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15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록 꼴찌를 기록했지만 `지고도 이긴 선거전'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중국 출장을 끝내고 돌아온 직후부터 선거전에 돌입해 불과 일주일 만에 20표를 얻는 저력을 발휘한 것은 이번 경선전의 `최대 이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박 의원이 처음 출마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4표밖에 안된다", "아무리 잘해도 10표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박 의원의 선전은 당내에서 `스토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특유의 부지런한 행보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박 의원은 매일 새벽과 낮, 밤 구분없이 수시로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발품을 팔아 지원을 부탁했다. 한 의원은 "하루가 박 의원의 전화로 시작해 박 의원의 전화로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의원들의 모임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자리를 불문하고 얼굴을 내밀었다. 13~14일에는 해외에 출장간 의원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인천공항까지 영접을 나갔고, 급기야 15일에는 새벽 3시30분 한국에 도착하는 이미경 사무총장의 마중을 나갈 정도로 지극 정성을 보였다.
하지만 박 의원의 선전에는 기본적으로 `인물론'이 근거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는 등 당.정.청을 두루 거친 풍부한 국정경험에 대한 의원들의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것.
또 경선전이 주류 대 비주류 대결구도로 흐르는 상황에서 `탈(脫)계파, 무(無)계파'를 기치로 중립지대를 자임한 것이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경선전을 통해 `DJ의 복심' 이미지를 벗어나 `정치인 박지원'으로서 거듭났고, 내년 원내대표 재도전이나 최고위원 출마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장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박 의원은 경선후 기자들과 만나 "의미있는 패배였다. 민주당에 활기를 넣은 것은 보람이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한 뒤 "후배 정치인들이 때로는 무모함이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제 사례를 통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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