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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계가 놀란 한국

한국 휴대폰 싹슬이 (노컷뉴스 2009.04.27)

한국 휴대폰 싹쓸이 뒤엔 '현미경' 있다

2009년 04월 27일 (월) 06:01 노컷뉴스

[삼성전자 글로벌 점유 18% 첫 달성, 현지화 전략 큰몫… LG전자 '넘버3' 차지할 듯]

[CBS경제부 권민철 기자] 아프리카는 전력사정 때문에 곧잘 전기가 끊기는 곳이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비상용 손전등이 장착돼 있고 대용량의 배터리를 갖춘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

바로 삼성 휴대폰 'B100M'이다.

막대모양의 이 휴대폰에는 수십 종류의 아프리카 토속 언어까지 탑재해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휴대폰 분실이 많은 점을 고려해 '모바일 트래커'를 붙인 삼성 휴대폰도 아프리카 현지에서 통했다.

이 장치는 습득자가 분실폰의 가입자인증모듈(SIM) 카드를 바꾸면 분실자에게 자동으로 연락이 오도록 설정돼 있다.

이런 현지화 덕분에 삼성 휴대폰은 아프리카 50개 국가 중 20여 곳에 진출해 노키아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동지역에 출시된 삼성전자 '슈퍼 뮤직폰(SGH-i300)'에는 이슬람 경전 '코란'이 MP3 파일로 내장돼 있고 하루 5차례 알람 기능도 탑재돼 있다.

하루 5번 반드시 기도하고 넘어가는 이슬람교도들의 생활 습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 휴대폰에는 또한 나침반도 들어 있다.

이 휴대폰만 가지고 있으면 메카의 방향이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있고, 설사 사막에서 길을 잃었을 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삼성 휴대폰의 이 '나침반'은 중동지역의 현지 사정을 꿰뚫은 '현미경'과 다름없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동에서 '핸드라이팅(Hand Writing) 인식' 기능을 최초로 채택했다.

터치스크린에 아랍어를 직접 입력하면 문자로 자동으로 인식돼 활자화되는 기능으로 아랍어 입력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중동 지역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영어를 입력하면 같은 의미의 아랍어로 번역돼 나오는 소프트웨어도 처음 내장했다.

인도에 출시돼 있는 삼성전자 휴대폰의 경우는 벨소리가 다른 나라 출시제품에 비해 음량이 크게 설정돼 있다.

오토바이가 많은 인도에서는 엔진소음 때문에 웬만한 휴대폰 벨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는데 착안한 것.

물론 링톤에는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민속음악도 집어넣었다.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먹혀들어간 현지화폰도 있다.

러시아, 중국, 유럽에서 동시에 대박을 터뜨린 삼성전자 듀오스(Duos)' 폰이 주인공이다.

듀오스폰이란 "Dual Stand-By"폰이라는 의미로 하나의 휴대전화에 2개의 가입자인증모듈(SIM) 카드를 끼울 수 있어 2개의 이동통신사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 지역의 특징은 지역이 넓다보니 이동 중에 어느 이동통신사의 전파는 잡히지만 다른 이동통신사의 전파는 잡히지 않는 곳에 맞닥뜨리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듀오스 폰은 하나의 전화로 서로 다른 이동통신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전파의 강도에 대해 불안감을 해소해 줬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회사용 휴대폰과 개인용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비즈니스맨들이 많아 듀오스폰이 더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중국에서 나온 듀오스폰의 경우는 중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입력하면 예상되는 단어를 인공지능으로 추출해 보여주는 중국어 PTI(Phrasal Text Input) 기능을 적용해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 듀오스폰은 이들 지역에서 누적판매 500만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서로 다른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휴대폰을 내놓은 현지화 전략 덕분에 삼성 휴대폰의 글로벌 입지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4분기에 세계적으로 휴대전화 46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분기 사상 최고인 18%대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노키아의 점유율이 37%에 머문 것으로 파악돼, 두 회사간 격차는 지난해 24.5% 포인트에서 19%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LG전자도 1분기에 226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돼 글로벌 점유율 9%를 기록했다.

글로벌 '톱3'인 모토로라가 극심한 경영난으로 실적 부진이 예상돼 지난해 글로벌 '넘버4'에 오른 LG전자가 1년 만에 다시 모토로라의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명실상부한 '지존 자리'에 한국이 오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twinpin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