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을 잇는 아시아 실크로드 인프라투자) 전략에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중국 국제금융유한공사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는 이 ‘일대일로’에 향후 10년간 1조6천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추산된다.

임호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협력정책실장은 “AIIB 재원의 사용처가 도로건설·교통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주택·전기·통신시설까지 포괄하고 있어 우리 관련 기업마다 상당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강국인 우리나라 기업들이 장비와 시설을 ‘일대일로’ 같은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진출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일본이 최근 이 은행 출자국 참여를 적극 재검토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고,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뉴질랜드가 참여하기로 한 것도 자국 기업의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고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 실장은 “현재 아시아개발은행(ADB) 납입자본금이 총 1620억달러임을 감안하면 AIIB가 목표로 하는 출자자본금 1천억달러는 엄청난 규모”라며 우리 기업에 큰 경제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해외건설업계는 여러 채널을 통해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관련 당국에 가입 참여와 더 많은 지분율 확보를 요청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정창구 금융지원처장은 “AIIB가 우리 기업의 아시아인프라공급사업에 큰 기회를 줄 것으로 본다”며 “국가별 참여지분에 따라 자국 기업의 공사 수주 기회가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국가 재정부담을 무릅쓰더라도 출자지분을 10%가량까지 높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우리 기업이 잡을 사업 기회가 AIIB 출자지분과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은 아시아개발은행의 경험에 비춰봐도 분명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아시아개발은행에서 최대 지분(15.7%·2013년말)을 갖고 있는 일본의 기업들이 이 은행이 주도하는 지역인프라공사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에 앉아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아시아개발은행 출자금 비율은 전체의 5%인데 이 은행의 전체 인프라사업 중에서 한국 기업이 수주한 비율도 평균 5%안팎(최근 5년간 전체 평균·해외건설협회)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중국경제 연구자는 “AIIB를 놓고 중국과 미국의 국제금융질서 패권다툼이라는 정치외교적 시각에만 갇혀서는 안된다”며 “우리 기업의 막대한 경제적 이해가 정책 판단에 적극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