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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야간고·야간대·지방출신 男 변호사 (조선일보 2013.01.22 11:10)

야간고·야간대·지방출신 男 변호사

경기변호사회 위철환 회장, 변협 61년 첫 직선제 회장에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위철환 변호사가 축하 꽃다발을 들고 있다. 위 변호사는 이날 치러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서 새 회장에 당선됐다. /뉴스1

 

"미국의 소외된 사람들이 흑인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듯이 비주류 변호사들이 평범한 저를 변협 회장으로 뽑은 것 아니겠습니까."

대한변호사협회(변협) 61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변호사들의 직선제로 치러진 21일 변협 회장 선거에서 위철환(55·사법시험 28회)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위 변호사는 이날 김현(57·사시 25회)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과 벌인 결선투표에서 김 변호사를 제쳤다. 변협 회원 1만2325명 중 4895명이 투표한 선거에서 위 변호사가 700표 이상 김 변호사를 앞섰다. 위 변호사는 다음 달 말 변협 총회에서 임기 2년의 변협 회장으로 정식 선임된다. 지난 14일 1차 투표에서 위 변호사를 포함한 출마자 4명 중 누구도 유효 투표의 3분의 1 이상을 얻지 못해 1, 2위를 기록한 김 변호사와 위 변호사가 이날 결선투표를 벌였다.

위 변호사는 변협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지역 변호사 단체 소속 변호사로서 변협 회장에 당선됐다. 최대 변호사 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회원이 9000명을 넘어 전체 변협 회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변협 회장 선거는 이전까지 간선제로 치러졌기 때문에 서울지방변호사회 자체 투표로 추천한 후보가 회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이번 선거 결과를 '지방의 반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 변호사는 4년 전부터 직선제 도입을 주장해 이번에 이를 관철했다.

위 변호사는 법조계 '주류'와는 거리가 멀다. 위 변호사는 전남 장흥 출신으로 중학교 졸업 후 무작정 상경해 낮에는 일을 하면서 서울 중동고 야간에 진학했다. 그는 당시 신문 판매 지국(조선일보 원효로지국)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낮에는 신문 배달, 밤에는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법학도'가 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교대를 졸업한 그는 6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고, 교사를 하면서 성균관대 법대 야간에 편입했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1989년부터 경기도 수원에서 변호사로 개업해 줄곧 활동해 왔다.

2009년부터 변협 부회장 겸 경기중앙변호사회장을 맡고 있으며 언론중재위원회 감사도 하고 있다.

위 변호사는 선거 과정에서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첫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로스쿨과 사법연수원에서 한 해 2500명가량씩 배출되는 젊은 변호사들의 취업 문제는 변호사 단체의 가장 큰 숙제다. 그는 "보통 변호사 출신으로서 진정성과 소통을 무기 삼아서 변호사업계의 화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변협 회장은 변호사 등록·징계·연수 등 변호사 업계 내부의 각종 업무를 책임지며 대법관·검찰총장 추천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서 대법관·검찰총장 추천권을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