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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신종플루 바이러스 (멕시코발 돼지독감)

바이러스 확산위력의 비밀은 (연합뉴스 2009.04.29)

< SI 비상 > 바이러스 확산위력의 비밀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멕시코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인플루엔자 대유행(pandemic) 공포를 낳고 있는 돼지 인플루엔자(SI) 바이러스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강력한 감염력과 놀라운 유전자 변이 능력을 꼽는다.

바이러스는 크기가 일반 세균의 100분의1 정도인 10~300㎚(㎚=10억분의1m)에 불과하고 숙주 세포 밖에서는 성장도, 번식도 할 수 없지만 모든 생명체 내에는 바이러스가 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감염력과 생명력을 가니고 있다.

바이러스는 1898년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5천 가지 이상이 보고됐으며 일반 감기에서 독감(인플루엔자), 에볼라바이러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이르기까지 인간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수없이 많다.

바이러스는 생존에 필요한 DNA나 RNA로 된 유전물질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정도로 구성돼 있어 생명체라기보다는 감염성 물질에 가깝다.

이런 간단한 구조의 바이러스는 사람과 돼지, 조류 등 숙주의 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속으로 침투하며 일단 침투하고 나면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세포 내로 흘러나와 숙주 세포의 유전물질과 뒤섞여 증식하게 된다.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동물은 저마다 세포에 가지고 있는 수용체 단백질이 달라 동물 고유의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다른 동물에는 잘 감염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 바이러스가 매우 쉽게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바이러스는 DNA나 RNA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염기가 다른 것으로 바뀌는 '유전적 부동(浮動)'이라는 현상을 통해 고유 동물 외의 다른 동물을 감염시키거나 항바이러스제에 저항성이 있는 변종으로 바뀌게 된다.

일반 감기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너무 쉽게 일어나 예방백신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며 독감도 해마다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정해 백신을 만들 뿐 근본적인 예방책은 없다.

사람 세포의 수용체는 돼지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사람에게 잘 감염되지 않지만 수많은 변이가 일어나면서 사람을 감염시키는 변종도 생겨나게 된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또다시 변이를 일으켜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해지면 돼지인플루엔자 사태와 같이 인류 보건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돼지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뿐 아니라 사람과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도 감염될 수 있어 동물에서 유래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중간 기지역할을 한다.

돼지가 이들 3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면 세포 내에서 유전물질이 뒤섞이면서 새로 만들어지는 변종 바이러스에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포함돼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변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는 "돼지는 사람과 조류 등 외래 바이러스가 서로 섞이는 믹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돼지 유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한 적이 없어 대비가 부족했던 점도 발생 초기에 통제에 어려움을 겪은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