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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신종플루 바이러스 (멕시코발 돼지독감)

SI 용어 사용 논란 (매일경제 2009.04.29)

[SI 비상] "SI 다른 이름으로 바꿔보자"

돼지 인플루엔자(SI)의 확산으로 각 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자 미국 정부 일각에서 `돼지'라는 단어가 포함된 SI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I라는 용어 자체가 돼지고기로부터 감염될 수 있다는 오해를 심어 줄 수 있는 만큼 다른 용어를 채택, 축산농가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에게 엉뚱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 세계 언론들이 이미 SI라는 표현을 널리 사용중이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 용어가 이미 굳어져 가고 있어 다른 이름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리처드 베서 미 질병통제센터(CDC) 소장 직무대행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에게 온당치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더 나은 표현을 찾아보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CDC 소속의 연구진은 이번 SI가 돼지와 인간, 조류 바이러스가 혼합된 전혀 새로운 종류의 인플루엔자로 확인됐다면서 이를 과학적 용어로 `A형 H1N1계 인플루엔자'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이를 `새로운 유형의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좀 더 친숙한(?) 용어로 줄여 부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멕시코산 돼지고기와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 생산된 돼지고기의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여타 국가들도 수입 돼지고기의 검역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SI가 음식물을 통해 감염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지시키고 있으나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는 SI를 `멕시코 인플루엔자(MI)'로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멕시코측에서 크게 반발하는 형국이다.

유대교나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고기를 금기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SI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주장처럼 SI를 MI로 고친다하더라도 오해의 소지는 여전하다.

과학자들은 이번 SI의 발병 진원지가 멕시코라고 단정할만한 증거가 아직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918년 창궐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경우 오늘날 과학계에서는 스페인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데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스페인 독감은 미국 캔자스주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현 상황은 `H1N1 인플루엔자 발발' 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다소 딱딱한 과학적 용어를 쓰자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톰 빌색 미 농무장관은 미국의 양돈산업에서 SI에 감염된 돼지가 있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면서 SI를 다른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교역상대국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중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는 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미 CDC의 홈페이지조차도 `새로운 SI'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는 상태여서 새로운 명명 작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