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08 03:21 / 수정 : 2010.01.08 04:46
55년생 고교 동창들의 은퇴 준비는
자녀 교육에 매달리다 모으긴커녕 쓰기도 부족… 은퇴 교육 90%가 못받아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으로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은퇴하는 서울 광성고 58회 동창생 10명에게 노후 준비 상황을 물어보았다.
이들은 대부분 괜찮은 직장을 갖고 있고 소득도 평균 이상인 경우가 많아 중산층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의 자산과 노후준비 상황을 요약하면 '달랑 집 한 채'에 노후 생활비는 '국민연금에 의존해야 할 처지'라고 할 수 있었다.
이들은 부동산으로 평균 5억7300만원의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평균 5000만원 정도(최소·최대 한 명씩 제외)를 갖고 있어 전체 자산은 6억2300만원 정도였다. 이들은 노후 자금으로 평균 4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모아 놓은 금융자산은 평균 5000만원에 불과했다
- ▲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나이인 서울 광성고 58회 전현부·이건재·조형준·최병민·김세혁·이영백씨(왼쪽부터)가 지난해 12월 17일 송년회 장소로 향하고 있다. 올해 55세가 된 이들은“노후준비 없이 은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개인연금 등 정기적인 수입원을 제대로 마련해 놓은 것도 아니다. 이들은 "나이 들어 '경조사라도 챙기려면' 월 200만원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노후에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개인연금의 합계 평균은 12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공기업 하청업체 직원 D씨는 "국민연금 말고는 별도로 노후를 준비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자산을 1000만원밖에 모아놓지 못했다는 중소기업 차장 E씨는 "교육비 등 자녀들 뒷바라지하다 보니 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소건설사 부장 H씨는 "다행히 집 한 채(시가 3억5000만원 정도) 있으니 집값이 올라 그 차액으로 시골이라도 가서 살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런 자신의 노후 준비에 대해 4명은 "불만족"이라고 했고, 5명은 "그래도 보통 수준 아니냐"고 답했다. 고교 교사 I씨는 "대학 다니는 두 아이 학비를 대느라고 은퇴 준비는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건설사 부장 H씨는 "은퇴 준비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버는 대로 쓰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은퇴는 코앞에 다가왔는데 노후 준비는 하나도 돼 있지 않은 것이다.
이들의 자녀는 대학생이나 갓 사회에 진출한 초년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자녀 학비와 결혼 비용 등이 남아 있어 아직 돈 쓸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은퇴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B씨는 "첫째 아들(25)이 복학해 대학 3학년이고, 딸(23)은 졸업했지만 미혼이라서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이들 문제가 가장 눈에 밟힌다"고 했다. 외국계 회사 영업직 F씨는 "아들이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데 자녀 교육이 가장 걱정"이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하고 아내의 건강도 좋지 않아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은퇴 후 새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기업 기술직 A씨는 "나이를 먹은 만큼 새로운 직업을 갖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우리 세대는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왜 이렇게 일찍 은퇴를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퇴 준비 교육은 대부분 받은 적이 없었다. 10명 중 한 명만 회사에서 퇴직연금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고, 나머지 9명은 전혀 은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들어본 적도 없다", "은퇴에 대한 질문 자체를 처음 받아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수명은 늘어나는데 자녀교육과 집 장만에만 매달리다가 노후 준비를 전혀 못한 것이 베이비붐 세대가 처한 현실"이라며 "우리 사회가 성장에만 집착했지 노후를 준비시키는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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