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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주간조선]中서북부 변방도시 인촨에 한국 대기업이 몰려간 이유 (조선일보 2013.07.30 16:58)

[주간조선]中서북부 변방도시 인촨에 한국 대기업이 몰려간 이유

 


	서부대개발의 일환으로 중국 중앙정부와 인촨시가 공동 개발 중인 빈허(濱河)신구 현장을 찾은 한국 기업인들. 빈허신구의 개발 면적은 1335㎢로 서울시 면적의 2배가 넘는다. /김대현

서부대개발의 일환으로 중국 중앙정부와 인촨시가 공동 개발 중인 빈허(濱河)신구 현장을 찾은 한국 기업인들. 빈허신구의 개발 면적은 1335㎢로 서울시 면적의 2배가 넘는다. / 김대현

 

중국 인촨(銀川)시의 경쟁력은 쉬광궈(徐廣國) 공산당 서기로부터 나온다. 쉬 서기가 지난해 초 이 도시의 책임자로 부임한 뒤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인촨시는 중국 서북부에 위치한 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의 성도(省都).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중국 대륙 내 주요 도시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변방 중소도시다. 인촨은 최근 중국 정부의 서부대개발 및 소수민족 지원정책을 받아 천지개벽 수준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쉬광궈 서기는 주변국과의 교류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일본·러시아에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이웃 나라 경제인들이 인촨을 자주 왕래하기 시작했다. 인촨시는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해외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지난해 아랍권 국가들과 함께 개최한 무슬림용품박람회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직접 참석하는 등 중앙정부가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닝샤후이족자치구에 사는 후이족(回族)은 200만명 정도로, 자치구 전체인구(620만명)의 약 40%를 차지한다. 후이족은 이슬람 신자가 대부분이다.

쉬 서기는 한족이지만 내몽골에서 태어났고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등 주로 동북지역에서 근무를 오래했다. 헤이룽장성 도시 무단장 당서기를 거쳐 2011년 8월 헤이룽장성 부성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해 초 인촨시 당서기로 영전했다.

쉬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에서 전도가 유망한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리 주임은 2011년 헤이룽장성 성장으로 재직할 당시 무단장시 당서기로 있던 쉬 서기를 부성장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 쉬광궈 공산당 서기, 조선족 잘 알고 한국에 대한 애정 남달라

헤이룽장성에 진출해 있는 한 사업가는 익명을 전제, “쉬 서기가 리 주임의 동북지역 담당 참모 역할을 맡고 있다. 중앙판공청 주임자리는 막강한 자리다. 시진핑 체제에서 쉬 서기는 변방에 머물지 않고 중앙무대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쉬 서기가 리 주임과 가깝고 중앙 정치무대로의 진출이 유력하다는 정보는 우리 측도 인지하고 있다. 쉬 서기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지난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인촨시가 주관한 ‘한국·중국(닝샤후이족자치구) 우호교류주간 행사’에 권영세 주중대사를 비롯 SK·LG·두산·한화·CJ·포스코 등 대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서북부의 변방도시인 인촨에 권 대사를 포함, 100여명의 한국방문단이 찾은 건 극히 이례적이다. 기자도 인촨시의 초청을 받아 이 행사를 취재했다.

쉬 서기는 헤이룽장성에서 10년가량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조선족에 대해 잘 알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촨시 당서기로 부임한 뒤 인천~인촨 간 직항로 개설이 그의 첫 작품이었다. 인촨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제선 직항 노선이 한국과 연결된 것이었다. 작년 3월이었다. 현재 국내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가 주 2회(화·토) 인천공항과 인촨 허둥(河東)공항을 연결하고 있다.

인촨행 항공기를 이용하는 한국 이용객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4월까지 1년 동안 이 노선을 이용해 한국에 온 중국인은 총 1만7000여명인 반면, 인촨을 찾은 한국인은 불과 700여명에 불과했다. 인촨시는 이번 우호교류주간을 통해 닝샤후이족자치구에 한국 관광객 유치를 추진할 국내 관광업체들과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기간에는 관광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 및 제조업체들의 현지 투자문의가 많았다.

쉬 서기는 한국인 체류자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 지난 7월 10일 권영세 대사와 만나 “인촨시에 한국인의 영사 업무를 맡을 사무소를 내달라”고 요청했고 권 대사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인촨은 후이족이 전체 인구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런 특성을 활용, 인촨시는 아랍 지역과 중국의 교역창구로서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매년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의 상인들을 초청해 무슬림용품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심 개발사업 등에 아랍의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인촨시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타워크레인이 대신할 정도로 거의 전 지역에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 있어 인근 호텔 여행객들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도시화의 결과로 올해 6월 말 현재 인촨시의 인구는 26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60여만명은 인촨시로 주민등록 이전을 한 지 채 1년이 안된 사람들이다. 닝샤후이족자치구의 전체 인구(620만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인촨시에 살거나 인촨을 생활거점으로 하고 있다. 인촨시로 몰리는 젊은층은 대규모 공단과 건설현장에 필요한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 ‘관시(關係) 맺은 뒤 사업 진행’ 중국인의 방식과 달라

인촨시 공무원들도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달라진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 7월 11일 인촨시 인민정부 청사 내에서 진행한 한·중 기업설명회 당시 인촨시 공무원들은 국내 의료업체의 제안을 현장에서 수용했다. 회의 뒤 별도로 추가 설명을 요청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관시(關係)를 맺은 뒤 사업을 진행한다’는 중국인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촨시는 중국 서북부의 새로운 거점도시다. 중국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기업들도 인촨시의 투자설명회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인촨시가 제공하는 각종 세제혜택과 토지 무상대여 등의 투자유인정책은 다른 도시에 비해 구체적이다.

인촨시는 산시성, 쓰촨성, 간쑤성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물류의 이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에 대해 인촨시 대외경제기술합작국 추하이셩(邱海生) 주임은 “인촨시 주변에 20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동부 연안과 연결하는 철로 등이 개설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생산한 제품은 중국 내에서 모두 소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촨시는 자원이 풍부하다. 석탄의 경우 중국 내에서 6번째로 매장량이 많다. 일조량이 많아 포도 등의 과일이 잘 자란다. 양털로 만든 캐시미어는 중국 내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연평균 기온이 9도 정도. 평균 기온이 1월은 영하 7.9도이고 7월은 23.5도이다.

인촨은 아직 한류 열풍이 도달하지 않은 지역이다. 현지 한인회의 박영수 회장은 “문화상품으로서 한류는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호교류주간 행사를 기념해 열린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의 공연은 현지 젊은층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인촨시에 한국 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가는 “내가 보세구역 등을 직접 둘러본 결과 아직은 큰 기업이 들어올 여건은 아닌 것 같다. 중국의 큰 기업이 들어오고 인프라가 조금 더 구축된 걸 보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