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퇴장
입력 : 2010.01.06 23:01
▶7700만 베이비 부머는 3300만 부모세대와 4400만 자녀세대를 덩치로 압도했다. 평균자산 86만달러로 돈도 제일 많다. 건강을 중시하고 늙기를 거부하며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편다. 일본에선 1947~49년 태어난 680만 '단카이(團塊)세대'의 은퇴가 2007년 시작됐다. 같은 세대 의식이 강해 '덩어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들 역시 금융자산만 130조엔에 이르러 사회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6·25 직후 1955년부터 산아제한정책 전 1963년까지 태어난 712만명을 가리킨다. 올해 이들의 은퇴가 시작된다 해서 사회적 조명과 분석이 잇달지만 떠들썩했던 2006년 미국과 2007년 일본에 비해 많이 썰렁하다. 은퇴 시점부터 미국과 일본은 60세로 쳤고 우리는 55세다. 이건 은퇴가 아니라 퇴장이다. 제2 인생 개막이 아니라 거세다.
▶미국과 일본 베이비붐 세대는 무풍지대를 가듯 정치·경제의 주역과 실세 자리를 누렸지만 우리는 '끼인 세대'로 불린다. 앞선 산업화세대의 권위에 눌리고 뒤따른 386세대와 인터넷세대의 기세에 밀려 상투 한번 변변히 잡아보지 못했다. 숨막히는 권위주의시대에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를 보냈고, 1980년대 초 민주화 실패에 좌절했다. 어렵사리 잡은 직장에 뿌리내리나 싶을 때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세대는 허리 휘도록 자식 교육시키느라 모아둔 돈도 없다. 자식을 사회로 내보내 가정 이룰 때까지 뒷바라지해야 할 세월이 많이 남아 노후 앞가림은 꿈도 못 꾼다. 위로 부모 봉양하고 아래론 자식의 부양은 생각도 못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다. "갑근세 주민세/ 한 푼 깎거나/ 날짜 하루 어긴 일 없고…/ 어느 누구한테서도 노동의 대가 훔친 일 없고/ 바가지 씌워 배부르게 살지 않았으니/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살고 있다"(서정홍 '58년 개띠'). 자조만 하기엔 평균수명 80세까지 갈 길이 너무 멀다.
베이비붐 세대 절반은 국민연금 가입 안해… 기댈 언덕도 없다
은퇴 후 6~8년은 국민연금 못받는 '사각지대'
베이비부머들은 55세부터 정년을 맞아 집단 은퇴를 시작하지만 현행법상 국민연금의 첫 수령시기는 60세로 돼 있다. 게다가 2013년부터는 5년마다 연금 수령시점이 1년씩 늦어지기 때문에 1955년생의 경우 61세가 되는 2016년에, 1963년생은 63세가 되는 2026년에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즉, 정년 퇴직시점과 연금 수령시점 간에 6~8년간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퇴직자들이 재취업을 못할 경우 국민연금이 유일한 생계의 보루가 되지만 그마저도 퇴직 후 6~8년은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셈이다.
20년간 직장을 다니며 월 평균 250만원의 소득을 올렸던 55세 A씨가 올해 은퇴할 경우 61세부터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은 74만8990원 정도다. 은퇴 전 평생 소득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국민연금공단 류동완 홍보부장은 "20년 이상 가입을 하고 월 소득 250만원 수준을 대한민국 55년생의 평균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이지 여유 있는 생활을 보장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연금 등 다층(多層)의 안전망을 준비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급액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비붐 세대 2명 중 1명은 아예 국민연금 혜택 자체를 받을 수 없다.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46~54세 인구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는 352만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47.7%에 그치고 있다. 국민연금 미가입자 중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에 가입한 사람이 4~5%쯤 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에 해당되는 330만~340만명가량은 국민연금도 없는 노후를 맞아야 하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기업 구조조정으로 조기 퇴직한 뒤 실직 상태거나 ▲퇴직 후 자영업으로 전환했으나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국민연금공단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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