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동북아 외교전선 요동… 합종연횡 속 수싸움 치열 (한국일보 2013.06.07 00:13:10)

동북아 외교전선 요동… 합종연횡 속 수싸움 치열

北 과감한 대화공세로 수세국면 탈출 시도
미ㆍ중 정상회담서 대화국면 전환 가능성 모색

 

동북아시아의 외교전선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말 이후 지속된 한반도 위기국면을 촉발한 북한이 발빠르게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주창한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본격적으로 '북한 관리'에 착수할 태세다.

그런가하면 동서양을 대표하는 강대국인 미국중국의 정상이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현안을 어찌 풀어갈지를 놓고 큰 틀의 지향을 조율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국내정치적으로 파괴력이 큰 '납북자 카드'를 명분으로 북한을 향한 과감한 접근을 시도했고, 중국의 심상치 않은 '북한 거부감'을 감각적으로 알아차린 북한은 아베를 평양에까지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일본을 통해 중국, 그리고 미국에 자극을 주려는 계산이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관련국들 사이에 뜨거운 합종연횡의 외교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가장 강한 에너지가 분출되는 곳은 역시 북한이다. 북한은 6일 전격적으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직전을 택해 이런 과감한 제의를 던진 북한의 의중은 쉽게 간파할 수 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남북 당국간 회담이 던지는 함의는 또다른 문제다.

이미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특사로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보내 "6자회담 등 다양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 해결'이라는 '포괄적이고 애매한 카드'를 던졌다.

북한의 과거 행태를 분석해보면 이는 최고수뇌부의 결단에 의한 '총체적인 대화공세'다. 미국과의 협상은 물론이고 남북 회담, 북일 회담, 3자 혹은 4자회담, 나아가 6자회담 등 모든 형태의 대화틀을 동원해 자신들이 수세에 처할 위기를 돌파하려는 계산이 내재돼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관련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다시말해 핵문제는 물론이고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포기라든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일본인 납북문제 등 모든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선제공격인 셈이다.

최룡해의 중국 방문 이후 미국은 '원칙론'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강조하는 중국은 가급적 6자회담의 조기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조기 가동을 원하는 한국 정부도 내심 변화의 동력을 원하고 있고 내주중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일본 또한 예민하게 실리를 따지고 있으며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미국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던져놓은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카드를 놓고 관련국들이 미묘하게 다른 수싸움을 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하지만 지난 20년간의 학습효과로 인해 북한의 계산이 적중할지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의 향방과 관련해 당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7∼8일 첫 정상회담의 결과다.

중국이 강조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대국관계'가 뭘 의미하는지가 구체화되는 이면에는 중국이 이 시점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얼마나 두고 있는지, 그리고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체감적으로 시사해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함께 '부상하는 강대국'인 중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세계 최강국인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라는 동맹국을 인식하는 시각도 파악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과 내주중 개최될 가능성이 큰 남북 당국간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는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이냐, 소강상태의 지속이냐를 가를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달말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가닥이 잡힌 정세의 흐름을 추동하는 이벤트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