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간관계/인물열전

세계가 극찬한 천재 김연경의 안타까운 사정 (한국일보 2012.08.14 19:29:16)

세계가 극찬한 천재 김연경의 안타까운 사정

소속팀인 흥국생명과 '해외이적' 문제 놓고

 

 

2012 런던올림픽 배구대표팀의 김연경. 한국 여자배구는 36년 만에 4강에 올랐다

 

"기회가 왔을 때 해외에 나가서 열심히 하고 싶어요."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 김연경(24)이 소속팀인 흥국생명과의 갈등에 대해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김연경은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해외에서 많이 배워 (올림픽 MVP라는) 꿈을 이뤘다"며 "다음 꿈은 터키리그에서 우승을 하고 MVP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다음 시즌엔 터키리그에서 뛰고 싶은 의사를 확실히 전한 셈이다.

김연경은 런던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한국 스타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배구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가며 그를 칭송할 정도다. 세계랭킹 15위인 한국여자배구가 36년 만에 올림픽 준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건 김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연경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에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쥐었다. 김연경은 올림픽 경기에서 총 207득점을 기록해 2위 데스티니 후커(미국ㆍ161득점)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4위 팀의 선수가 MVP를 차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연경이 월드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반증이다.

김연경은 "MVP도 됐고 득점왕까지 차지해 개인적으로는 뿌듯하다"면서 "올림픽 기간에 여자배구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힘이 났고 무조건 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13일) 도착하자마자 엄마가 만들어 주신 김치찌개를 먹었다. 한국에 와서 너무 좋다"며 해맑게 웃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경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해외이적 문제를 두고 소속팀 흥국생명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림픽 직전 터키의 페네르바체와 계약했지만 흥국생명은 소속 구단의 승인이 없는 계약은 무효라며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놓아줄 수 없다는 뜻이다.

원칙적으로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의 선수다. 국내 선수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FA 신분을 얻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6년을 채워야 한다. 김연경은 한국에서 네 시즌, 일본과 터키에서 임대형식으로 세 시즌을 뛰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한국 리그에서 두 시즌을 더 소화한 후 해외로 이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연경은 이런 소속팀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다. 지난 해 터키리그로 진출한 김연경은 올해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서 페네르바체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연경은 MVP와 득점왕을 독식하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 최고의 선수로서 활약하는 선수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김연경은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었고 이적을 추진했는데 흥국생명은 이 부분을 꼬투리 잡고 있다. FA 자격이 없는 김연경이 에이전트를 고용해 독자적으로 해외이적을 추진했다는 이유에서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에이전트 없이 직접 해외 이적을 시도한다면 검토를 거쳐 1년 단위 임대계약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연경은 1년 단위의 임대계약이 아닌 안정적인 이적을 원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태 악화로 인해 김연경의 발이 묶였다는 점이다. 현재 그는 임의탈퇴선수 신분이다. 흥국생명이 지난 2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임의탈퇴선수는 소속 구단의 허락 없이 국내는 물론 해외 이적도 불가능하다.

올림픽이 끝났지만 월드스타 김연경의 미래는 아직 캄캄하다. 그는 "흥국생명과 협회와 함께 얘기를 나눠 차츰차츰 문제를 풀어가고 싶다. 그렇게 되면 이적 문제가 잘 해결돼 해외구단에서 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