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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리비아 반군 패퇴..서방, 무기지원 검토(연합뉴스 2011.03.30 23:33)

리비아 반군 패퇴..서방, 무기지원 검토(종합)

연합뉴스 | 고웅석 | 입력 2011.03.30 23:33

英.佛, 반군 무장화 긍정적..러시아, 벨기에 등 반대

英, 리비아 외교관 5명 추방..우간다 "카다피 망명 환영"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 인근까지 진격했던 리비아 반군이 정부군의 중화기 공격에 밀려 패퇴를 거듭하자 서방 주요 국들이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리비아 공습작전을 주도하는 영국과 프랑스는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 뿐 아니라 벨기에와 이탈리아, 덴마크 등 유럽 내 다른 여러 나라가 부정적이다. 이에 따라 서방 진영의 합의 도출 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이 자국 주재 리비아 외교관 5명을 추방하며 카다피 체제의 외교적 고립화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리비아에 대한 무력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또 우간다는 카다피의 망명을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등 리비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외교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반군, 퇴각 또 퇴각 =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의 함락을 자신하던 리비아 반군이 중화기로 반격에 나선 정부군에 밀려 또다시 퇴각을 거듭했다.

다국적군의 공습 지원 속에 지난 주말 동부의 교통요충지 아즈다비야를 탈환하고 석유터미널이 있는 항구도시 브레가와 라스 라누프, 빈 자와드를 무서운 속도로 차지하며 서진하던 반군은 이번 주초 시르테에서 불과 100㎞ 떨어진 곳에서 카다피 친위부대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중화기로 무장한 카다피 부대는 탱크 포탄과 로켓을 발사하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고, 반군은 전날 소도시 빈 자와드를 내준 데 이어 이날 라스 라누프까지 포기한 채 브레가 쪽으로 물러났다.

반군 수백 명은 석유시설이 밀집한 라스 라누프로부터 동쪽으로 20㎞ 떨어진 우카이라 일대에서 전선을 형성하며 카다피 부대에 맞서고 있으나 보유 무기가 열세인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오후 들어 반군 전사들이 픽업트럭과 차량을 타고 브레가에서 더 동쪽에 있는 아즈다비야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반군 전사 파라즈 무프타는 "카다피 부대가 우리에게 엄청난 로켓 공격을 퍼부었다"며 "카다피 부대가 현재 라스 라누프에 들어온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전사인 라마단 베르키는 "우리 기관총으로 (카다피 부대의) 대포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면서 "만약 프랑스 전투기가 돌아온다면 우리는 오늘 밤 시르테에, 사흘 내에는 수도
트리폴리에 입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무기 지원 검토..러시아 등 반대 =

서방은 반군이 지상전에서 화력의 열세로 패퇴를 거듭하자 이들에게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전날 리비아 사태를 논의하는 런던 국제회의에서 프랑스는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상황에 따라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배제하지도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카다피 부대가 자행하고 있는 일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승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는 반군에 무기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이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리비아 군사작전을 위해 전투기를 파견한 벨기에 정부도 반군 무기 지원은 "너무 멀리까지 간 조치"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참여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덴마크도 벨기에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카다피 망명 환영" =

카다피의 퇴로를 보장해줌으로써 리비아 사태를 해결하자는 방안이 국제사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우간다 정부는 이날 자국으로 카다피가 망명하기를 희망한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의 공보비서인 타메일 미룬디는 이날 피난처를 원하는 사람에게 망명을 허용한다는 것이 우간다 정부의 정책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카다피 망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나라는 우간다가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을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리비아에 대한 무력 사용에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전달했다.

후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사르코지 대통령과 만나 "유엔 안보리가 리비아 결의를 통과시킨 목적은 폭력을 멈추게 하고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군사 행동이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고 더욱 큰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한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의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도 정치와 외교적 방식으로 리비아 위기를 해결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가 전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날 자국 주재 리비아 외교관 5명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리비아 외교관 5명을 추방시키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추방 대상 외교관은 주영 리비아대사관 무관 등 5명이다.

헤이그 장관은 "카다피 정권의 행동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며 "이들의 영국 체류는 영국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날 각국 대표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런던에서 열린 리비아 사태 관련 국제회의 이후에 취해진 조치로, 다른 나라들도 이에 동참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