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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기의 사건사고

중남미 칠레 강진 300명 이상 사망..쓰나미 경보 해제(연합뉴스 2010.02.28)

칠레 강진 300명 이상 사망..쓰나미 경보 해제
완전히 붕괴된 칠레의 다리
(AP=연합뉴스) 27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180km 떨어진 카마리코 근교 클라로 강 위에 놓였던 다리가 완전히 붕괴된 현장.

가옥 150만채 파손..주변국 피해 미미
콘셉시온서 최소 100명 매몰..약탈도 발생


27일 칠레를 덮친 규모 8.8의 강진으로 최소한 300명 이상이 숨지고 150만채의 주택이 파손되는 등 피해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강진 이후 태평양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칠레의 섬들에서 일부 사망자가 발생하고 일본 해안 지역에 높은 파도가 밀려왔지만 태평양 연안국과 칠레 주변국에는 다행히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진 발생 직후 태평양 전역에 발령된 쓰나미 경보는 28일 오후 7시께 해제됐다. 일본에서도 칠레 강진의 여파로 해안에 대형 쓰나미가 덮쳐올 것으로 우려됐으나 다행히 당초 추정치보다 낮은 1m 가량의 쓰나미가 몰려 오는데 그쳤다.

이번 칠레 강진은 지난달 12일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0 강진보다 800~1천배 달하는 위력을 지녔지만 인명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강진 이후에도 규모 4.9~6.9의 여진이 115차례나 이어져 주민들이 거리에서 노숙하는 등 지진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칠레 중부 해안에서도 28일 오전 8시25분(현지시간)께 규모 6.1의 여진이 발생했다.

칠레 재난국의 카르멘 페르난데스 국장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30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27일 밝혔지만, 진앙지에서 가까운 콘셉시온에서 무너진 14층 건물 밑에 10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전해지는 등 구조작업이 진행되면 희생자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앞서 지진 피해자가 200만명, 파손된 가옥이 150만채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대재난 사태(state of catastrophe)'를 선포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으며, 재해 당국은 인명 구조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한편 피해 현장의 통신을 복구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당선자는 다음 달 공식 취임을 앞두고 발 빠르게 지진 피해 대응에 나서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다음 달 11일 취임 예정인 피녜라 당선인은 "바첼레트 대통령과 함께 강진 피해복구 및 피해지역 재건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면서 올해 예산의 2%를 강진에 따른 피해 복구와 재건 활동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콘셉시온에서는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가스관과 전선이 끊이지면서 발생한 화재로 대학 건물 등이 불탔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또 주민들이 슈퍼마켓과 쇼핑몰, 비디오가게, 은행 등을 약탈,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수도 산티아고 인근 퀼리큐라 지역에서도 더운 한여름에 식수 공급이 지연되면서 주민이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 구호물자를 배급하는 트럭에 돌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진앙지로부터 325km 떨어진 산티아고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으며 고가도로가 일부 무너지면서 교통이 마비됐다.

칠란에 있는 교도소는 지진으로 화재가 발생한 틈을 타 수감자 209명이 탈옥했다고 칠레 국영 TV가 보도했다.

산티아고 국제공항도 지진 직후 폐쇄 조치된 가운데 공항 청사의 승객 이동로가 파괴되고 건물 문이 부서졌으며 유리창도 곳곳에서 깨져나갔다.

산티아고에서 120㎞ 떨어진 발파라이소 소재 칠레 주요 항구에도 폐쇄 명령이 내려졌으며, 세계 최대 구리 생산 업체인 코델코도 광산 두 곳을 폐쇄했다.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역사도시 큐리코도 이번 지진을 피하지 못했다. 1743년 건설된 큐리코의 고풍스러운 교회와 19~20세기에 지어진 고택들도 상당수 붕괴됐다.

이번 지진은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자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강국인 칠레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난위험평가업체인 EQECAT는 지진 피해규모가 150억~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칠레 국내총생산(GDP)의 10~15%에 상당한다.

매몰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국제사회도 구조팀 파견 등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칠레 정부는 그러나 지진 피해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파괴되고 산티아고 공항이 72시간 폐쇄됐다며 대만을 비롯한 각국의 지원 제의를 거절했다.

<칠레 강진 순간 도시전체 젤리처럼 흔들려>

강진으로 부서진 차량들 (AFP=연합뉴스)

잦은 지진에 익숙해져 있던 칠레인들도 27일 새벽에 닥친 규모 8.8이라는 엄청난 지진에 경악했다.

수도 산티아고의 시민들의 잠옷 차림으로 집에 무너질까봐 밖으로 뛰쳐나와 두려움에 떨었고, 여진의 공포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며 아침을 맞았다.

이름을 세바스티안(22)이라고 밝힌 산티아고 동부의 한 시민은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이었다"며 울먹였다.

AFP 통신의 산티아고 통신원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 전체 건물들이 마치 젤리가 흔들리는 것처럼 휘청거렸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고가도로가 파괴되면서 시내의 일부 차량은 고가 위에 위험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산티아고 예술아카데미 같은 도시의 랜드마크 건물에서도 커다란 건물 잔해가 여기저기 떨어져내렸고 산티아고 국제공항은 터미널들이 파괴돼 폐쇄됐다.

지진이 일어나자 이웃들은 충격과 공포의 눈물 속에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가족들은 식구들이 무사한지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했다.

유엔의 인구조사 전문가인 마렌 안드레아 지메네즈는 "천장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공포심에 떨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 시내에서는 밤 늦게 까지 술집에 있던 취객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지메네즈는 "밖으로 나와보니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었다. 완전한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완파된 칠레 남부 해안지역인 일로카 시(市)에 거주하는 엘로이사 푸엔잘리다는 "땅이 흔들리고 채 몇분만에 바닷물이 집으로 쏟아져들어와 목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울먹였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차오르는 바닷물을 피해 산으로 맨발로 대비했다.

한 시민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알 수 없다"며 망연자실해했다.

일로카에서 120㎞정도 떨어진 쿠리코 시의 한 시민은 현지 라디오방송에 전화를 걸어 "바닷물이 차와 집 등 모든 것을 쓸어가버렸다"고 증언했다.

지진을 틈타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이 대거 탈출한 일도 있었다.

지진 피해가 가장 큰 중남부 콘셉시온 북동쪽에 위치한 치얀에서는 지진으로 교도소 건물이 파괴되면서 269명의 죄수가 탈출했다. 당국은 이중 28명을 다시 붙잡았으며 3명은 지진뒤 폭동 과정에서 일어난 화재로 숨졌다.