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지원장 “주말영장 기각” 발언 논란
“판사들도 쉬어야 하고… 서울 집에 올라가야 하고…”
검찰과 오찬서 발언… 지원장 “업무협조 부탁” 해명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장이 영동지청장과 소속 검사들에게 “주말에는 쉬어야 하니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8일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명한 영동지원장은 “주말에 청구한 영장은 기각하라고 판사들에게 말했는데도 (판사들이) 마음이 약해서 영장을 발부해 주는 경우가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 “검찰이 경찰도 통제 못하나”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김 지원장은 올 4월 영동지청장을 비롯해 소속 판검사, 지역 변호사들과 점심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지원장은 “지난 주말 무면허 뺑소니 사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사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어 “검찰이 경찰 하나 제대로 통제 못하느냐. 주말에 판사들이 (서울의) 집에 못 가게 왜 구속영장을 청구하느냐”고 말했다. 김 지원장은 특히 “주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기각하라고 했는데도 판사들이 마음이 약해서 영장을 발부해 준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김 지원장은 지난해에도 당시 지청장에게 “주말에 영장을 청구하면 기각할 테니 넣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원장이 이날 점심 자리에서 문제 삼은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는 전주 금요일 오후 늦게 붙잡혀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토요일에 열렸다고 한다. 이날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고 달아난 피의자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 평일 심각한 사건 영장 기각해 갈등
검찰은 “법원이 ‘주말 휴무’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다.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에 대해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하도록 한 것은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김 지원장의 발언은 이러한 법 취지를 저버린 행동이라는 것.
영동지청은 지난달 법무부에 김 지원장의 발언과 최근 구속영장 기각 사례 등을 보고했고 법무부는 비공식적으로 법원행정처에 이런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문제가 됐던 김 지원장 발언 이후 주말에 청구된 2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발부된 것으로 확인돼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김 지원장 발언 이후 모두 19건(주말 2건 포함)의 구속영장이 청구돼 13건이 발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김 지원장의 ‘주말 영장’ 발언을 문제삼은 것은 최근 평일에 청구된 구속영장 가운데 중대한 사건의 일부가 기각된 데 따른 불만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어머니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 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한 아들에 대한 영장과 무면허 뺑소니 사고를 낸 지역 기업인이 회사 직원에게 운전을 한 것처럼 허위 진술을 시킨 사건의 영장이 잇달아 기각됐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김 지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발언 내용은 인정하면서도 “순수하게 말한 것이지 (검찰을) 질책하려 한 것은 아니다. 영장심사 1건 때문에 (판사들이) 주말에 집에 못 가는 일이 없도록 업무 협조 차원에서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주말 영장 기각’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판사들에게 그런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지원장은 “지청장을 편하게 생각하고 한 이야기인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니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영동지원의 최근 구속영장 기각 사례
#1 X 씨는 무면허 상태에서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히고 달아남.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수배됐다가 검거됐으나 구속영장이 기각됨(토요일 영장실질심사).
#2 기업인 Y 씨는 무면허 상태에서 행인을 치어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히고 달아남. Y 씨는 회사 직원에게 경찰에 나가 당신이 운전했다고 하라고 요구했다가 조사 과정에서 탄로 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됨. Y 씨는 이후 부하 직원이 사고를 낸 것처럼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적발돼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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