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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발자취] 16세에 교사, 23세에 교감, 66세에 은퇴 (조선일보 2013.02.23 03:03)

[발자취] 16세에 교사, 23세에 교감, 66세에 은퇴

'50년 최장수 교육자' 진기록으로 유명했던 이상술씨
지난달 별세, 뒤늦은 소식에 교육계 안타까워해

 

 

'16세 최연소 교사' '23세 최연소 교감' '28세 최연소 장학사' '50년 최장수 교직' 등 한국 초등교육계의 진기록을 보유한 사실로 유명했던 이상술(86)씨가 지난달 17일 별세했다는 제보가 최근 본사로 들어왔다. 그가 거쳐 간 초등학교는 대구·경북 일대 15곳. 한국 교육의 '산증인' 격이었던 그의 별세에 교육계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1927년 안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16세 때인 1943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안동 와룡초등학교에 '최연소 교사'로 부임했다. 1950년에는 23세 '최연소 교감'으로 승진했다. 6·25전쟁이 끝난 뒤 1955년에는 장학사로 발령받았다. 28세로 역시 '최연소 장학사'였다.

고인은 일제강점기, 광복, 6·25, 4·19, 5·16 등 격변의 현대사를 교직에서 겪었다. 일제강점기에 잡은 교편을 내려놓은 때가 문민정부 출범을 앞둔 1993년 2월이었다. 그는 정년을 앞두고 가진 본지(1993년 2월 16일자)와의 인터뷰에서 "6·25전쟁 발발 직후 경북 청도군 매전면에 피란민 어린이 1000여명이 방치돼 있는 것을 보고 교사 30여명을 모아 인근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한 달여 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교사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30대 나이에 장학사를 마친 고인은 1961년 다시 학교 일선으로 돌아가 32년간 교장과 교사로 봉직하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1972년 경산 송림초에 부임, 구룡분교 일대 벽지 화전민촌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본 고인은 정부를 설득해 분교에 발전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아들 건형(62)씨는 "밤이면 '암흑세계'로 변했던 그곳에 최초로 텔레비전 불빛이 밝혀졌을 때 남녀노소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넋을 잃고 활동사진을 바라봤다"며 "3년 뒤 송림초를 떠나실 때 마을 길을 가득 메운 주민이 아버지 손을 서로 잡으며 슬퍼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의성 남부초 교장 시절인 1987년에는 여자 농구부를 창단했고, 1992년 안동 영호초 교장 때는 한·일 친선 축구 경기를 추진하기도 했다. 교육에 대한 이러한 헌신을 인정받아 대통령면려포장(1960)·국민훈장목련장(1982)·국민훈장동백장(1993)을 받았다. 건형씨는 "정년 인터뷰를 하신 때가 1993년 2월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정확히 20년 뒤에 돌아가셨다"며 "후학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아버지의 헌신과 열정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