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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중국, 북한 장난에 분노 핵무기 사용 용인 못해" (중앙일보 2013.06.01 00:37)

"중국, 북한 장난에 분노 핵무기 사용 용인 못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
“유럽 앙숙인 영·독·불도 하는데 아시아, 공동체 왜 못 만들겠나”

 

마하티르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장난치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근대화의 아버지이자 아시아의 대표적 지도자인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총리.

 그는 1981년부터 22년간 총리를 지내면서 산업이라곤 고무·파인애플 수출밖에 없던 조국을 철강과 자동차 생산국으로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서방이 아닌 한국·일본에서 배우자는 ‘동방정책(The Look East Policy)’을 채택,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제주포럼 기조연설자로 참여한 마하티르 전 총리를 지난달 30일 밤 제주도에서 만났다. 88세라는 고령이 믿겨지지 않게 그는 정연한 논리와 또렷한 목소리로 아시아의 역사와 분쟁에 대해 논했다.

 - 동방정책을 펴게 된 배경은.

 “한국과 일본, 대만을 돌아보며 목도한 놀라운 발전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이 세 나라의 성장 속도는 서구와는 비할 수 없이 빨라 총리 취임 다음해인 82년 아시아식 성장 모델을 채택했다.”

 - 아시아식 성장 모델이 말레이시아에 큰 영향을 미쳤는가.

 “그렇다. 기술 습득 같은 측면보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 원아시아(One Asia)를 주창해 왔는데, 최근 영토·역사 문제로 아시아 공동체 창설이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영국·독일·프랑스는 과거 서로 좋은 때가 없었다. 독일군은 파리에 진주해 들어갔고 런던을 폭격했다. 그럼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신념에서 우호 관계를 이룩했다. 유럽은 하는데 아시아라고 왜 못하겠는가. 역사의 잔재는 잊자. 과거가 아닌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도 태국으로부터 침략 당한 역사가 있지만 아세안 공동체를 이룩했다.”

 - 중·일 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우발적인 전쟁이 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전쟁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말레이시아도 어업수역 및 두 개의 섬, 그리고 하나의 암초를 놓고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와 세 가지 영토 분쟁을 겪었다. 협상을 통한 해결을 시도했지만 안 됐다. 결국 관련국들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그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판결이 나오자 약속대로 세 나라 모두 그 결과에 승복했다. 모든 나라가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명화된 해결 방법 아닌가. 중국과 일본도 이렇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 중국의 대북 정책이 변했다는 관측이 있다.

 “과거의 공산 국가는 같은 체제의 옆 나라가 어려워지면 도와주는 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중국은 공산주의 이념에 구속되는 나라가 아니다. 또 핵무기는 폭발보다 방사능에 의한 인명 피해가 더 큰 법이다.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으로서는 만에 하나 남한에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 그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 말레이시아에도 일본군 위안부가 있었다는데.

 “외국 여성들이었고 말레이시아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는 극히 민감한 사안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