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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깜짝뉴스

코모도왕도마뱀 (한겨레 2009.06.02)

코모도왕도마뱀


톱니형 이빨로 물고 치명적 독으로 ‘저혈압 쇼크’


물었다 놔줘 힘 빠질때까지 대기 ‘기다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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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인 코모도왕도마뱀은 물소나 사슴, 심지어 사람까지 거꾸러뜨리는 공포의 포식자다.

다 자란 수컷은 무게 100㎏, 길이 3m가 넘는다. 거대한 몸집과 침을 질질 흘리는 날카로운 이빨뿐 아니라 먹이를 공격하는 방법이 특이해 더욱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덤불에 숨어있다 다가온 먹이의 다리나 배를 한 번 문 다음 종종 그대로 놓아준다. 신기하게도 코모도왕도마뱀에 물린 동물은 갑자기 얌전해지다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도마뱀은 저항하지 못하는 먹이를 먹어치운다.

Untitled-11 copy.jpg이제까지의 통설은 이 도마뱀의 침 속에 치명적인 박테리아가 살고 있어, 이것에 감염된 동물이 그 독성 때문에 곧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라이언 프라이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대학 생물학자는 그런 통념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한다. 그의 연구진은 코모도왕도마뱀에 대한 정밀한 연구결과 이 도마뱀이 독을 분비하는 독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학술지 <미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진은 싱가포르 동물원의 죽기 직전인 코모도왕도마뱀과 폐사한 도마뱀을 해부해 조사한 결과 독물을 분비하는 독샘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독샘에서는 두 가지 독물을 분비하는데, 하나는 피가 굳지 못하게 막는 구실을 하고 다른 하나는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떨어뜨린다. 이 도마뱀에 물린 먹이가 혈액 손실로 저혈압 쇼크에 빠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도마뱀의 이빨을 주사현미경으로 조사해, 이빨 표면에 톱니가 나 있고 홈이 패여 먹이에게 독물을 잘 전달하도록 고도로 특화돼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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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도왕도마뱀은 이런 이빨을 60개 가지고 있는데, 손상을 입으면 새것으로 곧 대체된다.

연구진은 또 코모도왕도마뱀의 무는 힘은 악어에 견줘 훨씬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고했다.

프라이 박사는 “코모도왕도마뱀은 톱니 달린 이빨로 손상을 입힌 뒤 함께 분비한 독으로 먹이를 약하게 만들어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강한 턱을 발달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 일부 섬에만 살며, 현재 전 세계에 4000~5000마리만 남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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